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연기의 무게는 얼마인가..

영화 <스모크>

검토 완료

황현실(littelf02)등록 2007.03.06 21:18
담배 연기의 무게가 얼마인가.
그건 영혼의 무게를 재는 것 만치 어려운 질문이지만 대답은 ...있다.
뉴욕의 브룩클린 어느 담배 가게. 그곳은 외롭고 쓸쓸한 도시인들이 지친 날개를 접고, 잠시 서로의 온기를 나누기 위해 쉬어가는 안식처다.

@BRI@영화는 10년을 하루같이 오전 8시에 같은 거리를 찍는 가게 주인 오기와 폴 오스터의 분신이라 할 수 있는 작가 폴 그리고 흑인 청년 라쉬드, 오기의 옛사랑인 루비, 라쉬드의 아버지 사이러스의 이야기가 다섯 개의 그들의 이름을 딴 에피소드로 열결되며 긴밀히 엮인다. 그들의 이야기는 외롭고, 외로워서 초라하지만 초라해서 마음을 움직인다.

영화 <21그램>은 영혼의 무게가 21그램이라고 말한다. 영혼의 무게는 사후의 뇌의 무게를 재는 것으로 가능하리라. 그렇다면 담배 연기의 무게는 ....

영화는 살아가는 것이 하얗게 피어오르다 순식간에 사라지는 연기와 같다고 말한다. 담배건 뇌수건 잡을 수 있는 물체에서 기체로 기화하는 순간은 찰나다. 담배연기는 잴 수도 가늠할 수도 없는 짧은 시간으로 증명되지만, 사라짐의 향수는 오기의 사진 속에 고스란히 박제돼 있다. 그것은 지루하고 꾸준한 일상의 축적 속에서 함께할 것이다.

도둑의 유탄에 맞아 숨진 아내를 그리워하는 작가 폴은 오기의 사진 속에서 죽은 아내의 모습을 발견한다. 장소는 같으나 사진 속의 주인공들은 모두 다른 천 장의 사진들....
얼핏 보기엔 같아보이나 사진 속에선 사람도, 빛도 각도도 그리고 그것들이 만들어내는 냄새는 다르다... 아주 미묘하게 같은 장소를 살아가지만 다른 시간을 만들어가는 우리의 삶 역시 그러하리라...

오기의 사진은 우리 삶을 촘촘히 수놓는 새털같은 일상들이 손에 잡히지 않는 연기처럼 번번히 우리의 손가락 사이를 빠져나가지만, 그 흔적마저 사라지진 않는다고 이야기한다.
사라져가는 것들의 쓸쓸함, 돌이킬 수 없는 순간의 안타까움. 삶이 꼭 덧없기만 한 것인가.

담배 연기는 사라지지만, 그 흔적은 하얀 재로 남는다. 사라져가는 것은 늘 흔적을 남기는 것이다.... 담배연기의 무게는 타다 남은 담뱃재의 무게로 증명되듯, 우리 영혼의 무게 역시 매일을 살아가는 자잘한 일상의 무게로 잴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외로운 다섯 명의 인물들이 엮어내는 잔잔한 감동은 마지막 시퀀스에서 응측된다.
오기와 폴이 식사하며 나누는 오기의 크리스마스 이야기는 그들이 만들어내는 담배연기와 함께 마음 한 쪽을 흔들어놓는다... 담배연기 너머로 상대를 응시하며 옅은 미소를 뛰는 그 둘의 우정과 신뢰가 느껴지는 영화의 명장면이다.

다섯 개의 에피소드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것은 담배연기다.
자신의 담배를 사러 갔다 길거리에서 유탄에 맞은 아내, 그녀를 그리워하며 폴은 담배를 피우고, 오기는 옛 애인을 잊기 위해 담배를 피운다. 자신이 행한 무수한 실수들과 거짓된 행동들, 그리고 돌이킬 수 없어 안타깝기만 한 지나간 기억들...
담배 한 대에 인생의 허무와 아련한 향수가 묻어나는 영화다.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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