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조영 VS 연개소문 (3)

인물묘사의 차이

검토 완료

김태형(psythkim)등록 2007.04.02 13:46
대조영 vs 연개소문 ③
- 인물묘사의 차이 -


2007년 4월 1일 일요일
새뜰심리상담소출판사 대표 김태형


생생하고 개성적인 캐릭터는 드라마를 돋보이게 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캐릭터를 살아 숨 쉬게 하려면 인물묘사를 정확하게 해야 하는데, 이는 등장인물의심리묘사와 성격묘사를 얼마나 잘 하느냐에 달려있다.

이런 점에서 드라마 ‘대조영’의 심리묘사는 매우 뛰어나다고 할 수 있다. 대조영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행동은 우리 편이든 상대 편이든 거의 다 이해가 가능하다. 이는 드라마 ‘대조영’이 사람들의 행동에 내재해있는 심리를 정확하고 설득력 있게 묘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1> 걸사비우 : 걸사비우는 난생 처음 자신을 꺾은 대조영을 처음에는 싫어했다.(걸사비우는 대조영이 결투의 예를 저버리고 반칙을 썼다고 생각했기에 더 싫어했을 것이다.) 그러던 걸사비우는 여러 갈피갈피에서 대조영과 부대끼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대조영의 정의로움과 용기, 그리고 따뜻함에 반하게 된다. 이렇게 대조영과 걸사비우, 흑수돌이 의형제를 맺는 과정은 매우 설득력 있게 묘사되고 있다.

<2> 이해고의 초린에 대한 집착(절대로 열렬한 사랑이라고 볼 수만은 없다) : 이해고는 부모의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천애고아’의 신분이다. 그런 이해고에게 있어서 초린은 어린 시절의 유일한 동반자이자 부모를 대신했던 존재였을 것이다. 절대 넘겨다볼 수 없는 거란족 추장의 딸인 초린만 차지할 수 있다면, 그래서 자신이 그렇게도 원했던 가족을 가질 수만 있다면, 이해고는 그 어떤 위험도 감수하며 그 어떤 행동(이해고는 초린을 구하기 위해 대조영에게 군사기밀을 넘겨준다)도 할 수 있다.

<3> 사부구의 광기 : 사부구가 점점 이성을 잃고 서서히 미쳐가는 것은 양만춘장군을 암살한 이후부터이다. 양만춘장군을 암살할 때 사부구는, 양만춘장군의 눈을 똑바로 마주보게 되었다. 그 순간 사부구의 양심은 ‘저는 장군님을 존경해왔습니다’라는 자기고백을 하게 만든다. 그날 이후 사부구는 양만춘장군의 그 눈빛을 절대로 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결국 악몽처럼 달라붙어 자신을 괴롭히는 ‘죄의식’ 때문에 사부구는 점점 미쳐갔던 것이다. 이런 점에서 죽음을 앞둔 순간에 사부구가, 양만춘장군을 암살했던 얘기를 꺼냈던 것은, 정말 설득력이 있다.

드라마 ‘대조영’이 치밀하게 추적하여 그려내는 사람들의 심리는 등장인물들의 행동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해주며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기본원인으로 되고 있다. 특히 ‘대조영과 대중상의 상봉장면’이나 ‘연개소문이 죽는 장면’ 등에서 보여준 드라마 ‘대조영’의 깊이 있고 섬세한 심리묘사는 정말 발군이다.

반면에 드라마 ‘연개소문’의 심리묘사는 너무 가볍고 평이하다.

<1> 연개소문과 검모잠이 의형제를 맺게 되는 과정은 정말로 단순해서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검모잠이 연개소문을 형님으로 모시게 되는 과정은 결투에서 졌다(결투에서 지면 오히려 상대방에게 반감을 품을 수도 있으며, 동네깡패 말고는 결투에서 졌다고 해서 바로 형-아우가 되는 경우란 드물기 때문이다)는 것 외에는 뚜렷한 설명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2> 연태조 부부는 연개소문에게 끝내 자기들이 부모임을 알리지 않는다. 그러나 ‘왜 그래야만 했는지’에 대해서는 납득할만한 설명이 없다. 연태조는 돌궐 땅에서 장성한 ‘연개소문’을 만났을 때(이때가 연개소문에게 있어서는 ‘아버지’라는 말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해볼 수 있는 기회였다)에도 자신의 신분을 밝힘으로써 아들의 한을 풀어주는 대신 연개소문에게 큰절을 하고 떠나버린다(드라마 ‘대조영’에서 대중상이 눈물을 흘리며 아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던 자기 잘못을 사과하는 태도와는 너무나도 대조적이다).

드라마 ‘연개소문’을 보다보면 아이러니하게도 ‘영류왕’과 연태수의 ‘선 경제안정 후 서토정벌’ 구호가 연개소문의 ‘자존심 사수, 선 서토정벌’ 주장보다 때때로 더 설득력 있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이것 또한 등장인물에 대한 심리묘사의 부족함 때문일 것이다.

드라마 ‘대조영’은 등장인물들의 성격 또한 정확히 묘사하고 있다.
정확한 성격묘사는 드라마 속의 등장인물들을 현실 속에 살아있는 생생한 캐릭터로 보이게끔 한다.

대조영의 등장인물들은 자신의 성격적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다. 성격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데, 그것은 성격이 평생동안 거의 변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성격의 선천성은 ··· ‘성격의 근본적 변화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 타고난 성격은 환경의 영향을 받아 변화한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격은 근본적으로 변화하지는 않는다.”(<성격과 심리학>, 김태형·전양숙 공저, 새뜰심리상담소 2007, 20~21쪽)

흥미롭게도 드라마 ‘대조영’과 ‘연개소문’의 주인공은 모두 다 그 성격이 ‘순교자(INFJ)’로 그려지고 있다. 즉 대조영과 연개소문은 말수가 적고 사색적인 내향형(I)이며, 직관력이 있고 창의적이며 미래지향적인 직관형(N)이다. 또한 공감능력이 뛰어나고 인정이 많고 따뜻한 감정형(F)이며, 계획적이고 자기통제력이 뛰어난 실천형(J)이다.

“INFJ는 매우 진지하고 성실한 사람이다. ··· 이들은 자신이 옳다고 믿는 신념을 위해 기꺼이 순교할 각오가 되어있다. ··· 사람의 행복에 대한 진지한 관심, 놀라운 직관력, 뛰어난 공감능력, 직감적으로 타인의 선악을 감지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INFJ는 사회적 집단의 윤리적 지주나 종교적 지도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 ··· INFJ가 직관력, 통찰력, 창의력, 비전(Vision) 선견지명, 예감 등의 대명사로 불리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성격과 심리학>, 김태형·전양숙 공저, 새뜰심리상담소 2007, 145~146쪽)

그런데 대조영은 자신의 성격적 특징들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는데 반해 연개소문은 2부에서 배우가 바뀐 뒤부터(내용적으로는 백두산에서 수련을 한 뒤) 그 성격도 변한 듯한 인상을 준다. 1부에서는 극히 정적이며 다소 유약해보이기까지 했던 연개소문이, 2부에서는 갑자기 동적이고 힘이 넘치는 외향형(E) 같은 모습을 빈번히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이것은 김유신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이를 정적들을 대량으로 죽인 혁명으로부터 받은 충격 혹은 권력을 잡은 뒤의 지위변화 때문이라고 애써 해석해보기도 하지만 석연치 않다.
앞서도 말했듯이 성격은 근본적으로는 변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내향형(I)인 김대중씨가 대통령이 된 후 갑자기 말방새로 변하지는 않았던 것이고, 외향형(E)인 노무현대통령이 퇴임을 한다고 해서 입을 다물고 조용히 살 가능성은 없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드라마와 같은 방송매체들이 심리적으로 건강한 성격을 잘 묘사하는 것이 사람들에게 상당한 심리적 치유효과를 준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지금도 재방송되고 있는 ‘내 이름은 김삼순’이라는 드라마가 큰 인기를 끌었던 이유 중의 하나도 바로 ‘김삼순’이라는 주인공이 주는 심리적 치유효과 때문이었을 것이다.
드라마의 주인공 김삼순은 ‘심리적으로 건강한 성격’을 가진 여성으로 묘사되었는데, 이는 좀처럼 TV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여성상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김삼순’을 보면서 주인공과 함께 울고 웃었던 것이고, 그 과정을 통해 힘도 받고 자신의 심리적 문제점도 자각했던 것이다.

드라마 ‘연개소문’의 도식적이고 몰개성적인 등장인물들에 비해볼 때, 드라마 ‘대조영’의 등장인물들은 거의 다 자신의 독특한 성격적 특징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어서 보는 재미를 더해준다.
부디 드라마 ‘대조영’이 끝까지 선전하여 걸작 드라마로 길이 남게 되길 바란다(DVD로도 꼭 출시되면 좋겠다).


*** 참고 : 드라마 ‘대조영’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성격은 다음과 같다 ***

· 대조영, 대중상, 양만춘(순교자 : INFJ)
· 연개소문(장군 : ENTJ) - 자기 생각과 감정을 거침없이 표현한다. 불도저 같은 추진력으로 결심한 일을 밀어붙인다.
· 걸사비우(모범생 : ISTJ) - 감정적으로 다소 차갑고 이성적인 사고형(T)인 걸사비우는 빈틈없고 치밀하며 냉정하다. 초린이 위기에 처하자 감정형(F)인 대조영은 뛰쳐나가려고 한다. 그럴 때마다 대조영의 손목을 잡고 말리는 것은 걸사비우의 몫이다.
· 흑수돌(지도자 : ENFJ) - 정의감은 있지만 머리는 좀 나쁘다. 그렇지만 직관형(N)이어서 매우 재미있는 말과 행동을 한다. 다소 지나치게 감정표현을 하는 외향 감정형(EF)이라서 걸사비우가 약간 눈물을 비출 때에도 흑수돌은 펑펑 운다.
· 초린(보안관 : ESTJ) - 활발하고 자기 주장을 뚜렷이 한다. 원리원칙에 철저하다. 초린과 대조영은 서로가 심리적 그림자(심리적 반대유형 : I-E, N-S, F-T)이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끌리게 되어있다.
· 보장왕과 숙영(봉사자 : ISFJ) - 조용하고 따뜻하며 인내심이 있다.
· 미모사와 이해고(전략가 : INTJ) - 매우 침착하며 강인한 의지의 소유자이다. 전략 설계능력이 뛰어나다.
· 설인귀(모험가 : ENTP) - 배팅을 즐기며 승부욕이 강한 모험가이다.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아주 많다.
· 부기원(007 : ESTP) - 도덕성이 없기 때문에 자기 이익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양심도 팔아먹는다.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잔인한 실용주의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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