사랑의 증거

첫사랑의 추억하며

검토 완료

문아미(cheramie)등록 2006.12.02 11:52

ⓒ 문아미

이 노래가 한때 내 인생의 일부를 대변한 적이 있었다. 그 때의 내 인생은 그다지 즐겁진 않았기에 이 노래는 참 좋은 노래지만 거부감이 든다. 거부감은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오는 것이다. 그 즐겁지 않았던 때를 떠올리게 되는 것을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즐겁지 않았던 때를 아직도 온전히 잊지 못하고 이 노래를 다시 꺼내 듣는 이유는 그 때가 내 인생의 봄이었기 때문이다. 내 마음은 쿵쾅거리며 뛰었고 절제되지 않는 정열은 한 사람을 향해있었다.

나는 그때가 내 인생의 힘들었던 시절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절대로 잊기 싫은, 내 봄날이라고도 생각하는 것이다. 한 사람이 한 사람을 그토록 좋아할 수 있다는 것은 어찌 보면 축복 받은 것이다. 그건 언제든지 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아무나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안타까운 마음에 흘리는 눈물도 아무나 흘릴 수 없다. 시도한자들만이 실패를 맛볼 수 있는 것처럼.

사실 나는 실패한 것이 아니었다. 과연 나의 목적이 무엇이었었는지 하고 생각해본다. 내 목적은 그저 누군가를 나의 소유로, 나를 그 누군가의 소유로 하는 것이었을까 아니면 누군가에게 내 마음을 전달하는 것이었을까 아니면 그 마음이 받아들여지는 것이었을까. 위의 저것들 전부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생각해보면 난 그냥 누군가를 좋아하고 싶었던 것 같다. 한 사람의 존재가 내 마음 깊은 곳에 박혀버려서 도저히 떼내 버릴 수 없을 만큼 누군가를 좋아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난 좋아하게 되었다.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고, 또 좋아했다는 것이 왜 아픔으로 남는지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이해할 수 있다. 어줍잖은 자기 위안일수도 있지만 아픈 사랑의 흉터가 하나도 없는 사람은 과연 사랑을 했다고 할 수 있는 것일까. 많은 남자를 만나고 사귀었지만 아련한 기억하나 남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 삶을 살고 싶지는 않다. 과연 내가 사랑은 했던 걸까 하는 의심마저 드는. 그것에 비하면 나의 사랑은 자명하다. '좋을 텐데' 라는 노래가 들려오는 이상 난 내가 사랑했었다는 걸 잊지 않을 테니까.

ⓒ 문아미

결국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다는 옛날 가수의 노래엔 공감할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그 가수도 알 것이다. 아픈 마음이 내가 사랑을 했었다는 사실을 자꾸 일깨워 준다는 것을 말이다. 힘든 사랑을 끝낸 후에는 언제나 아픔이 오기 마련이다. 그 아픔은 꽤 오래 갈 것이다. 그 오랜 기간 동안 그 아픈 마음을 부여잡고 그 사람과 그때의 나를 후회하는 사람들에게 난 이렇게 말하고 싶다. 그 아픈 마음은 네 사랑의 증거라고. 그 아픔마저 없어진다면 우린 무엇으로 우리 사랑의 증거를 찾을 수 있겠느냐고.

그래서 난 내가 사랑했다는 사실을 잊을 때쯤이면 그 노래를 통해 내 사랑의 증거를 찾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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