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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바람 끝이 맵지만, 봄이 멀지 않은 곳에서 서성이고 있습니다. 발밑을 보면 자잘한 풀들이 작디 작은 여린 꽃을 피워 올리려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진홍의 광대나물꽃과 연한 하늘빛의 개불알풀꽃, 하얀 냉이꽃, 노오란 꽃다지, 하트모양의 예쁜 잎을 가진 노란 괭이밥, 흰 옷 입은 소녀처럼 가녀리고 사랑스러운 봄맞이꽃. 이런 자세히 살피지 않으면 피었는지 조차 알 수 없지만, 큰 나무들조차 웅크리는 맵싼 바람 앞에서 당당하게 입을 돋우고 꽃을 피워 외로운 벌과 나비를 불러냅니다.
길섶에 연초록의 작은 잎들이 양지바른 곳부터 다투어 싹을 피우면 인사를 하러 갑니다. 올망졸망 피어난 그네 옆에 앉아 소곤소곤 반갑게 인사를 합니다.
@BRI@“올해도 그 자리에 어김없이 피었네. 겨울 동안 힘들지는 않았니?”
“올해는 더 예쁜 옷을 입었구나! 참 곱다. 기특하기도 하지!”
강마을의 작은 중학교의 신입생 예비소집일이 며칠 전에 있었습니다. 초등학생 티를 벗지 못한 스물 네 명의 아이들이 긴장된 모습으로 새 교과서와 입학준비물을 받아 갔습니다.
“ 샘예, 그라모 머리는 어깨 위까지 밖에 몬 기랍니꺼?”
중학교 선생님께서 이야기하시는 몇 가지 생활 규정을 이야기하자, 퍼머기가 많이 남은 긴 머리가 인상적인 아이는 아쉬운 듯 머리카락만지며 묻습니다. 아침에 늦잠을 잔 듯 까치집을 지은 남자 아이는 내내 책상 밑에서 발장난을 하고, 손가락으로 옆 친구를 쿡하고 찔러 봅니다. 교감선생님 말씀이 재미없나 봅니다.
“ 보래이, 니는 우째 이리 장난을 마이 치노?”
그러자, 금새 긴장되고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어봅니다.
“샘예, 중학교오몬 공부 마이 해야합니꺼? 그라고 행님들이 샘들도 무섭다 커던데예?”
“아이다. 너그만 열심히 하몬, 걱정 안해도 된다.”
금방 돋아난 파릇파릇한 새순처럼 약간은 어리버리하기도 하고, 또 싱그러운 풀냄새가 날 것 신입생들을 보면서 저는 새롭게 맞는 봄을 생각합니다.
올해도 저는 아이들에게 편지를 쓸 것입니다. 매년 봄빛처럼 고운 새 아이들을 맞이하면 중학교에서 선생님과 열심히 지내보자는 한 장의 편지를 아이들의 집으로 보냅니다. 연분홍 편지지에 시 한 편과 다정한 몇 마디의 말을 덧붙여 보내는 제 편지를 입학식을 끝내고 집으로 들어설 즈음에 받게 될 것입니다.
올해도 첫 편지에 담을 한 편의 시를 찾고, 아이들에게 할 말을 갈무리하며 제 봄을 시작합니다. 연두빛 새잎 같은 아이들과 눈을 맞추고 한 해를 시작하는 저처럼 그리운 벗에게 사랑스러운 내 아이에게 올 봄에는 편지 한 장을 써 보십시오. 글이 어려우면 시를 한 편 보내보면 어떨까요?
봄꽃 같은 편지를 받고, 새잎 같은 봄엽서를 받고 볼이 붉어질 벗과 친지들의 얼굴을 생각하면서 행복한 웃음이 함빡 피어날 것입니다. 행복의 봄이 우리 곁에 뭉클 다가와 있을 것입니다.
강마을에 봄빛이 무성합니다. 그리고 저는 오늘 내내 연분홍 편지지와 엽서를 펼쳐놓고 있습니다. 여러분께도 한 장의 엽서를 보냅니다. 부디 행복한 봄 되세요.
봄향기 무성한 강마을에서 이선애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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