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조영 VS 연개소문 (2)

부모-자식 간의 심리적 역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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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psythkim)등록 2007.04.02 13:45
대조영 vs 연개소문 ②
- 부모-자식 간의 심리적 역동 -


2007년 4월 1일 일요일
새뜰심리상담소출판사 대표 김태형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생의 에너지는 기본적으로 부모로부터 받는 것이다. 대조영의 건강한 인격과 고난을 딛고 일어서는 불굴의 의지는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세상 사람들이 자신을 욕한다고 해도 ‘부모님만큼은 끝내 나를 믿어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의 인생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세파를 이겨내고 결국 상승곡선을 그릴 것이다. 그러나 바깥에 나가서는 모든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칭찬받지만 부모님으로부터 지지받고 격려받지 못한 사람의 인생은 중년기를 넘기지 못하고 하강곡선을 그릴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세상을 살아갈 마음의 힘을 좀처럼 갖기 힘들다.”(<부모-나 관계의 비밀>, 김태형·전양숙 공저, 새뜰심리상담소 2005, 73쪽)

대조영의 어머니 달래야말로 대조영이 가진 힘의 원천이라 할 수 있다.

불행히도 대조영은 어린 아기일 때 어머니와 헤어졌다.
그렇지만 대조영의 무의식은 자신의 어머니가 어떤 분이었는지 또 자기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모두 기억하고 있었을 것이다(분명히 달래는 계획임신을 하고 헤어질 때까지 대조영을 극진한 사랑으로 보살폈을 것이다).
기나긴 시간이 흘러 청년이 된 대조영이 어머니를 만나게 되었을 때, 무의식에 숨어있으면서 대조영을 지켜주었던 어머니는, 다시 부활해 대조영에게 강렬한 생의 에너지를 안겨준다. ‘달래’는 아들 대조영을 지켜내기 위해 모진 고문을 이겨내며 죽음까지도 담담히 맞이한 그런 어머니였기 때문이다.

치명적인 부상을 당해 전신마비의 몸이 되고 고구려 부흥운동도 실패로 돌아갔다는 소식을 들은 대조영은 ‘우울증’에 걸려 삶을 포기하려고 한다.
그러나 여러 사람들의 기대와 사랑을 통해 조금씩 삶의 의지를 회복해가던 대조영은 보장왕이 보낸 혈서를 보게 되자 엄청난 충격을 받게 된다. 또다시 삶을 향해 불사조처럼 일어서는 대조영의 머릿속에는 자신을 사랑해주었던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이 파노라마처럼 스쳐지나간다.
‘아버지와도 같았던 연개소문과 양만춘, 영원한 스승 검모잠, 최고의 무장인 아버지 대중상, 사랑하는 여인 초린, 숙영......’
그리고는 마침내 자신의 뿌리이자 생명력의 원천인 어머니를 떠올리며 울부짖는다.
“어머니, 죄송합니다!”

대조영이 기적처럼 다시 부활하는 이 장면은 감동뿐만 아니라 심리학적 진실로 가득 차있다. 작가의 심리학적 통찰력에 경의를 표할 뿐이다.

대조영은 비록 부모 없이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부모를 대신할 수 있었던 ‘연개소문’ 같은 사람이 존재했다. 그리고 나중에 만난 어머니와 아버지의 고매한 인격은 생이별에 따른 어린 시절의 고통과 슬픔을 충분히 보상해주었을 것이다.

드라마 ‘대조영’이 ‘부모-자식 간의 심리적 역동’을 과학적으로 정확하게 보여주는 반면 드라마 ‘연개소문’은 납득하기 힘든 허구에 기초하고 있다.

연개소문은 아주 어릴 때 조의선원에 맡겨져 양육되는 것으로 나온다.
연개소문이 자신의 두 아들을 태어난지 20일 만에 조의선원에 보내는 것으로 보아 아마 연개소문도 생후 20일 만에 어머니와 이별했을 것이다.
게다가 연개소문은 아버지, 어머니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모른 채 신라에서 하인생활을 하며 청년기를 맞이하게 된다. 이렇게 연개소문은 어린 시절에 자신의 부모를 대신해줄만한 어른을 만나지 못한다.

드라마에 따르자면 그야말로 연개소문은 ‘유전자의 힘’만으로 버텨내는 인물인 셈인데, 이는 현실적으로는 거의 불가능하며 심리학적으로 볼 때에도 명백한 허구이다. 연개소문과 같은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아이는, 거의 다 ‘정서적 장애’와 애정결핍으로 인한 ‘심리적 불건강성’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드라마 ‘연개소문’은 ‘강한 고구려의 사내’를 언급하며 마치 어머니가 아이를 강한 사람으로 키우는데 방해라도 되는 듯이 묘사하는데, 이는 지극히 위험한 발상이다. 조의선원에 아무리 젖이 잘 나오는 훌륭한 ‘유모조의(?)’가 있다고 해도 어머니의 역할을 대신할 수는 없다.
아기는 뱃속에서부터 어머니의 목소리와 심장박동소리, 체취까지도 기억한다. 태어난지 20일밖에 안 된 아기를 어머니와 떼어놓는다면 그 아기는 커다란 정서적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어떤 조의가 이를 대신할 수 있겠는가?

사람은 기계가 아니기 때문에, 생의 초기에 부모(혹은 주 양육자)의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하면 정서적 불구자가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아이의 경우 아무리 도를 닦게 하고 훈련을 시켜도 수준 낮은 검투사는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진정으로 강한 사람은 되지 못할 것이다. 정말로 강한 사람은 반드시 덕과 지략이 있어야 하고 마음을 잘 다스리는 정서능력도 가지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드라마 ‘연개소문’의 의도가 ‘아기를 이렇게 키우면 나라가 망한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인지 아닌지는 알 수가 없다. 그러나 현재 시점에서 시청자들에게 부모, 특히 어머니의 역할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점은 정말 우려된다.

결론적으로 ‘부모-자식 간의 심리적 역동’을 기준으로 할 때, 드라마 ‘대조영’과 ‘연개소문’은 각각 ‘진실’과 ‘허구’에 기초하고 있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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