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학교 입시 전형 어떻게 볼 것인가?

논술이 문제인가? 내신이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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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영(dtblood)등록 2007.03.01 14:00
1. 고려대 발표 시민들의 반응

27일 고려대학교가 기자회견을 열고 수시와 정시의 50%를 우선선발제를 뽑는다는 발표했다. 이것은 내신과 논술이 없이도 선발하는 파격적인 안이어서 교육인적자원부가 어떤 방식으로 대처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BRI@ 의정부의 초등학교에 근무하는 Y교사(여, 38세)는 "도대체, 고등학교를 다니지 말고 검정고시를 쳐서 공부하라는 것이냐? 이것은 완전히 고등학교를 무시하는 짓이다."라며 분개했다. 또한 서울의 모 고등학교에 근무하는 A교사(남,41세)는 "획일적인 입시위주의 교육방식에서 벗어나 독서와 논술을 강조하는 것이 현 교육계의 흐름으로 막 자리잡아가고 있는 추세인데, 교사와 학생들에 독서 논술교육 하지 말라는 것 아니냐?"며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이라고 말했다.

한편 고려대의 기자회견을 두고 그 의도에 대해서 의견이 분분하다. 그저 단순히 좀 더 우수한 학생들을 더 많이 유치하기 위해서 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것을 대학의 자율을 규제하는 정부에 대한 강한 반발로 해결하는 보는 경우도 있다. "대입정책을 완전히 대학에 맡겨야 한다." 는 각 대학 이사장들의 최근 동향과 일치하는 행동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얼마나 교육부의 규제가 싫었으면 이렇게까지 하겠는가 하는 동정론도 일고 있다.

2. 2008 고려대 입시전형 어떻게 볼 것인가?

이번 고려대 입시전형은 고려대측이 기자회견에서도 밝혔듯이 내신과 논술을 치르지 않고도 수시 및 정시 입학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수시입학전형을 보면, 50%는 내신 논술을 무시하고 우선선발해서 뽑게되며, 다만 동점자는 논술고사, 내신 순으로 판별하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50% 우선선발제는 수리, 외국어 영역 모두 1등급을 받아야 지원이 가능하다. 나머지 학생들은 내신 20% 논술 80%의 비중으로 선발된다.

수시입학전형에서 글로벌KU전형(외국수능시험 응시자, 50명), 과학영재특별전형(과학고 졸업자,60명), 글로벌인재 특별전형(외고 및 토플 고득점자, 의대진학도 가능하도록함, 130명) 등을 내놓고 있는데, 외국수능시험 응시자의 경우는 국내 수능시험 최저 제한규정을 두지 않는다고 한다.

정시도 수리와 외국어 영역에서 1등급을 받은 학생 50%를 우선으로 선발하며 동점자는 논술고사와 내신 순으로 변별한다. 논술의 비중은 학생부 50% 논술 50%로 논술의 비중이 70%에서 50%로 줄어든 것이 특징이다.

또한 이전에 2007년까지 자연계에만 국한해서 사용되었던 비교내신제를 비동일계 지원시 폐지하는 방안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비교내신제의 폐지에도 불구하고 고려대학교의 입학전형은 특목고 학생에게 한층 더 유리해진 전형이라고 볼 수 있다. 내신이나 논술시험이 없이도 수능시험으로 최고 50%를 뽑는 것에는 이미 특목고생들을 위한 멍석깔기 라는 것이며, 거기다가 수시입학 전형에서 특목고생들을 위한 잔치가 벌여지고 있다는 점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번 고려대학교의 전형은 논술과 내신에 대한 강한 부정을 담고 있다는 점이 중요한 특징이다. 50%를 수능시험만으로만 뽑겠다는 것에는 강한 수능시험 만능주의가 배여있다. 뿐만 아니라 수능시험 동점자가 생길 경우 먼저, 논술시험으로 선별하고, 그 다음에 내신으로 판별한다는 언급에서는 정책 입안자가 수능시험을 가장 신뢰하고, 그 다음 논술을 신뢰하며 내신은 가장 신뢰성이 부족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3. 논술과 내신 신뢰성의 문제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논술시험의 신뢰성 확보하기>

논술시험과 내신비중의 신뢰성에 대한 문제제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작년 이어령 교수의 문제제기에 이어 년말 경희대 황승연 교수는 논술 채점에 참여한 대학교수 44.3%가 채점의 객관성 공정성에 확신할 수 없다고 답변한 것으로 응답을 해서 충격을 준 바 있다.

실제 논술채점에 참여했던 J 교수(남자, 43세)의 체험담을 빌리면, 해마다 돌아가면서 체점을 하며, 한번 채점한 내용에 대해서는 두 번 다시 공정성을 검토하지도 않으며, 확실한 기준도 없어서 채점을 하면서도 이래되 되나?하는 의문점을 갖게 된다고 한다.

여기에 대해서 고3 자녀를 둔 부모들의 불만을 클 수 밖에 없다. 자녀가 서울대 수시전형에 낙방 경험이 있는 P씨(남자,48세)는 수능시험은 높은데, 그날 운에 따라 당락이 좌우되기도 하는 불확실한 논술시험 때문에 시험에서 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면 이것은 대학의 폭력이다, 라는 생각이 든다며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논술시험에서 아주 큰 오차는 일어날 수 없겠지만, 대학들이 이와 같이 정확한 채점기준도 없이, 전문인력도 없이 돌아가기 식으로 관리하며, 문제출제나 채점과정에서 신뢰할만한 준거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적지 않은 오차를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한편 이러한 미묘한 오차를 줄이고, 논술시험의 타당성과 신뢰성을 준비하지 못한 것은 대학들의 직무유기로 밖에 볼 수 없다. 논술시험이 운에 의해 결정되는 일을 최소화하고, 논술시험을 체계적으로 관리함으로써 학생과 학부모의 피해를 최소화함으로써 논술시험의 공정성을 계속 확보해 가야 한다. 또한 고등학교에서도 논술과정을 성실하게 준비함으로써 학생들의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내신의 신뢰성 확보하기>

정운찬 서울대학교 총장은 내신 비중을 높인 후 학생들의 수준이 낮아졌다며 논술을 본고사 시험문제에 해당될 정도로 어렵게 출제를 하여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결국 서울대는 수능시험이 일정선에 도달하지 못하면 내신이 아무리 좋아도 불합격시키는 새로운 제도를 통해 내신의 허점을 보완해 왔다.

특히 내신의 문제는 특목고의 경우에서 매우 두드러진다. 우수한 학생이 좋은 학교에 입학하는 것은 매우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사교육의 번창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이다. 한국의 교육의 사교육의 혜택을 많이 보고 있으면서도 사교육 때문에 모든 문제해결의 실마리가 어려워지고 있다.

고려대학교 입시전형은 수능점수를 주된 판별기준으로 삼고, 특목고생들을 우대하며, 외국에 나가 공부한 학생들, 그리고 영어공부를 잘 하는 학생들에게 기회를 주겠다고 하는데 이 모든 것은 사교육 혹은 돈과 연관이 있다.

내신이 불리하다면, 학생의 입장에서는 내신을 좋게 얻을 수 있는 고등학교로 전학을 가면 되는데, 대학의 입장은 당사자인 학생보다 더 다급하기만 한 모양이다. 대학시험은 당연히 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 나와야 하며, 원칙적으로 학교에서 배운 내용과 학생들이 읽은 독서의 량, 그리고 그에 자극 받아 성장한 학생의 저력에 의해서 당연히 평가되어야 한다. 사교육을 받지 않고도 충분히 노력한 재능있는 학생을 선발하는 것이 대학생 선발의 목적일 것이다.

내신의 허점이 많이 보완된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어느 때보다 내신과 논술의 신뢰성을 부정당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앞으로 대학정책이 어떻게 바뀔 것인가에 대해 자못 궁금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다. 내신과 논술을 완전히 폐지하고 대학에게 선발을 주게 될 것인가? 아니면, 아니면 계속 발전적인 방향으로 내신과 논술의 신뢰성이 확보되어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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