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더미에서 살아남은 눈물겨운 이야기

<책이야기>원숭이의 선물/윌슨 롤스/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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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희(waldenpond)등록 2006.12.13 16:29
산골소년 제이 베리는 조랑말과 총이 무엇보다도 갖고 싶다. 그러나 넉넉지 못한 가정 형편 때문에 그 꿈은 요원하기만 하다. 그러던 어느 날 그 꿈을 이룰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서커스 기차에서 도망친 원숭이들을 잡아다 주면 어마어마한 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는 것. 그러나 꾀 많은 원숭이들을 잡는 일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원숭이에게 숱하게 골탕을 먹으며, 소년은 서서히 무엇인가를 깨달아 가는데….

청소년을 위한 소설치고는 꽤 두툼해 지레 겁을 먹을 수도 있겠다. 총 400여 페이지가 넘으니. 그런 분량의 장편동화가 전혀 지루하지 않다는 것. 그 글쓰기의 힘에 우선 박수를 보낸다. 분량이 무색하게 책장은 쉽게, 가볍게, 술술 넘어간다. 소재, 내용, 구성도 꽤 탄탄하다. 게다가 제리 베이의 원숭이 사냥법은 하나도 지겹지 않았다. 원숭이에게 보기좋게 골탕 먹는 장면은 폭소를 자아내게도 했다.

@BRI@마침내, 원숭이를 모두 잡고, 꿈에 그리던 모든 것을 다 갖게 되려는 순간, 제이 베리는 무언가를 깨닫는다. 나만 바라보았던 시선이 서서히 가족을 향해 돌아가는 것이다.
손에 쥐었던 조랑말을 돌려줄 때, 그 어린 마음이 어떠했을까?

"문기둥에 고삐를 걸고 있을 때 내 속의 무엇인가가 펑 하고 터졌다. 기둥을 손으로 붙잡고, 나는 팔에 얼굴을 묻고 울음을 터뜨렸다.
눈물이 울타리에 싹을 돋게 하고 자라게 할 수 있다면, 그 울타리는 3미터는 자랐을 것이다."

대신, 아이는 3미터는 자라 있었다.

이 작품의 작가 ‘윌슨 롤스’는 가난한 형편으로 학교 교육을 충분히 받을 수 없었다. 뒤늦게 잭 런던의 작품을 읽고 작가의 꿈을 품지만, 학교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기에 문법과 철자법에 맞지 않는 자신의 작품을 남에게 보여주는 것이 몹시도 부끄러웠다.

윌슨은 20년 동안 써왔던 원고를 모두 불태워버린다. 이 <원숭이의 선물>은 이 사실을 알게 된 부인이 불길에서 어렵사리 건져낸 작품이다.
그래서인지 유난히 그 이야기가 눈물겹다. 이렇게 1976년 세상에 나온 이 소설은 출간된 후 영화로도 각색, 상영돼 큰 인기를 얻었으며, 99년 미국교육협회(NEA) 조사에서 학부모와 교사가 청소년에게 가장 권하고 싶은 문학작품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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