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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 자고나니 또 배가 고프다. (뱃속에 그지가 들었나보다) 아저씨들과의 약속시간까지 아직 시간이 남았으므로, 배도 채우고 거리구경도 할겸 빠하르간즈로 나선다. 다양한 노점
음식 냄새가 심히 식욕을 심히 자극하나, 상인이나 조리기구의 청결상태를 볼때 아직 먹을 엄두가 안난다. 배도 고프고 목도 말라 생수나 한병 산다.(역시 1L에 10Rs!!)
뭔지 모를 온갖 물건을 파는 가게들이 모두 문을 열고 제각기 손님을 불러대는 거리에
@BRI@릭샤들은 경적을 울려대며 달려가는데, 소들은 여전히 도로 한복판을 차지하고 앉아 있다. 군데군데 질퍽거리는 물질들은 분명 소똥이고, 거리를 뒤덮은 향내음으로도 가려지지 않는 이 오묘한 냄새의 근원도 분명 저것 이리라. 덥고 시끄럽고 머리아프고 배고프다.
가이드북에서 추천하고 있는 식당 간판이 보이길래 일단 들어는 갔는데, 벌써 물 한병을
다 마신지라 무얼 먹고자 하는 의욕이 안난다. 하지만 이 씨원한 에어컨 돌아가는 공간을 포기하고 다시 뜨거운 거리로 나갈 생각은 더더욱 없다.
자리에 앉아 벽에 붙어 있은 메뉴를 찬찬히 읽다보니 Islaeli Sandwich와 Islaeli Salad라는 낯선 음식이름이 보인다. 이스라엘에서는 제대군인에게 국가에서 돈을 줘서 해외여행을
내보낸다더니 이스라엘 사람이 여행을 많이 오기는 오나보다. 그러고 보니 바로 앞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두 남자도 유대인 헤어스타일이다.
뜬금없이 '이스라엘 사람들은 뭘 먹고 사나?'가 궁금해져서 Islaeii Salad를 주문해 봤는데
토마토 오이 당근을 그냥 작게 썰은 것에 레몬 반쪽 곁들인걸 먹으라고 갖다준다. 이걸 '음식'이라고 해야 하나? 레몬을 쥐어짜 생야채에 뿌려 먹자니 '이스라엘 사람들이 참 불쌍하게 먹고 사는구나. 그래서 그렇게 독해졌나? 레바논 폭격하는것 좀 봐'하는 생각과 함께
'이게 정말 이스라엘 음식이긴 할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앞자리에 앉은 유대인들에게 물어 보려다 관둔다. 괜히 영어로 말 걸었다가 길어지면 골치 아프다.
생야채가 피로회복에 좋을것 같아 다 먹어보려 했으나 아무래도 무리다. 그냥 남기고 나와도 되련만 굳이 구석에 앉아있는 한국여학생들을 찾아가 '몸에 좋으니 맛이 없어도 다먹으라'며 덜어주는 오지랖을 떤다. 내가 저 나이때 낯모르는 아줌마가 외국까지 나와서 이러
면 얼마나 주책이라고 흉을 봤을까?하는 생각이 들지 않은것은 아니나. 이 나이가 되니
먹을것 버리는게 더 못할 짓이다. 다행히 이 친구들은 웃으며 고맙다고 인사하고 받는 정도의 예의는 있다. 먹던지 버리던지는 그들 몫이다.
약속시간에 맞춰 아저씨들을 만나 지하철을 타러 델리역쪽으로 간다. 테러위협 때문에 역 광장 쪽이 아닌, 기차역 뒷쪽에 만들었는 델리 지하철역을 다행히 기차역을 가로질러 어렵지않게 찾는다. 초행의 외국인인 나도 찾을수 있는 전철역을 테러범이 못찾을라나?
지하철 입구를 내려가니 방금전 지나온 빠하르간지나 기차역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세상이 펼쳐진다. 넓직하고 조용하고 무엇보다 씨원하다.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옷차림도 깨끗하고, 이상한 향냄새도 안난다.
표를 사서 개찰구를 통과하니, 공항공색대와 같은 문이 서있고, 거기를 통과하면 다시 군인(경찰?)들이 한사람씩 짐 검색을 한다. 외국인도 예외가 없어서 작은 손가방만 메고 있
는 나는 비교적 쉽게 통과됬으나, 아저씨들은 가방과 주머니 속의 물건들을 일일히 꺼내 보내느라 시간이 꽤 걸린다.
지하철 안에 머무는 시간보다 지하철 타러 들어가는 시간이 더 걸리는 형편이지만 길게
늘어선 줄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불평.불만이 없이 기다리는걸 보니 인도인들이 느끼는
테러의 공포가 체감된다. 지난번 테러가 뭄바이 기차역에서 있었으니 델리 지하철도 결코 안전하다고 할수없다. 이 평화로운 공간에 불시에 폭탄이 터지고 수많은 사람들이 이유도 모르고 죽고 다칠 생각을 하니 어떠한 대의 명분이 있던 테러는 정말 해서는 안될 짓이다
낮시간이어서인지 지하철 안은 빈자리가 드문드문 눈에 띌 정도로 한산하다. 승객들이
안보는척 하면서 (우리가 전철에서 외국인에게 그러듯) 수시로 우리를 힐끗힐끗 보는게
느껴진다. 외국인이 널리고 깔린 공항이나 빠하르간지에서 받아보지 못한 외국인 대우를
여기에서 비로서 받아보는구나. 하지만 머릿수로 무장한 한국인들은 전혀 주눅들지 않고
'어..시원타!'만 연발한다.
목적지에 이르니 좋은게 아니라 다시 뜨거운 지상으로 올라가야 한다는 생각에 끔찍하다.
순환선이면 계속 타고 몇번 돌고 싶을 지경이다. 티베탄꼴로니가 전철역 '앞'이 아니고
'근처'라고 나와 있는고로, 검색대의 경찰(군인?)에게 길을 확인한다.
나: 티베탄꼴로니가 어느쪽이야? 걸어갈만 해?
그: 지하철역을 나가면 사이클릭샤가 많이 있을테니 그걸 타고 가.
나: 얼만데?
그: (어깨를 들썩하며) 5 or 10Rs??
나: (가깝군) 고마워.
지하철역을 나서니 그가 말한대로 싸이클릭샤가 서있기는 한데, 택도 없는 가격을 부른다.
갑자기 내 입에서 생각치도 않던 유창한(?) 영어가 튀어 나온다 "I know the price! Don't cheat me!!" 값 다 아니까, 장난칠 생각마.. 언젠가 영화에서 봤던 대사가 어찌 이렇게 적확한 순간에 튀어 나오는지? 스스로 감격하고 있는데, 대사만 따라한게 아니라, 그때 그 배우의 거만한 표정도 그대로 따라 했는지, 릭샤꾼들의 태도가 갑자기 양순해진다. 한 대는 아저씨들이 함께 타실꺼고, 나도 과히 가벼운 체중은 아니니 한대당 20Rs씩 주기로 하고, 다시 한번 'not per a person, per a car 20!!"를 확실히 한후, 릭샤에 오른다.
달리다 보니 생각보다 먼 거리다. 가만히 있어도 옷이 땀에 젖어드는 무더운 날씨에 힘겹
게 페달을 밟아대는 릭샤꾼의 여윈 등판을 보며 가자니, 육중한 내 몸이 미안하고 부끄럽
다. 때맞춰 비까지 흩날린다. 뒷좌석에는 천막형태의 지붕이 있어 괜찮지만, 이미 땀에 전 릭샤꾼의 등이 이번에는 빗물에 옴팡 젖어든다.
아무래도 돈을 좀 더 줘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내리는데, 먼저 도착한 아저씨들과 릭샤꾼
사이에 실갱이가 벌어져 있다. 한사람당 20Rs를 라고 한단다. 돈을 좀 더 주려던 생각은
저만치 사라지고 짜증만 난다. 망설이는 아저씨들 손에서 20Rs 한장을 빼틀어 릭샤꾼에게 주고 '뭔소리냐? 아까 분명히 한대당 20Rs라고 했잖냐?'고 (무섭게) 말하고 대답도 들을것 없이 뒤돌아서 선다. 뒤에서 뭔가 궁시렁거리는 소리가 들리기는 하나, 다행히 따라오지는 않는다.
좁은 골목길을 따라 물어물어 가이드북에서 추천하고 있는 '티벳승려가 운영하는 조용하고 안전하고 깨끗하고 친절한 게스트하우스'를 찾아 갔으나. 역시나 만원. 주변에 새로 지
은 깨끗한 숙소가 많아 굳이 방을 찾으려면 찾을수도 있을것 같으나, 아무래도 교통이 불편하다. 전철에 릭샤에..교통비도 교통비지만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 지저분한 환경에
도 불구하고 빠하르간지가 여전히 여행자의 아지트로 남는 이유를 알겠다.
다시 뜨거운 거리로 나갈 엄두가 안나, 에어컨 가동중인 레스토랑에서 좀 쉬었다 가기로
한다. 당연히 친한 친구들끼리 같이 여행을 온걸꺼라 생각했던 아저씨들은 의외로 한달전에 절에서 처음 만난 관계라고 한다. 경상도 아저씨가 미국에서 10년 살다 귀국해서 아는
스님이 계시는 절을 방문했는데, 마침 직장을 그만두고 그절에 들렀던 전라도아저씨와
둘이 의기투합해서 인도배낭여행을 오게 됬다고..
전라도아저씨 왈 '나는 영어를 모릉께~ 저 친구는 영어가 됭께~' 허걱~ 어젯밤에 택시에서 경상도 아저씨가 담뱃갑을 움겨쥐고 'Can you...Can you..'하면서 어쩔줄 몰라하는걸 눈치빠른 기사가 "Yes~"해서 담배를 피우게 하는걸 봤는지라 웃음을 참기가 힘들다.
어제는 '나이든 사람이니 영어가 익숙치 않을수 있지'하고 별 생각없이 넘어갔는데, 미국에서 10년을 살다 왔다면 이야기가 다르지 않은가? 미국 어디서 어떻게 10년을 살았길래
"Can I smoke?"가 한방에 안나오나? 그러면서 자신이 영어가 된다고 사람까지 달고 여행을 오는 배짱은 또 뭔가?
더워서 나는 일단 너무 북쪽지방으로 올라갈 생각이라고 했더니, 아저씨들이 방향이 같으니 자신들과 함께 다니자고 한다. 글쎄..그건 좀 생각해 볼 문제다. 인도여행은 혼자 와도 곧 일행을 이루어 함께 다니게 된다는 이야기를 듣기는 했다. 아무래도 여럿이 다니는게
안전하고, 경비도 절약되니까..하지만 나는 굳이 일행을 만들 생각이 없다. 길에서 만난 인연들은 길 위에서는 서로 끔찍히 챙기고 배려하나, 대부분 그다음 인간관계까지 연결되지는 못하며 피차 그런걸 기대해서도 안된다. 여행과 함께 끝나는 관계는 한동안 나를 허전케 할꺼다. 게다가 다니는 동안 불쾌하거나 피곤한 상황이 벌어질수도 한다. 혼자인게 제일 편하다. 그러려고 온거고..
'글쎄요..'하며 내가 뜸을 들이자, 아저씨들이 이번에는 내가 갈까?말까? 고민중인 스리기
나르지역을 무사히 통과할수 있도록 지켜주겠다고 호언장담을 한다. 헛헛~ 총알이 날아오고 폭탄이 터지는 상황에서 누가 누구를 지켜주나? 한국남자들의 저 허풍. 그리고 아내를 제외한 세상 모든 여자들에 대한 저 헛되고 과한 친절..(스리기나르 : 파키스탄 접경의 국경분쟁지역으로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하나, 하루건너 한번꼴로 폭탄테러와 총격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이번 뭄바이테러도 그쪽 독립운동의 일환으로 추측된다 )
어째튼 셋이 움직이면 무슨 일이 생겨도 하나는 살아 남을테니 집에 연락은 해주겠지?
사람들이 좀 만화같기는 하지만 과히 나쁜 사람들 같지는 않고, 셋이 함께 움직이면 버스탈돈으로 지프를 대절할수도 있으니 스리기나르까지만 같이 움직여 볼까? 내가 여러가지 변수를 생각하며 미적거리고 있는데, 전라도 아저씨 왈 "영어도 잘하는거 같은데, 우리 좀 데꼬 다녀요!!'
헛헛~ 내 불안한 영어를 잘한다고 하시니, 이 아저씨가 정말 영어를 젼혀 모르시는구나.
그러고보니 경상도아저씨도 오늘 하루종일 영어라곤 입도 벙긋 안하고 내 뒤만 쫒아 다니
셨다. 말하는걸 들어보니 달랑 가이드북 한권만 들고왔지 별다른 정보도 없다. 저 상태로
둘이 여행을 하다보면 고생이 심할텐데.. 그냥 스리기나르까지만 '데꼬' 다니까?
'저는 일단 맥그로간지로 갈껀데요. 거기가 고지대라 시원하대요. 11시간이나 가야해서
좀 비싸긴 하지만 볼보버스 타고 가려는데, 같이 가실래요?'하니, 아저씨들이 단박에
그러시겠단다. 솔직히 맥그로간지가 어딘지, 볼보버스가 뭔지도 모르시는것 같지만...
지하철역까지 돌아오는 길은 3명 모두 앙상한 릭샤꾼의 등판을 보며 싸이클릭샤를 타고
가는게 내심 불편했던터라, 오토릭샤를 타기로 한다.불쌍하면 더많이 이용해서 그들이 돈을 벌어 먹고 살게 해줘야 할텐데, 때로 이성적 판단은 감성적 불편함을 넘어서지 못한다.
다시 검색대를 거쳐 가방검사를 받고 지하철을 타고 버스터미널이 있는 카시미르역으로
간다. 맥도널드와 도미노피자 간판이 있는 현대식지하철역 바로 옆의 버스터미널은 시계
를 몇십년 뒤로 돌린듯 어둡고 복잡하고 지저분하다.
다시 물어물어 맥그로간지행 표를 파는 창구를 찾아 촘촘한 철창까지 가로막고 있는 먼지낀 유리창에 난 조그만 창구에 머리를 디밀고 '여기가 맥그로간지 가는 표 파는데 맞느냐? 얼마냐? 내일 몇시에 떠나냐?'등을 묻고 있는데, 뒤에서 '우린 몰라요. 우리 가이드한테 물어보세요'하는 경상도아저씨의 목소리가 들린다. 뒤를 돌아보니 대학생으로 보이는 한국청년이 커다란 배낭을 짊어지고 내게 말을 걸어온다. (헛헛~ 나쁜 아저씨..내가 그새 무
임금 가이드가 되어있구나)
그: 여기가 마날리 가는 표 파는데 맞나요?
나: 그건 모르겠고, 마날리까지 한번에 가려면 너무 무리니, 일단 우리랑 맥그로간지까지
가지 그래요?
그: (제시닥) 네!
나: (당황해서) 아니예요. 아저씨들이 지금 장난하시는거고, 나는 가이드도 뭐도 아녜요
그: 저도 꼭 마닐리까지 가야 하는건 아니예요. 맥그로간지도 좋죠
일반버스 요금이 400Rs인데 반해 볼보버스 요금은 거의 2배에 이르는 775Rs이다. 값이
비싸다고 빨리 가는건 아니고, 단지 좌석이 조금 편할뿐이지만 밤새 11시간을 타고 가야
하는지라 볼보버스표를 산다, 학생도 우리처럼 내일 출발하는 볼보버스표를 산다.
제대하고 복학하기 전 남는 시간을 이용해서 혼자 한달간의 인도여행을 왔다는 학생은
우리처럼 어제 인도에 도착해서 오늘 델리시내관광을 했는데, 너무 더워서 일단 북쪽으로 올라가는 중이라고 한다. 아저씨들은 요새애들 치고는 수더분한 학생이 마음에 드셨는지, 같이 저녁이나 먹자고 하신다. 이국땅에서 혼자 여행하는 젊은이를 만나 저녁한끼 못사줄 이유는 없지만, 만난지 10분도 안되서 일방적으로 같이 밥먹으러 가자고 하다니..역시 만화같은 아저씨들이다.
다시 지하철을 타고, 델리의 고급상가 밀집지역으로 알려진 코넛플레이스로 향한다. 학생
에게 음식점 선택을 일임하고, 어른(??)들은 천천히 길거리 구경을 한다. 뭐..그닥 고급스
러워 보이지도 않는다.
학생이 가이드북에 코를 박고 연구한 결과, 근처에 유명한 중국집이 있다며 거기로 가잔
다. 나이든 수위가 깍듯이 인사를 하고 열어주는 문을 들어서니, 아..씨원씨원~ 어느새
에어컨만 돌아가면 어디든 일단 좋다. 다행히 골고루 시켜 나눠먹은 돼지고기, 닭고기,
양고기 요리는 우리나라에서 먹던 중국음식과는 다르지만 식성에 맞고 맛있다. 하루종일
맥주타령을 하시던 아저씨들께 맥주를 드실 기회를 드리고자 했으나, 술은 Fruit Beer라는 거의 과일쥬스에 가까운 사이비술만 판다.
빠하르간지와는 차원이 다른 가격대지만 저녁시간이 되자 가족단위의 인도인손님들이
모여들어 빈자리가 없을 지경이다. 사람들의 옷과 표정도 낮동안 본 인도인들과는 많이
다르다. 빠하르간지가 인도의 전부가 아니라는걸 유념해야 겠다.1000Rs가 넘게 나온 계
산서를 학생을 뺀 셋이서 나누어 낸다.(이래서 어른말을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는
옛말이 있다)
빠하르간지까지 돌아가는 길은 전철 한 구역 거리로 별로 멀지 않으니, 구경도 할겸 천천히 걸어가자는 의견이 나와, 그러기로 한다. 시키지 않아도 학생이 가이드북에 코를 박고 길을 찾아 앞장서고 어른(??)들은 설겅설겅 구경하면서 그 뒤를 졸졸 따라간다. 깜깜하고 한적한 뒷골목을 지나도 쪽수가 있으니, 두려울게 없다.
한참후에 불빛이 보이고 빠하르간지에 접어들었는데, 누군가 내게 휙~ 인사를 하고 지나간다. 여기서 내게 인사를 할 사람이 누군가? 뒤를 돌아보니, 아침에 본 그 택시기사가 바쁜일이 있는지 부지런히 걸어가고 있다. 그렇지않아도 아침에 뭘 좀 주고 싶은걸 못줘서 걸렸는데 다시 보니 너무 반갑다.
바쁜 마음에 한국어로 '아저씨~'하고 부르며 뒤따라가 5$ 한장을 내민다. 10$주려다 5$주
려니 왠지 찔려서 'It's not big money but..'하고 운을 떼니, 그가 얼굴가득 함박웃음을
지으며 'Madam. It's big money for me. Thank you! Thank you!!'한다. 흠..그럼 됬다.
많지 않은 돈으로 저녁 어스름에 누군가의 얼굴에 이처럼 환한 웃음이 번지게 해줄수 있어서 내가 더 기쁘다. (그리고 나도 5$ 벌었다.^^)
숙소가 우리랑 좀 떨어져 있는 학생과 헤어지려는데, 아저씨들이 당연하다는듯이 '내일 오후 7시에 터미널에서 만나자~'하시고, 학생 역시 당연하다는듯이 '네~'하고 간다. 어느새
3인조가 아니고 4인조가 됬나 보다. 젊은피가 수혈된게 나쁠껀 없다.
'맥주 한잔 하고 들어가라'는 아저씨들의 권유를 뒤로 하고, 숙소에 들어와 잠을 청하려니
자꾸 웃음이 나온다. 노트북 잃어버려 혼비백산했던게 오늘 아침 일인데, 그새 아득한 옛일처럼 느껴지는 것도.. 인도에 도착한지 24시간도 안되서 계획에 없던 일행이 3명이나 생긴것도.. 따지고 보면 일행이 생긴 것도 다 노트북 잃어버렸다 찾은 일 때문이다. 그 이야기 아니었으면 아저씨들과 길게 얘기 나눌 일도 없었고, 터미널에서 헤메는 한국대학생을 끌고가 저녁을 사먹일 일도 없었을테니..여행의 묘미는 역시 그 예측불허성에 있는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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