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호구 개발, 세계태권도연맹이 직접 나서야

[무카스 칼럼]전자호구 개발, WTF가 직접 나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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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kaku616)등록 2007.03.15 19:10
지난 3월 4일과 5일 춘천에서는 'WTF 전자호구국제태권도대회'가 있었다. 전자호구의 국제대회 도입을 점검하기 위한 이번 대회는 전자호구를 국제대회에서 사용할 수 없음을 역설적으로 증명했다. WTF는 대회가 끝나기도 전인 5일 오전 전자호구의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도입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겉으로 드러난 이번 전자호구 도입 실패의 이유는 전자호구 자체가 가진 기술적인 결함이다. 그러나 이것은 말 그대로 표면적인 이유에 불과하다. 본질적인 이유는 WTF가 전자호구의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실천과 노력이 부족했다는 점이다.

@BRI@WTF 조정원 총재는 대회 후 인터뷰에서 "전자호구가 우리 스스로 100% 만족스럽다고 생각할 때 적용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전자호구에 대한 조 총재의 이러한 인식은 참으로 실망스럽지 않을 수 없다.

전자호구라는 기술적 도구는 처음부터 100% 완성된 상태에서 주어질 수는 없는 것이다. 지속적인 검증과정을 통해 부족한 점이 개선되어야 하며, 이 검증은 실제 태권도 시합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1년에 한두 번 가졌던 전자호구 시연회를 통해서는 결코 전자호구의 문제점들이 '100%' 개선될 수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WTF는 그 동안 전자호구의 완성 책임을 개발업체에만 전가시켜왔다.

WTF는 지난해 9월 한국의 라저스트(LaJUST)사와 전자호구 공인계약을 체결한바 있다. 이번 대회에서 사용된 전자호구도 역시 라저스트 사의 제품이었다. 그러나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WTF와 개발업체인 라저스트 사 간에는 구체적인 업무협조가 전무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라저스트 사의 한 간부급 직원은 대회 준비를 위해 질문을 하고 논의를 할 수 있는 WTF측 담당자가 없었던 상황에서 전자호구 대회 실패원인을 기술적인 부족으로만 돌리는 데에 불만을 터뜨렸다. 실제로 대회를 전체적으로 운영해야 할 의무를 가진 경기부장이 공석이었던 이유로 대회 당일 진행업무를 총무부에서 담당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마디로 WTF 사무국은 이번 대회준비를 위해 한 일이 아무것도 없었던 것이다.

전자호구의 도입은 태권도의 경기방식에 영향을 미치며 이 영향은 태권도의 정체성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다. 따라서 WTF는 개발업체와 상시적이고 긴밀한 논의를 통해 전자호구의 개발에 직접적인 관여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 현재와 같이 외부 개발회사에서 전자호구를 '잘' 개발하기를 기약 없이 기다리기만 하는 태도를 앞으로도 계속 보인다면, 전자호구의 도입은 불가능하다.

WTF는 그 동안 전자호구가 도입만 되면, 태권도 심판판정의 공정성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태도를 보여왔다. 그러나 문제가 그렇게 간단한 것은 아니다. 더 이상 전자호구를 전시행정의 홍보도구로만 이용한다면, WTF에 대한 태권도인들의 불만은 점점 켜져 갈 것이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부터라도 WTF는 전자호구 도입을 위한 특별 부서를 신설해서라도 개발업체와 긴밀한 공조체제를 유지하면서 전자호구 개발과 문제점 개선에 주도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전자호구는 남이 가져다 주는 '선물' 같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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