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공화국의 의미'를 곱씹어 보며

홍세화 선생의 강연을 듣고

검토 완료

정지언(pensacola)등록 2007.01.23 08:52
2007년 1월 17일 수요일 1교시 ‘교원단체의 이해’라는 강연이 예정되어 있었다. 전교조단체에 대한 설명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강당에 들어섰는데 나의 좌석 몇 발자국 앞에 홍세화씨가 앉아 있었다. 강연자가 누구인지 몰랐기에 반가움이 컸고 인사를 건네자 나를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 반갑게 맞아주었다.

전교조에서는 한 시간이라는 예정된 시간 동안 전교조를 소개하는 것 보다 홍세화씨의 감동적인 강연이 더욱 가치 있을 것이라 판단하고 강연을 요청했나보다. 소중한 말씀을 담아내기에 50분은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어서 무척 아쉬웠다.

@BRI@일상성으로서의 의식

먼저 일상성으로서 의식을 화두로 시작하였다. 교사들은 과연 노동자로서 의식을 가지고 있는가? 일상 속에서 지식인, 문화인으로 의식하고 있는가? 안정된 시선에 함몰되어 내면의 성숙(?)에는 별 관심이 없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자신과 긴장하며 사회와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아야 한다고. 교사는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사회 비판적인 안목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다음으로 교사는 학생들을 민주공화국 구성원으로 길러 내야한다고 했다. 프랑스가 혁명을 일으킨 후 공화국에 대하여 열띤 논쟁과 토론으로 제대로 된 공화국을 세울 수 있었던 반면 대한민국은 그런 과정을 거치지 않아서 올바른 공화국으로 자리매김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학교라는 공간은 더욱 민주적인 공간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 분위기에 익숙한 교사들은 부단히 의식하고 고민해야만 학생들을 민주적인 시민으로 길러 낼 수가 있을 것이다. 민주공화국의 의미에 대해 시간을 내어 생각해본 적이 있었던가?

존재와 의식 사이의 괴리

민주주의는 희랍어로 demos cratos로 다중이 지배하는 사회다. 우리 사회는 20:80(부유한:가난한)의 사회구조로 80에 속해있는 가난한 사람들이 20을 늘려가도록 노력해야 하지만 그 구조를 깨뜨리고 있지 못하고 있다.

왜 바꾸려고 하지 않을까? 왜 20을 늘리려는 정책형성에 참여하지 않을까? 그것은 존재와 의식 사이의 괴리에서 비롯된다고 했다. 학교교육을 통해 존재를 배반하는 의식을 갖게 되었고, 사회인이 되어서는 편파적 보도를 일삼는 언론을 통해 배반 당한 의식을 더욱 공고히 하게 된다.

<사회구성원은 누구나 자신의 정체성을 정확히 알아야 자신의 처지를 개선하면서 행복을 추구할 수 있다. 우리가 흔히 극복해야 한다고 말하는 민족모순, 계급모순도 사회구성원들에게 민족적 계급적 정체성에 대한 인식이 있을 때 가능하다. 이 점에서 ‘존재가 의식을 규정’하는 것은 존재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 반세기 동안 관철된 국가주의 교육은 대부분의 사회구성원들에게 자신의 민족적 · 사회경제적 정체성을 배반하는 의식을 갖도록 작용했다. 반공교육과 체제순응교육, 복장, 두발 단속, 훈화, 애국조회, 국민교육헌장 교육과 국가경쟁력 강조 등으로 사회구성원들에게 국가주의 이데올로기를 주입한 반면, 현대사 교육을 비롯한 비판적 의식을 함양하기 위한 교육은 철저히 배제했다. 그 결과 노동자 의식, 농민의식을 갖기는커녕 거꾸로 노동자의 존재, 농민의 존재를 배반하는 의식을 형성했다. >
- <빨간 신호등/ 존재와 의식/ p. 253 중에서>

소유냐 존재냐

공화국의 연원은 희랍어로는 Res publica이며 이는 공적인 일을 뜻한다. 민주공화국이라고 헌법에 나와 있지만 공화국의 뜻을 바로 알고 있는 이는 드물다. 그러니 삼성 공화국이니 부패공화국이니 하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공공의 일이 더욱 가치로워야 할 공화국의 사회 현실은 개인의 사유 재산권이 생존권 보다 더 사수되고 있는 실정이다. 에리히 프롬의 ‘소유냐 존재냐’의 물음은 이러한 사회 현실에 생각할 거리를 던져 주는 질문으로 아주 의미 있어 보인다.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자신의 삶을 고민하고 성찰하고 있는지 돌이켜 봐야한다. 혹시 나는 소유하기 위해 살고 있지 않은가? 존재에 대한 믿음과 삶의 소중함을 인식하며 살아야 진정 자유로울 수 있다. 자신이 자유로울 수 있을 때 학생들의 삶의 소중함도 인식할 수 있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가야 할 사회는 공적인 일이 진정 가치가 있는 보다 성숙된 민주 공화국의 모습이었으면 한다. 그러한 민주공화국의 모습을 상상해본다.

ⓒ 2007 OhmyNews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