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의 비망록

정치인의 욕심때문에 분열되버린, 잊혀질 이름을 추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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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우(ltw96)등록 2006.12.19 10:13

열린우리당의 비망록 ⓒ CG

결국 열린우리당은 스스로 "해산"이라는 길을 결정했다. 이것은 전당대회나 대의원대회에서 결정된 것이 아닌 비상대책위원회에서 결정된 것이다. 하지만 김근태 비대위 체제라는 엉성하고 터무니없는 체제는 이것을 당헌 위의 규정으로 못박아버렸다. 사실상 더이상 바뀔 수 없는 결정이라는 것이다.

열린우리당은 그들의 입버릇처럼 국민의 열망으로 만들어졌다. 2003년 말 임기중 국민투표와 재신임 정국, 탄핵 정국에서 시민들은 대통령을 끌어내려는 반민주세력에게 무한한 증오를 느꼈고, 결국 열린우리당을 선택해서 그들을 몰아내고자 했다.

@BRI@하지만 여당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과 협의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말도 안되는 정책들을 타협하기에 이르렀고, 마치 DJ 말기의 새천년민주당처럼 "집권야당" 행세를 했다. 초반에는 말싸움을 해도 정력적으로 하는 등의 호기를 보였던 여당이지만 이제는 힘도 없다. 결국 김근태 체제는 끝에 가서 악수중의 악수를 뒀다.

그들은 민주개혁세력을 말살해 의원 1석 없는 고건에게 141석의 열린우리당을 그대로 헌상했다. 그들이 팔아먹은것은 민주개혁세력의 양심이기도 하고, 대표성이기도 하며, 그리고 김근태를 비롯한 '386'들이 가진 민주투사의 아아디덴티이기도 하다.

기껏해야 군사정권의 집달리로서 시작해 영욕의 세월로만 꾸준히 살아온 그 누군가의 사유물로 만들기 위해 우리는 개혁당을 만들었는가? 아니다. 이건 아니다.

열린우리당은 의원들만의 당이 아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열린우리당은 국민통합개혁신당과 국민참여통합신당의 적자이며, 이는 곧 민주당+독수리5형제의 의원세력과 개혁당으로 대표되는 시민참여세력의 공동 투쟁전선이였다.

하지만 권력기반을 모두 접수한 의원세력은 개혁상 세력을 어떻게든 내치려고 했다. 기간당원제를 완화하고, 당비 규정을 완화하고, 국민경선을 척살하는 방법으로 그렇게 개혁당 세력은 열린우리당에게 염증을 느껴 나가떨어졌다. 아니, 애초에 지극히 양심적인 사람들은 2003년 김선일 사건 이후로 우리당에 남아있지 않는다. 피 냄새가 난다고 할 정도로 넌더리치고 있다.

스스로의 권력노름에 개혁당 출신의 "평당원"들은 당당히 반기를 들 수 있는 유일한 집단이며, 그러기에 자신들의 입지가 위험해짐을 느낀 권력지향 의원들은 어떻게든 "계보"를 만들기 시작했다. 만들어진 계보로 정치활동을 재게하고, 결국 "도로민주당"을 만들었다. 아니, 어떻게 보면 형식적 민주주의의 아주 일부분을 제외하고는 구 민주당보다 더 비민주적인 구조를 띄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과정에서 개혁당 세력은 그 피냄새를 참고 남아있으려고 해도 등떠미는 인간들 덕분에 거의 전부 떨어져 나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언론에만 친노 직계"인 열린우리당의 "계파"의원들 덕분에 "실용주의"악몽에서 벗어날 수 없었고, 이라크 파병을 찬성했으며, 노무현으로부터 눈과 귀를 빼앗아 그들 입맛에 맞는 사람을 집어넣었고, 나아가 대한민국의 명운을 위협했다. 차기 대통령 자리에 눈이 멀어 그들은 안보라인과 경제라인을 모두 친자본주의 세력에게 위임했으며, 결국 결과는 대한민국 민생경제의 지독한 유동성 위기이다.

거기에 그 후에 나타나 지금 당 해산 선언을 한 김근태 계열이라고 해서 좀 나은가? 아니다. 결코 그들 못지 않은 인간들이였다. 정치를 자신의 사유물로 여기고 대통령을 무시했던 김근태, 후단협에 붙어 이리저리 저울질 했던, 그 더러운 민주당 깨고 개혁적인 정당 만들자는데 단식이라는 퍼포먼스 하기 바빴던 "재야의 적자" 김근태이다.

그는 더욱 한나라당에 친화적인 정책으로, 자본친화적인 정책으로 그나마 남아있었던 회생의 기회를 잃어버렸다. 왜 그렇게 바보같은 직행을 계속 해야 했느냐? 역시 그도 다름아닌 "대권주자"였다는 것이다.

지금 당적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은 단지 두 부류일 것이다. 첫째로 어떻게든 콩고물 떨어지는 것을 먹으려는 정치 자영업자 부류와, 어떻게든 썩은내를 참고 견뎌보려는 구 개혁당의 양심을 유지하는 사람들이다. 극단을 달리는 이 두 집단의 대결 결과는 보나마나일 듯 하다. 당연하게도 자영업자 집단 뒤에는 의원단이 있으며, 이를 중앙위라는 이름의 권력에 앉히고 있다.

결국, 그들은 그나마 남은 개혁당의 이름을 가지고 민주개혁세력이라는 적절한 포장지를 만들어 선전하기에 이르고, 고건과 민주당에게 바쳤다. 그나마 남아있는 개혁당표 소금이라도 팔아먹고자, 그래서 그 이익을 스스로의 영달과 정치 자영업자의 영속에 사용하고자 가로챘다. 이것은 과연 있을 수 있는 일인가?

당을 밥먹듯이 깨는 그들, 백년정당 만들자고 해놓고 2년마다 당 깨는 그들, 그들에게 우리는 "용서"라는 단어를 사용하면 안될 것이다. 그들을 믿고 지켜온 우리, 그리고 그들을 끝없이 믿고 자신의 모든것을 바쳐 지킨 착하고 선량한 평당원 우리 모두들이 너무 억울해진다.

하지만 이것이 마지막 비망록이 될 것이다. 결국 우리는 그들과의 싸움에서 패배했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사력을 다해도 이길 가능성 별로 높지 않는 대한민국 정치판이라는 게임에서 그들은 우리 편 골대만 쳐다봤다. 그들은 당을 팔아먹었으며, 결국 의도적인 패배와 끝없는 자책골로 당을 사면초가의 반열에 올렸다. 9회말 만루 쓰리아웃으로 결국 게임 끝났다.

수없는 상념이 교차하는 가운데에 비망록을 쓴다. 역사가 아무리 기울고 비틀어져도, 대통령의 말처럼 국민은 언제나 이기는 길로 가야 하기 때문이다. 힘없고 선량한, 단지 아이들에게 조금 나은 미래를 물려주고자 없는 돈과 시간 쪼개며 열린우리당을 도왔던 수많은 평당원들이 아직도 존재한다. 그 사람들이 염원했던 길에 한층 더 다가서는 것이 진정한 개혁 아닌가?

노무현주의를 부르짖으며 대통령에게 붙었던 사람들이, 불리해지니까 대통령부터 뜯어먹으려는 파렴치함은 정말 "혀를 내두르게 한다". 그리고, 그들을 보며 한없이 측은해진다. 꿈 하나 없이 왜 자영업자처럼 정치를 하는 지, 이해할 수 없는 족속들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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