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조영 VS 연개소문 (1)

중심사상의 차이

검토 완료

김태형(psythkim)등록 2007.04.02 13:43
대조영 vs 연개소문 ①
- 중심사상의 차이 -

2007년 4월 1일 일요일
새뜰심리상담소출판사 대표 김태형


한국에서 사대주의가 약화되는 것을 반영이라도 하듯, 고구려를 무대로 한 드라마들이 연이어 방송되고 있다.
제대로만 만들어진다면 고구려 드라마들은, 사람들에게 반외세·민족자주사상을 고취하며, 건강한 인물들을 그려냄으로써 심리적 치유효과를 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현재 토요일에 방영되고 있는 KBS의 ‘대조영’과 SBS의 ‘연개소문’을 한번 비교해보자.

드라마 ‘대조영’은 당나라에 대항하여 싸우는 고구려인들의 민족자주적 입장을 잘 보여주고 있다.
‘대조영’의 민족자주사상이 빛을 발할 수 있는 것은 그것이 ‘민중의 힘’에 대한 굳건한 신뢰를 기초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드라마 ‘대조영’이 민중의 힘에 대한 신뢰를 표현하는 몇 가지 장면들을 보도록 하자.

· 장면 1 : 연개소문이 죽은 이후 고구려가 점점 위험해지고 있을 때, 양만춘장군은 대조영에게 유언과도 같은 말을 남긴다. “백성을 지켜내야 한다. 백성만 지켜낼 수 있다면 왕조가 망하더라도 고구려는 되살릴 수 있다.”

· 장면 2 : 죽을 위기에 놓인 양만춘장군을 구해낼 방법을 도저히 찾아낼 수 없어 고민하던 대조영은, 백성들의 힘을 믿기로 결심하고 그들에게 호소한다. 결국은 백성들이 나서서 양만춘장군을 구해낸다.

· 장면 3 : 평양성이 함락될 때 적군에게 쫓기던 대조영은 백성들을 성문 밖으로 내보낸다. 그리고는 동료들과 함께 성문을 닫아걸고 죽음을 각오한 배수진을 친다. 거란족의 추장 이진충은 자기 백성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치는 모습에 감동을 받아 대조영 일행을 모두 살려준다.

이렇게 드라마 ‘대조영’은, 주인공 대조영이 민중의 지지를 받을 수 있었던 이유를 정확히 묘사하고 있다.
대조영은 민중의 힘을 가장 중시했으며, 민중의 힘에 의거하였기 때문에 초강대국 당나라의 집요한 방해를 이겨내고 발해를 건국할 수 있었던 것이다.
진정한 민족자주란 ‘역사의 주인인 민중이 하나로 뭉쳐 일어설 때에만 가능해진다’는 것을 주장하는 것이야말로 드라마 ‘대조영’의 가장 큰 미덕일 것이다.

반면에 드라마 ‘연개소문’의 중심사상은 건강한 민족자주사상과는 거리가 멀다.

드라마 ‘연개소문’에서 을지문덕장군은 영류왕 앞에서 피를 토하면서 ‘서토로’를 외쳤고, 강이식장군도 ‘서토정벌’을 주장하다가 죽었다.
‘서토정벌’이 고구려를 자꾸 괴롭히는 당나라를 따끔하게 혼내주기 위해 주장되는 것이라면 그런대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드라마 ‘연개소문’은 회를 거듭할수록 건강한 자주적 입장이라기보다는 ‘패권주의’적 입장을 가지고 있음을 점점 더 명확히 드러내고 있다. 그 결과 이제는 백제의 의자왕까지 합세해 ‘서토로’와 ‘대륙경영’을 말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드라마 ‘연개소문’이 강조하는 ‘서토로’, ‘대륙경영’이란 말은 결국 우리 민족이 중국을 점령해서 식민지화하자는 ‘패권주의적 주장’이다.
고구려 패망 이후 빈번하게 패권주의의 희생양이 되어왔던 불행한 우리 역사를 생각하다보면 억울한 마음에 복수심이 생기고 패권주의에 대한 욕망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노예가 봉기를 일으킨 뒤 노예제를 폐지한다면 그것은 노예해방이며 역사의 진보이지만, 봉기에 성공한 노예들이 새로운 주인이 되어 옛 주인들을 노예화한다면 그것은 노예해방이 아니며 역사적 진보도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영제국주의와 싸워 독립을 쟁취한 뒤 또 다른 제국주의로 변신해 다른 민족을 침략한 미국을 따라 배울 수는 없다. 올바른 민족자주란 외세에 굴종하지 않는 것일 뿐 아니라 다른 민족의 자주권도 존중하는 것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심리학적으로 볼 때, 패권주의는 ‘열등감의 소산’이다.

열등감이 많은 사람일수록 자기 자랑이 심하며, 저급한 깡패일수록 힘자랑을 일삼는다. 그렇기 때문에 열등감이 심한 민족일수록 큰 힘과 영토를 숭배하고 탐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드라마 ‘대조영’에서 연개소문의 꿈에 나타난 당태종이, 고구려를 침략한 이유를 ‘고구려의 유구한 역사와 문화전통에 대한 열등감’ 때문임을 실토한 것은 매우 설득력이 있다.

조선민족은 먼 과거 때부터 주변 민족들로부터 ‘유구한 역사와 높은 도덕성, 우수한 문화를 가진 민족’으로 평가받았기 때문에, 다른 민족의 열등감을 자극할지언정 스스로 열등감에 시달리지는 않았다. 이것이 아마도 우리 민족이 다른 나라를 침략하지 않고, 패권주의의 유혹에도 빠지지 않았던 주요한 이유였을 것이다.

그렇다면 드라마 ‘연개소문’의 패권주의는 도대체 어디서 온 것일까?

‘연개소문’의 패권주의는 인정할 수도 공감할 수도 없는 억지일 뿐이다. 시청자들은 필히 ‘연개소문’의 중심사상인 패권주의의 위험성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 2007 OhmyNews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