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대 명절 추석. 지금은?

추석의 의미를 잃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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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희(sin35hun)등록 2006.12.21 08:48

민족의 대 명적 추석. 풍요로워 보인다. ⓒ http://imagesearch.naver.com/search.naver?

는 이름으로 우리들에게 풍성함을 가져다준다. 워낙에 그 유래가 깊은지라 음식, 놀이, 여러 가지 관습 등 다양한 한가위 문화가 전해져 내려온다. 유교문화가 지배적 이어왔던 한국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 중 하나가 명절 때만 되면 정체되는 고속도로 모습이다. 모두 고향을 떠나 도시에서 생활하다가 명절을 맞이해 고향에 가 차례를 지내고자 많은 사람이 몰리는 것이다. 그런데 그동안 당연하게 여겼던 이런 광경들이 우리 주변에서 많이 사라져가고 있다. 시대가 변한 탓일까.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쯤일까. 추석이 다가오면 가족들과 제례시장에 가서 갓 나온 햇과일을 구경하고 사촌들과 근처 밤나무에서 밤을 따거나, 오빠들이 꺾어준 갈대나 코스모스를 들고 좋아서 폴짝폴짝 동네를 쏘다니던 모습이 연상된다. 그 때는 명절 때 그 동안 흩어져있던 친척들을 만나는 게 너무 좋았고, 학교에서 수업시간에 배운 명절 풍습이나 놀이를 그대로 흉내내보는 것이 엄청난 즐거움이었다. 가족들과 빙 둘러앉아 윷놀이를 한 판 즐기는 것도 어린 내겐 큰 보람이었다.

올해 추석, 여러분은 무엇을 하면서 보냈는가. 나의 경우 징검다리 휴일을 줄곧 과제를 하거나 컴퓨터를 하면서 보낸 기억밖에 나질 않는다. 물론, 차례도 지냈고 명절 음식도 해먹었지만 예전 같은 정겨움이 사라진 것 같다. 예전에는 명절 음식도 우리들의 어머니들이 손수 해주신 걸 먹곤 했다. 하지만, 요즘은 차례음식 준비하는 것이 번거롭다며 업체에 주문을 하는 경우도 파다하고, 가족들이 빙 둘러앉아 송편을 빚으며 담소하는 재미도 사라졌다. 대부분 떡집에 주문을 해서 사먹는 형식을 취한다. 물론, 음식담당은 여자들 몫이라는 인식이 지금은 많이 사라져 다른 가족 구성원들도 준비를 돕고 있지만, 아예 귀찮다 싶으면 주문버튼부터 클릭하는 시대다. 대부분의 가정이 맞벌이 부부란 점에서도 기인하겠지만, 번거로운 것을 질색하는 현 시대적 상황이 만든 광경은 아닌가.

@BRI@ 추석 특집 프로그램도 그렇다. 어렸을 때는 추석이 다가오면 꼭 신문의 방송프로그램 편성표를 확인하곤 했다. 어떤 특집 만화가 방영될까. 어떤 영화가 방영될까 하는 설렘으로 말이다. 대체로 가족들이 함께 볼 수 있는 것들을 많이 보여줬기 때문에 식구들이 텔레비전 앞에 앉아 함박웃음을 혹은 연신 눈물을 훔치며 담소를 나누며 재밌게 봤었다. 또, 가족의 의미를 살릴 수 있는 특집 드라마나 다큐멘터리 등을 보면서 어른들의 설명을 들으며 공부도 했었다. 하지만, 2천 년대의 추석 방송프로그램은 어땠는가. 주로, 대중들에게 흥행했던 영화를 시간대별로 편성해 보여준 것밖에 되지 않는다. 어찌 보면 추석에 어울릴만한 프로그램인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추석은 말 그대로 오랜만에 친척들이 한 자리에 보내는 때다. 그런 만큼 가족들에게 진한 감동을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편성하는 것이 정석이 아닐까.

예전에 보던 놀이문화도 많이 사라졌다. 윷놀이는 워낙 대중적이다 보니 아직 하는 사람들이 많긴 하지만, 주변에서 들어보면 대체로 어른들은 고스톱을 치고, 아이들은 제각각 자기 방으로 들어가 컴퓨터 오락에 푹 빠져 나오질 않는다고 한다. 가족 간에 유대감도 사라지고 모인 취지도 상실하는 것이다. 우리 어린이들에게 질문했을 때, 그 아이들이 알고 있는 추석 고유의 놀이는 몇이나 될까. 그렇다면, 우리가 기억하는 풍습은 얼마나 되는가.

본래 추석은 추수철에 지냈던 명절로, 농업이 중심이었던 과거의 우리 모습을 잘 나타낸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더 이상 농업중심 국가가 아니다. 다양한 산업이 등장하고 여러 가지 기술이 고도로 성장하면서, 예전과 다른 생활양식이 등장하고 그 풍토도 많이 변했다. 하지만, 여전히 추석은 우리가 정서적 공감대와 일체감을 가질 수 있는 유대적 존재이고 한국인들에게 마음의 고향을 제공한다. 이젠 예전과 달리 대가족이 아닌, 각자의 진로에 따라 가족들이 전국으로 뿔뿔이 흩어져 사는 시대다. 이럴 때 설이나 추석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크다. 어쩌면 2·3차 산업이 더 중심이 돼버린 지금 이 시대에, 햇과일과 곡식을 추수하고 다음 풍년을 기원하는 추석이 별 의미를 갖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추석은 오랫동안 우리의 정신으로 계승돼 왔고, 오랜 세월동안 많은 위기에 직면한 한민족에게 하나로 뭉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해왔기 때문에 여전히 많은 사람들 의식 속에 중요한 날로 남아있는 것이 아닐까.

시대에 맞춰 그 문화가 변하는 것도 당연한 것이지만, 이 소중한 명절의 순수 의미와 옛 풍습이 사라지지 않았으면 하는 심정이다. 최첨단만을 꿈꾸는 이 사회에서 깨끗하게 남아있을 수 있는 것이 몇이나 되겠는가. 편한 것만 찾지 말고, 이 명절의 본 취지를 잘 살리면서 민족이 하나 되어 맞이할 수 있는 그러한 날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신선희 (sin35t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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