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볶이 아줌마의 일기

씁쓸한 하루를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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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애(go0330go)등록 2007.02.16 11:48
떡볶이 아줌마의 일기
-씁쓸한 하루-

송영애
@BRI@
장사를 하는데 이상하게도 자꾸만 포장이 날아갔습니다.
장사하는 곳이 골목길이라 유난히 바람이 많이 부는 곳이지만
아주 세차게 불지 않으면 포장이 오늘처럼 펄럭이는 일은 드문 일이지요.
이상하다 생각하며 포장을 벽돌로 누르려는데 포장이 너무 가벼웠습니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벽돌을 포장에 올리려다가 온몸에 기운이 다 빠졌습니다.
누군가가 포장이 날아가지 않게 포장 끝마다 끼워 놓은 쇠파이프를 다 빼갔습니다.
텔레비전에서 하수구 뚜껑도 빼가고 뭐든 고물상에 팔 수 있는 건
다 훔쳐간다는 걸 보긴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포장마차
끝에 매달린 쇠파이프를 빼 갈 것이라곤 생각해 보지 않았습니다.

처음 있는 일이라 황당하기도 하고 괜히 무섭기도 했습니다.
아침부터 찜찜한 기분으로 일을 하니 일이 잘 될 리가 없었습니다.
나보다 힘든 사람이 가져갔겠지 생각을 하면서도
생각할수록 너무나 야속했습니다.
벼룩의 간을 빼먹지….

혼자 기분 상해하다가
기왕이면 산동네에서 영훈이랑 둘이 살면서 폐지를 주워 파는
영훈이 할아버지가 가져갔길 바랐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고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쇠파이프 세 개를 팔아도 떡볶이 한 접시 값도 안 나올 것 같은데….
차라리 떡볶이를 그냥 달라고 하면 내가 그냥 줬을 텐데….
우리 사는 세상이 먹고 살기 힘들어서 생긴 일이려니 하며
그냥 혼자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며 씁쓸한 하루를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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