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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 나는 아버지의 연구를 돕기 위해 서해안 갯벌에 다녀왔다. 물이 빠지면 2km 이상 펼쳐지는 완만한 갯벌은 최적의 자연환경을 자랑하고 있었다. 분명 어릴 적만 해도 많았던 생물들이 좀처럼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한 웅큼 손에 움켜쥐면 쏟아져 나오던 갯벌 생물들이 여러 번을 뒤적여야 나오는 것이었다. 집으로 다시 돌아오는 길에 그다지 관심을 가지지 않던 창문 밖으로 눈을 돌려보았다. 내가 창밖을 미처 보지 못한 사이, 푸른빛은 그 만큼 점점 자취를 감추고 있었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한 가득 들어오던 그 여름의 푸르름은 점점 회색으로 변하고 있었다.
@BRI@ 장 지오노의 ‘나무를 심은 사람’.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언론에서 외칠 때면 정치인들은 기자회견에서 한번 쯤 이 책의 이름을 언급했다. 나는 그런 기억을 더듬으며 책의 첫 장을 열었고 책의 마지막 장을 닫으며 실천을 되새겼다. 주인공인 엘제아르 부피에는 끊임없는 노력으로 숲을 이루는 성공을 보여주고 있다. 평범한 사람도 깨끗하고 거룩한 생각을 하며 굽히지 않는 목표를 세워나가면 기적 같은 일을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을 선사하고 있기도 하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급속한 성장은 심각한 도시 문제를 만들고 있다. 한 신문기사에서는 대도시의 연평균 기온이 시골에 비해 5~6도 정도 높고, 공기의 오염은 심각한 수준이라고 보도되었다. 산업혁명이 시작되고 급속한 발전은 우리에게 많은 이득을 가져다주고 편리한 생활을 하게끔 해주었지만, 반대로 환경의 오염이라는 악재를 가져다주기도 했다. 환경의 문제는 사실상 심각한 지경에 이르고 있다. 가장 가까운 우리나라의 경우를 예로들 때, 오존층의 파괴로 인한 봄·가을이 없어지고 있는 실정이 아닌가. 도심에서는 더 이상 산의 푸름을 찾아 볼 수도 없고, 나무의 수는 전 세계적으로 급속히 줄어들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사막화 현상은 지구의 온난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고, 그것은 곧 아프리카계의 기아와 연결되고 있다. 1년에 2만5천에서 5만종의 동식물이 멸종되고 있으며, 이대로 간다면 현재 살고 있는 생물 종의 약 25%가 30년 이내에 지구에서 영원히 사라질 것이라는 사실은 안타까움을 더 하고 있다.
학창시절, 우리 선생님들께서는 항상 환경문제에 관한 심각성을 일깨워 주려고 하셨다. 환경 그림그리기 대회라든지 독후감 쓰기 대회 등을 통해 환경 문제에 관한 생각을 한번쯤은 하게끔 만드셨지만 그것은 우리에게 의무였을 뿐 마음에 직접적으로 와닿지 않았었다. 어렸었던 우리와 마찬가지로 어른들까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환경에 대한 인식을 좀처럼 깨우치지 못한다. 그냥 그러려니 하는 마음으로 환경에 대한 보도를 들을 뿐이다.
지금도 지구 어디엔가는 부피에와 같은 사람들이 존재 할 것이다. 이 순간에도 지구는 점점 오염에 병들어 가지만, 희망을 안고 그것을 키우는 사람들이 존재하기에 시간은 흘러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한 그루의 나무라도 소중히 할 줄 알고, 그 나무로 인해, 작은 나의 마음으로 인해 세상이 바뀔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길 소망한다.
나무를 심는 사람. 몇 년 후 내가 다시 이 책을 열었을 때, 내 마음에는 몇 그루의 나무가 심어져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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