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원권 신권은 유럽 지폐의 짝퉁?

- 신권 도안 모티브, 유럽 과학 컨셉트 지폐와 비슷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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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기(imbg)등록 2007.02.05 20:01

만원권 신권 뒷면 디자인의「천문도 + 망원경」조합 붉은 네모안은 보현산 천체 망원경(외제이며, 세계 50번째도 못드는 소형이다) ⓒ 임병기



이 망원경이 난데 없이 등장한 원인을 파악하기 위하여「천문도 + 망원경」모티브의 유래에 대해 관심을 집중하고 있던 차에 인터넷 검색 중 아래 사진을 발견한 순간 그 의문이 눈녹듯이 스르르 풀렸다.

영국 지폐(1파운드) 만유인력을 발견하여 천체의 운동 법칙을 밝혀낸 뉴튼과 「천문도 + 망원경」조합 ⓒ 임병기




이태리 지폐 망원경을 발명하여 천체를 관측, 지동설을 제창한 갈릴레오와「천문도 + 망원경」조합 ⓒ 임병기



위 사진들과 비교해 보면 '아하, 보현산 천체 망원경의 어색한 출현은 바로 외국의 천문학 화폐의「천문도 + 망원경」모티브를 도식적으로 모방한 결과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관계 담당자는 우리 천문학의 과거와 현재의 어울림을 보여주기 위해 천문도(천상열차분야지도와 천체 망원경을 넣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관계자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더라도「천문도 + 망원경」도안은 과거 우리 조상들이 천문학에 뛰어났다는 것을 알리는데는 성공했는지 몰라도 우리 천문학의 현재 수준은 고작 외제 '미니' 천체 망원경에 의존하는, 천문학 후진국에 불과할 뿐이라는 잘못된 메세지를 전달하고 있음을 어이하랴.

혹자는 유럽의에서 발행한 수백종의 지폐 중에서 우리 신권과 닮은 지폐가 왜 없겠느냐며, 우연히 신권과 닮은 유럽의 지폐 몇종을 발견한 것을 가지고 신권이 유럽 지폐를 본딴 것이라고 의심하는 것은 지나친 억측이라고 말한다. 그럴듯한 반론이다. 그러나 이것은 유럽 지폐의 도안 실태를 잘모르는 문외한의 억지일 뿐이다.

2004년에 새 지폐에 우리 과학자의 얼굴을 올리자는 서명운동을 주도했던 연세대 의대 정태섭 교수에 따르면 유로화 이전에 유럽 18개국 지폐 107종 중에 26종에 과학자의 얼굴이 들어갔다고 한다. 이 26종의 과학 지폐 중에서 천문학 업적을 다룬 지폐만 골라내면 그 숫자는 고작 네다섯종으로 줄어든다. 즉 갈릴레오, 뉴튼, 코페르니쿠스, 가우스, 아인슈타인 정도이다.

천문학의 성과를 담은 동일 콘셉트 지폐를 디자인 하면서 이렇게 몇 종 안되는 지폐의 디자인의 존재를 몰랐다면 담당자는 디자인 선행 조사를 태만이 한 것이요, 알고도 똑같은 모티브를 그대로 차용했다면 이는 명백한 모방인 것이다.

즉, 외국화폐를 모방할 의사가 있었든 없었든 결과적으로 비슷한 모티브의 도안이 탄생했다는게 문제인 것이다. 만일 자동차 회사가 타 회사 것을 참조하지 않고 정말 창의적으로 디자인하여 차를 생산했는데 이미 다른 회사에서 똑같은 디자인 차가 나왔다면 그 디자이너가 아무리 자기가 표절안했다고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설령 표절을 안했더라도 기존 디자인 경향을 사전에 조사하지 않은 부주의에 대한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는 점에서는 매한가지인 것이다. 만약 우리 나라 신권 디자인이 자동차의 경우였다면 그 회사는 막대한 신차 개발비와 조립라인 건설비 수조원을 날리고 아마 파산이라도 했을 것이다.

또 혹자는 "봐라, 유럽의 천문학 콘셉트 지폐도 서로 닮았지 않았나?" 라고 반문 할지 모른다. 그러나 나는 지폐 도안이 도식화되었다는 점만을 비판한게 아니다. 외국 지폐도 도식화 된게 사실이라 할지라도 갈릴레오의 천문도와 망원경의 경우를 보듯이 갈릴레오는 직접 망원경을 만들었고 그것을 활용하여 지동설을 주창했기 때문에 '도식화된 도안'과 그 내용이 서로 부합된다.

혼천의와 독일 지폐의 측량기 도안의 비교 두 지폐의 외양과 구도는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엔 서로 너무나 비슷하다. ⓒ 임병기



위의 만원 신권과 독일 지폐를 나란히 비교한 사진에서도 두 지폐는 구도는 서로 비슷하지만 함축된 내용과 호소력은 서로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

즉, 우리 만원권 신권 디자인 소재인 천문도와 혼천의 그리고 보현산 망원경은 우리 나라에 소재하는 천문도와 천문 관련 기구라는 점 이외에는 서로 아무 연관성이 없다. 그 망원경으로 관측한 자료로 천문도를 제작한 것도 아니고 또 그것으로 혼천의를 설계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앞면의 세종대왕 초상이나 도가 사상을 반영한 '일월오봉도'도 천문학 디자인과 일관성이 없어 보인다.

반면 우측 독일화폐는 가우스의 초상화와 그의 측량기 그리고 그의 수학 도형이 서로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수학자이자 천문학자인 가우스의 업적에 대한 일관되고 강력한 메세지를 전달한다.

과학은 가장 창의적이어야 하는 분야이다. 우리 선조의 과학성과를 알린다는 동기가 아무리 순수하다도, 결과적으로 타국 지폐를 모방한 듯한 잡탕 나열식 도안이 만들어 진다면 소기의 성과를 제대로 거둘수 없음은 물론이고 우리 선조와 찬란한 과학 유산과 창의력을 모독하는 것이 될 것이다.


신권 세종대왕 초상은 친일화가의 자화상 ?
만원권 세종대왕은 운보 김기창, 천원권 퇴계 이황은 이유태 비슷해

▲ 세종대왕은 김기창 화백 자화상 ?
ⓒ임병기

지금 우리 임금 초상화(어진)는 초상으로 현재 남아 있는 것은 태조 이성계하고 영조 대왕 초상화 두 개만 남아 있을 뿐이다. 따라서 세종대왕의 표준영정은 운보 김기창이 상상해서 그린 것이다. 그런데 운보가 그린 만원권의 세종대왕 영정은 운보 자신의 얼굴과 비슷하고, 천원권의 퇴계 이황은 영정을 그린 이유태 화백을 닮았다는 지적도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대개 화가들은 인물화를 그릴 때 자신이 익숙하게 보아온 자기 얼굴을 반영하는 경향이 있는데 운보와 이유태 화백의 경우도 그랬던 것이다. 더군다나 운보 김기창은 1944년 결전미술전에 조선군 보도부장상을 받은 '적진육박'이란 그림으로 친일행적이 확인된 화가이다.

우리는 친일화가가 상상한 이미지, 그것도 어찌보면 친일 화가 자신 자화상에 불과한 얼굴을 우리는 세종대왕의 본모습으로 알고 지난 수십년간 나라의 모셔왔고, 앞으로도 만원 신권에 더욱 젊고 매력적인 모습으로 환생한 친일 화가의 '자화상'을 고이 고이 모셔야할 형편이다.

안중근, 유관순, 김구 같은 항일투사를 넣어도 시원찮을 판에 친일화가가 그린 영정을 나라의 얼굴인 지폐에 버젓이 모시는 나라. 입만 열면 외치는 일제잔재 청산 구호가 참으로 무색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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