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길동 개명하다.

홍길동 이름이 그렇게 만만하나?

검토 완료

고기복(princeko)등록 2007.03.01 11:03

홍길동 합의이혼 의사 확인 신청서 ⓒ 고기복


그런데 여기서 더 눈길을 끌었던 것은 '개명 허가 신청서'였습니다. 신청인겸 사건 본인은 홍길동으로, 친권자 부와 호주에 홍 영감으로 기재돼 있는 것이었습니다. 영감이면 정이품 판서를 뜻하는 말이니, 소설 속 홍길동의 아버지 홍 판서가 떠올랐습니다.

홍길동 개명 허가 신청서 ⓒ 고기복


이어 순간 떠오른 것은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슬퍼하며 율산국으로 떠났던 홍길동의 뒷모습이었습니다. '홍길동!' 아무리 세월이 지나고 아버지를 떠나 율산국으로 떠났어도 서출이라는 출신 때문에 만만하게 불리는 이름이 싫었던 것일까요?

아니면 적서차별의 모순을 뼈저리게 느끼고, 사회 변혁을 꿈꾸었던 홍길동이 500년 묵은 한을 '홍길서' 개명 신청으로 종지부를 찍고자 하는 걸까요? 한 많은 그의 생에 개명천지 현대에서 이혼과 개명까지 이어졌으니, 또 어떤 소설 같은 일들이 일어날지는 두고 볼일이고요.

여기저기 만만하게 불리는 홍길동의 이름을 보며 삭막한 이혼 법정에서, '그나마 이름이라도 바꿔 놀림은 면하겠다'는 잠시 엉뚱한 상상을 해 보았습니다.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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