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DJ 연합', 사실일까?

‘노무현-DJ 연합’ 그리고 ‘한미F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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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진문(각골명심)등록 2007.03.21 14:09

지난 17일(2007/03/17) 김대중 前대통령은 “한미FTA는 우리 경제 도약에 큰 도움이 될 것이고, 개방을 통해 경쟁을 하지 않으면 발전이 없으며, 큰 나라에 가서 세계와 경쟁해야 한다... 취약 산업도 경쟁하면서 보호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표면적으로는 美 행정부의 무역촉진권한(TPA)에 따라 3월 말 협상타결 시한을 앞두고, 이에 맞서 ‘단식연대’ 등 더욱 거세지고 있는 시민사회의 <한미FTA 반대투쟁>에 氣를 꺾고 <노무현 정부>에 전폭적 힘을 실어주기 위한 고도의 정치적 발언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단지 위와 같은 표면적 이유만으로 ‘정치 10단’이라는 노련한 DJ가 시민사회를 적으로 돌리면서까지 이 같은 위험성을 감수한 발언을 했다고 하기에는 어딘지 좀 미심쩍은 부분이 없지 않다. 그러면 과연 그 숨겨진 진의와 의도는 무엇일까.


‘노무현-DJ 연합’과 차기정권창출 움직임

2006년 추석 전후로 해서, 집권여당 내에서는 탈당파니 사수파니 통합파니 하면서 당을 깨니 마니 하는 그야말로 침몰하는 난파선의 온갖 난장판이 벌어졌고, 이에 공통적으로 정권말기면 흔히 있어 온 정치자영업자들의 생존게임의 마지막 수단인 ‘대통령-여당 간의 차별화’, 즉 노 대통령의 ‘정치 불간섭’을 외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중구난방으로 제기되고 있었다. 또한 당 밖에서는 <노무현 정부>의 최대 실정 중 하나인 <부동산정책>의 문제점에 대하여 사회각계의 분노와 질타가 끊이지 않고 터져 나오고 있었다.

이런 사면초가의 한가운데 놓여있던 노무현 대통령은 2006년 11월 4일, 일반에게는 그리 주목받지는 못했으나 매우 이례적이며 예상을 훨씬 깨는 파격적 행보를 보여 일부 정치평론가들의 의구심을 자아내게 했다. 그것은 바로 “김대중 도서관 전시실 개관을 축하하기 위한 자리”라는, 일국의 대통령이 직접 수행해야 하는 일로서는 지극히 명분이 의심스러운 이례적 행보를 두고 하는 말이다.

이는 정권초기부터 ‘대북송금특검수용’등 前 정권인 <김대중 정부>에 대하여 일정한 차별화와 선긋기를 공공연히 시도했던 그의 당시까지 이어졌던 정치적 행보와 그 즈음에 있었던 발언, “원칙 없는 민주당과의 합당반대”를 외치며 한편으로는 측근을 통해 ‘영남당 세우기’에 힘을 기울이고 있던 시점에서 나온 행보라 당시 청와대의 이에 대한 '어떤 정치적 의미 부여에 대한 강한 부정'에도 불구하고 그 배경을 두고 상당히 주목해 볼 충분한 가치가 있었다.

그리고 이 사건과 관련하여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몇 가지 유의미한 사건들, 즉 ‘노무현의 고건 죽이기를 통한 열우당 내 헤게모니 장악시도’, ‘노무현 탈당을 통한 개헌불씨 살리기와 열우당 내 탈당 후폭풍 잠재우기’ 그리고 20일 나온 꽤 강도 높은 ‘노무현의 손학규 죽이기 발언’ 등은 모두 위의 11월 4일에 있었던 미스테리를 풀 수 있는 중요한 열쇠들이다. 즉 당시의 동교동 방문은 <노무현-DJ 연합>을 통한 ‘차기정권창출’에 대한 모종의 물밑 합의에 최종 방점을 찍기 위한 양자 수뇌부 간의 회동의 자리였을 것으로 추론해 볼 수 있다.


‘노무현-DJ 연합’과 손학규 탈당의 상관관계

흔히 “정치는 생물이다”는 말은 시대를 거슬러 여전히 한국정치판에서는 마치 진리처럼 통용되고 있다. 그리고 이 말은 주로 정치인들이 어떤 변신과 민중의 요구에 反하는 부적절한 정치적 타협을 할 때 흔히 자기변명의 수단으로서 단골메뉴처럼 이용되어지곤 했다. 그러므로 이 말이 한 번씩 정치판을 강하게 뒤흔들 때 마다 한국정치는 그 본래의 뜻과는 전혀 상관없이 민중·민생을 위한 정치는 어김없이 실종되고 정치 도의 또한 번번이 죽어 나자빠졌다. 이것이 바로 한국정치의 구태성이고 관성화된 매너리즘의 뒤틀림 현상이다.

손학규의 탈당도 바로 이와 같은 한국정치판의 구태와 매너리즘의 환경적 요인이 지배하기에 반복되는 현상 중의 하나일 뿐이다. 지금 소위 ‘민주개혁평화세력’을 자처하는 정치세력들이 -이 기막힌 말의 선점에 사실 매번 쓴웃음이 난다- 이인제의 탈당은 두고두고 비판하면서도 손학규의 탈당을 마치 민중을 위한 대단한 정치적 결단이라도 되는 양 온갖 호들갑을 떠는 꼴은 아무리 봐도 진영논리에 의한 매우 낯간지러운 자기모순이다.

그의 탈당은 민중일반에 있어 온전히 ‘그 자신만을 위한 정치적 도박’ 이상의 그 어떤 의미도 부여하기 힘들다. 이런 면에서 노대통령의 손학규 비판은 그 정치적 배경을 배제하고 보면 일정 부분 매우 사리에 맞는 통렬한 지적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앞서도 이미 언급했지만 이는 다분히 ‘노무현-DJ 연합’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견제’의 목적에 보다 그 무게중심이 있다. DJ의 ‘한미FTA 지지발언’ 역시 여기에 보다 무게중심이 있음은 물론이다. 그렇다면 이 ‘노무현-DJ 연합’이 가지는 정치적 지향점은 무엇이고 그 파괴력과 영향은 어떻게 나타날 것인가에 대해 살펴본다.


‘노무현-DJ 연합’과 ‘한미FTA’의 상관관계

노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지역주의 타파’가 곧 자신의 최대 정치적 목표인 듯 매우 강한 집착을 보여 왔다. 그러므로 ‘노무현-DJ 연합’은 바로 이와 같은 집착에서 나온 자연스런 현상이며 귀결점이다. 즉 DJ의 호남과 노무현의 영남이라는, 한국정치지형의 고질적 ‘지역분할 패권주의’를 극복해 보고자 하는 두 전·현직 통치권자들에 결합이라는 점에서 이는 일정정도 이상의 유의미성과 파괴력을 가진다.

다만 호남에 대한 정치적 배려, 즉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가최고위직 다수를 호남인사로 교체하고 DJ의 오른팔이라 할 박지원 비서실장의 사면 등 다분히 DJ쪽의 향후 입지를 대폭 강화한 서쪽(호남)에 비해, 동쪽(영남)은 노 대통령의 ‘영남당 구축’이 사실상 좌초되어 ‘열우당 재활용’으로 전략·전술을 급격히 전환한 것으로 파악되며 이것에 대한 성패, 즉 '노무현의 열우당 물밑 장악'이 곧 ‘노무현-DJ 연합’이 본격적으로 제 모습 갖추고 향후 대선정국에 있어 급격히 힘을 받을 수 있는 기본틀이 된다는 점에서 향후 대선정국에서 상당히 주목해 보아야 할 점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이유로 해서 곧 DJ의 ‘한미FTA 지지발언’에 이어 보다 강도 높은 노 대통령 지지가 연속적으로 가시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 중의 하나가 아마도 ‘DJ의 방북카드’에 이은 ‘민주평화세력 대동단결론’으로 나타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전망해 본다. 또한 이러한 둘의 연합에 의해 필연적으로 발생되었던 ‘고건 죽이기’나 ‘개헌카드’ 그리고 지금의 ‘손학규 죽이기’ 등으로 이어진 일련의 공통점에서 보여지는 것은 노 대통령과 DJ의 복심은 보다 선명성 강한 ‘진보적 인사’를 차기 포스트로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도 보인다.

그러나 이 <노무현-DJ 연합>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분명 넘거나 전환해야할 가장 큰 험준한 산맥이 존재한다. 그것은 바로 현재 벌어지고 있는 구여권의 복잡한 정치역학관계나 난립한 대권후보들의 적절한 조율 문제가 아니라 바로 한국사회의 미래와 민생에 직접 영향을 미칠 ‘한미FTA'에 관한 문제이다. ‘국민의 정부’나 ‘참여 정부’ 공히 ‘자유주의자’들에 의한 ‘자유시장주의’를 근간으로 한 경제정책을 써왔다는 점에서 그들의 입장에서는 일관성의 문제는 없노라 주장할지 모르지만, 보다 본질적으로 이와 같은 기조의 유지가 '과연 누구를 위한 일관성인가' 하는 점에서 지금의 거센 민심의 파고를 가볍게 돌파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즉 이미 이러한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이 불러온 부의 독점과 그에 따른 사회 전 분야의 극심한 양극화, 그로 인해 발생되고 있는 <민생·민중파탄의 문제>는 이제 <한미FTA 문제>에 있어 노 대통령의 즉각적 중지의 결단을 요구하고 있다.

만약 이러한 민중의 열망을 무시하고 이를 끝내 고집으로 밀어부친다면 <노무현-DJ 연합>은 그 역사적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시대정신을 역행한 '反民衆性'으로 인하여 끝내 좌초되고 말 것이다. 왜냐하면 과거 자신들의 집권을 가능케했던 결정적 변수가 바로 민중의 열망을 결집한 '시민사회와의 결합'이라는 '순리의 정치'에 있었음을 결코 가볍게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기 때문이다. 즉 과거 단순 ‘3당 합당’이나 ‘DJ-JP 합당’ 등의 정치 공학적 결합이 결과적으로 민중과 얼마나 괴리된 '정치지체현상'과 '민중의 삶에 대한 파괴'를 낳았는지를 지금이라도 심각하게 되돌아봐야 한다는 것이다.

만에 하나라도 이러한 고려 없이, DJ의 주장처럼 <남북평화회담>으로 이 <한미FTA의 본질적 문제점>에 대해 눈을 가리고, 국민여론을 일시적으로 호도하는 카드로 이용하려 한다면 <노무현-DJ 연합>은 반드시 민중의 커다란 분노와 저항 앞에 그 근원부터 초토화 될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민중의 실질적 삶의 개선 없는 정치는 그 자체로서 이미 죄악이다. 민주주의 역시 사회경제적 민주주의와 괴리되어서는 한갓 교조적 이념덩어리에 불과함을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10년이 그 동안 뼈져리게 증명해 낸 것으로서도 여전히 부족했다고 착각한다면 'DJ-노무현 연합' 아니라 그 어떤 것을 시도한다 할지라도 한국정치.사회의 미래는 근본 부터 상실되고 말 것이란 점을 감히 단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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