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우리도 말할 수 있다!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

검토 완료

신선희(sin35hun)등록 2006.12.21 08:44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의 포스터. ⓒ 네이버 영화

지난 2005년 제 10회 부산영화제에 올라 최다 4개 부문을 수상했던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는, 범상치 않은 제목부터가 우리의 관심을 끌어 모은다. 대한민국 남자라면 이미 다녀왔거나 이제 갈 날만 기다리고 있는 경우 등 누구나 군대에 대한 경험을 가질 수밖에 없다. 영화 포스터를 통해서도 볼 수 있듯이, 이 영화는 군대 안에서 일어나는 소위 ‘남자들만 아는 일’을 그린 영화이다. 군복 입은 캐릭터들의 모습과 타이틀은 한 눈에 내 관심을 끌었다.

영화 초반부터 끝날 때까지 칙칙한 배경과 암울함을 물씬 느낄 수 있는 조명이 계속된다. 때문에 그다지 밝은 내용의 군 생활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과 확실히 저예산으로 만든 영화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BRI@ 군 생활 말년에 접어든 병장 태영의 내무반에 승영이라는 새로운 신참이 후임병으로 오면서 일은 시작된다. 승영은 태영의 중학교 동창으로 명문대에 다니다 이제 막 군에 들어온 친구였다. 고참이란 이유로 신참들에게 함부로 폭력을 행사하고 물건을 함부로 뺏는 등 온갖 괴롭힘을 가하는 군대 내부의 질서. 항상 합리성을 중하게 생각하는 승영은, 그것을 납득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에 대한 반감을 표시해 늘 선임들에게 평판이 좋지 못했다. 이런 승영을 태영은 친구이기 때문에 항상 감싸고 방패막이가 됐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태영의 제대 날이 다가오고 승영은 홀로 남겨진다.

승영은 자신이 늘 변화시키려 했던 군대 질서가 어쩔 수 없는 것임을 느끼고, 군 생활에 적응하며 현실에 안주하려 한다. 어느덧 승영도 지훈이라는 후임병을 두게 된다. 그는 늘 자신이 ‘난 고참 되면 안 그럴 거야.’라고 생각했던 다짐들을 지키기 위해 지훈에게 인간적으로 대한다. 그러나 여자 친구와의 이별로 극도로 흥분한 지훈은 함부로 행동한다. 이런 그에게 화가 난 승영은 군기를 잡으려 했는데, 그 사이 지훈은 화장실에서 자살을 한다.

지훈의 자살로 죄책감과 괴로움에 시달리던 승영은 제대한 태영을 찾는다. 제대 후 여자 친구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등 평탄한 생활을 하던 태영은, 1년 만에 갑자기 자신을 찾는 승영에게 거부감을 느낀다. 자신이 군대 안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 군대와 관련된 모든 이야기를 듣기 싫었던 태영은, 승영과의 만남을 꺼렸다. 친구이기에 하는 수 없이 만날 약속을 정하지만, 군 이야기가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해 여자 친구와 함께 승영을 만난다. 태영과 둘만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던 승영은, 그렇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둘만 있는 상황에서 승영은 이야기를 꺼내지만 결국, 태영은 승영의 하소연을 거부한다.

친구를 여관방에 혼자 내버려두고 온 것이 마음에 걸렸던 태영은, 술과 안주거리를 잔뜩 사서 다시 승영을 찾았다. 그러나 그가 찾은 건 욕조 안에서 자살한 승영의 주검이었다. 그렇게 함께 군대 생활을 하던 자신들을 회상하며 영화는 끝난다.

영화 속에서 승영은 어딜 가든 항상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는다. 죽는 순간까지 높은 볼륨으로 음악을 듣고 있었다. 어쩌면 단순히 일상적인 모습일 수도 있지만, 나는 그의 태도에서 현실도피 의식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최선을 다해 권위적 질서에 도전하려 하지만, 결국은 넘을 수 없는 군대 내에서의 현실의 장벽에 그는 현실과 타협을 시도한다. 그러나 죄의식에 괴로워하다 결국은 죽음이라는 새로운 도피처를 찾는다.

함께 영화를 본 예비역들은, 어느 정도 거부할 수 없는 남자들만의 위계질서가 잘 나타났지만 너무 어두운 단면에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후임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는 잘 없고 대신 언어적 괴롭힘이 강한 건 사실이라고 한다. 그래도 남자들만의 의리도 있고 밝은 생활도 많으며 추억이 될 만한 것들도 많다고 한다. 군 생활이 반드시 암울하기만 하다는 것은 아니란 것이다. 물론 그럴 수도 있겠지만 이 영화를 보는 동안 ‘참 남자들 불쌍하다.’란 생각을 많이 했다. 그리고 이런 모습은 비단 군대 안 만의 모습은 아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사회 역시 마찬가지다. 힘, 서열에 대한 도전은 참으로 힘들다. 삭막하고 자생해야하는 이 사회 속에서, 살아가야 할 앞날을 생각하다보니 성년의 날을 맞은 나로서 걱정이 앞선다. 그리고 확실히 군대라는 공간은 사회생활을 제대로 배우고 오는 곳이란 생각도 든다. 그리고 끝까지 과제를 안은 채 생을 마감한 승영이나 지훈, 일상으로 도피해 그 안에서의 생활을 완전히 잊으려 하는 태영. 모두가 안타까움을 낳았다. 그렇지만 현재 승영과 같은 사람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는 이야기에서 희망도 보인다.


신선희(sin35t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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