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4년 10월 15일, 염창동 한나라당사 앞에서 과거사법 즉각 제정을 촉구하는 유족들 ⓒ 학살규명범국민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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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년 10월 15일, 염창동 한나라당사 앞에서 눈물을 흘리는 유족 ⓒ 학살규명 범국민위
언제나 중요한 것은 진실이다. 어디에든 진실을 은폐 왜곡하려는 이가 있고 밝히려는 이가 있다. 그래서 인간 사회에서는 진실을 둘러싼 싸움이 끊이질 않는다.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한번 따져보자. 거짓임이 밝혀지면 깨끗이 승복하고 적극 협력하는 것이 인간의 도리일 것이다.
우선, 저들은 과거사 진상규명에 해마다 예산을 늘려가 2007년도에는 무려 3,957억이나 되는 예산을 배정했다고 아우성이다. 우리나라의 연간 예산 총 238조원 중 약 4천억이면 0.17%쯤 된다. 민족사의 왜곡되고 은폐된 진실들을 밝히고 그 상처를 치유하며 새로운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기틀을 잡아보자는 취지의 역사적 과업에 그 정도의 예산을 쓰는 것이 과연 낭비일까? 비교삼아 몇 가지 수치를 들자면, 사업이 특정되지 않은 정치권의 쌈짓돈, 교통시설특별회계로 10조원 이상이 잡혀 있고, 외국환평형기금 누적 결손만도 연간 17조 8천억원이며, 단일 사업으로 계획이 부실한 것으로 알려진 부산신항 개발비만도 5,288억원이 책정돼 있는 것이 우리 예산이다.
더 중요한 것은 3,957억 중 과거사 진상규명 예산은 사실 얼마 안 되고, 후속조치 예산이 대부분이라는 사실이다. 실질적인 과거사 진상규명 예산은 주어진 과업을 수행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저들도 그 사실을 알면서도 뭉뚱그려 사실을 왜곡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큰 것부터 보자. 한나라당과 도하 언론들은 하나 하나 살펴보면서 그에 대한 입장들을 분명하게 밝혀주었으면 한다.
가장 많은 부분이 일제강제동원 피해자지원 예산으로 1,505억원이다. 징병, 징용으로 끌려가 죽거나 봉급도 떼인 채 겨우 살아돌아온 강제동원 피해자들, 한일협정 때 대한민국은 마땅히 그들에게 급료로 지급됐어야 할 돈을 헐값으로 넘겨받아 경제개발비로 투입했고 그 토대 위에 오늘의 대한민국이 섰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인데, 한나라당은 22만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입 싹 씻는 게 옳다고 생각하는가? 그들에게 1인당 2천만원도 안 되는 유형무형의 지원을 해주는 데 반대하는가?
다음으로 많은 것은 특수임무수행자보상심의위 예산 1.015억원이다. 오히려 한나라당이 앞장서서 만든 북파공작원 피해보상심의위의 예산이다. 자, 지금은 생각을 바꿔 이에 반대하는가?
그 다음은 삼청교육피해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 예산 210억원이다. 한나라당이 함께 만든 법에 따라 만들어진 위원회다. 반대하는가?
그밖에 진상조사 후 후속조치 예산들이 상당액 있다. 국회가 법을 만들고 국가가 나서서 진실을 밝혔으면 그에 합당한 후속조치를 취하는 것은 당연하다. 제주4.3 유해발굴과 평화공원 조성사업에 반대하는가? 노근리 평화공원 조성사업에 반대하는가? 민주화기념사업회 지원에 반대하는가? 반대한다면 반대한다고 분명히 말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도 진실을 안다.
차 떼고 포 떼고, 위의 후속 조치 예산들을 모두 빼고 나면, 실질적인 과거사 진상규명 예산은 3,957억의 10%밖에 안 되는 400억원 수준으로 격감한다. 진실화해위 121억,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 82억, 일제강점하 강제동원피해 진상규명위 83억, 일제하반민족행위자재산조사위 49억원, 군의문사위 42억이 사실상 전부고, 그밖에 국정원과 국방부(13억), 경찰청(6억)의 기관별 과거사위 예산이 약간액 책정돼 있다. 국가 총예산의 0.017% 정도다.
▲ 2006년 9월 12일, 올바른 과거청산, 신속철저한 조사를 위해 조사인력 증원을 요구하는 청와대 앞에서 1인시위 ⓒ 학살규명범국민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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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9월 19일, 올바른 진실규명이 가능하도록 진실화해위 확대개편을 촉구하며 농성하는 유족들 ⓒ 학살규명범국민위
위의 진실규명 국가위원회들은 하나같이 인력과 예산 부족으로 주어진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특히 한국전쟁전후 민간인학살 등 통합적 과거사 진실규명 임무를 띠고 있는 진실화해위의 인력과 예산 부족 상황은 심각하다. 한나라당이 민족의 미래의 담지자를 자임한다면, 이들 위원회가 제 기능을 발휘하여 대한민국이 과거의 질곡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 민족의 새로운 내일을 열 수 있도록 강력 지원한 뒤에야 딴 이야기를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더욱이 한나라당과 도하 언론들은 범주까지 혼동하고 있다. 진실화해위를 비롯한 모든 과거사위원회가 자신들이 함께 만든 법에 의거하여 만들어진 엄연한 법적 위원회임에도 진실화해위를 제외한 모든 과거사위가 마치 임의로 구성된 기관별 과거사위인 양 수사를 펴고 있다. 게다가, 국정원, 국방부, 경찰청 과거사위도 자신들이 함께 만든 진실화해법에 그 근거를 두고 있는 엄연한 법적 기구다.
또한, 진실화해위 해외조사비 6억원에 대해 딴지를 걸고 있는 한나라당과 동아일보에 묻고 싶다. 6억원이면 교통비, 여비 빼고 나면 해외조사요원 몇 명 체류비도 채 안 된다. 백년 이상 묵혀온 민족사의 해묵은 숙제(미국 등이 깊숙이 개입한 100만 민간인학살, 의문사의혹사건, 해외동포사, 독립운동사)를 푸는 데 해외조사비 6억원이 과연 지나친가? 이제라도 할 때 제대로 한번 해보라고 60억 정도로 증액을 시켜줄 용의는 없는가? 그리고, 민간인학살의 지역별 피해상황 기왕에 조사할 때 제대로 해서 끝내라고 100억 정도 증액시켜줄 용의는 없는가?
한나라당과 도하 언론들은 위의 물음들에 답해야 한다. 특히, 국회 예결위를 쥐여잡고 흔들고 있는 한나라당의 정책위원장 출신 이한구, 전 민주화 투사 박계동, 80년 ‘서울역 회군’으로 명성이 자자한 학생운동 출신 심재철, 이 지역 창원 출신으로 행자위에서부터 과거사 관련 예산을 끈질기게 붙들고 늘어지며 계속 딴지를 걸고 있는 권경석 의원은 분명하게 답해야 한다. 한 번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해 그 상흔과 앙금과 찌꺼기가 우리 사회 곳곳에 배어 있는 각종 과거사의 진실을 밝혀 새로운 미래의 주춧돌을 놓는 작업이 너무 늦었지만 이제야 시작되었다. 만일 합리적인 이유 없이 과거사 진실규명 작업에 계속 딴지를 건다면, 그런 사람들에겐 이렇게 묻지 않을 수 없다.
당신들의 아버지는 학살자였나, 아니면 친일파였나, 아니면 고문 기술자였나?
덧붙여서, 이런 막무가내식 딴지걸이에도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는 정부여당, 각종 과거사위, 우리 사회의 지식인들에게도 묻고 싶다.
과거사 진실규명 작업을 이쯤에서 정리하고 넘어갈 작정인가?
특히, 과거사위들에는 한 가지 더 묻고 싶다.
누가 제 입에 밥 떠넣어주기 기다리는가?
위원회의 입지는 결코 중립지대가 아니다. 중립의 입장에서 언제까지나 방어적 자세를 취하는 한, 당신들에게는 결코 기회가 오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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