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잍테모 이이데스까(들어가도 좋습니까)?'

일본 온천 남녀 혼탕 입욕기1

검토 완료

김우출(k82115)등록 2007.04.02 17:01

하우스텐보스의 네데란드 풍차 ⓒ 김우출



우리는 유람선도 타고 여러 가지 공연도 보았으나 너무 오래 기다려야 할 것 같아 불꽃놀이 등의 야간 이벤트는 포기하고 말았다. 우리들은 ‘유미하리노오카’ 호텔로 이동하여 일본에서의 첫날밤을 편의점에서 구입한 회와 준비해 온 소주로 화려하게 보냈다.


2. 기대했던 둘째 날 관광

호텔에서 뷔페식으로 아침을 먹고 우리는 구마모토 성으로 이동했다. 이곳은 일본의 3대 성의 하나로 가토 기요마사가 7년에 걸쳐 세웠다. 가토 기요마사는 임진왜란 때 조선 침공을 진두에서 지휘했으며, 당시 조선에서 왜성을 건설하면서 터득한 축성(築城) 기술로 1607년에 구마모토 성을 완공하였다. 구마모토성은 전쟁 때 적이 성벽을 기어오르는 것을 막으려고 위로 올라 갈수록 가파른 수직형의 독특한 곡선을 하고 있다. 성에는 성주의 권력을 상징하는 천수각이 있으며, 높이는 30m로 높고 견고하게 지었다. 내부에는 칼, 창, 방패 등 280년간 이 성을 지켜온 영주들의 유물들을 전시하며, 가장 높은 층에서는 구마모토 시내를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었다.

구마모토 성 ⓒ 김우출



그리고 천수각 근처에는 큰 은행나무가 있는데, 이는 전쟁 때 은행을 식량으로 사용하기 위한 것이었다. 1877년 메이지유신 뒤 정한론을 주장했던 사이고 다카모리[西鄕隆盛]를 앞세워 일으킨 반정부 내란인 세이난[西南]전쟁으로 구마모토성의 많은 부분이 파괴되었으며, 지금의 성은 1906년에 재건된 것이다.

드디어 세계 최대의 칼데라로 이루어진 화산, 아소산(阿蘇山)으로 이동했다. 최근까지 화산폭발을 했던 아소산의 면적은 380㎢로 동서 18㎞, 남북24㎞, 둘레 128㎞이다. 아소의 폭발은 3천만 년 전부터 계속되고 있으며, 현재의 모습은 10만 년 전에 있었던 대폭발로 만들어진 것이다.

아소산 화산 ⓒ 김우출



이곳은 나카다케, 다카다케, 네코다케, 에보시다케로 이루어져 있으며 현재에도 계속 크고 작은 폭발이 일어나고 있다. 일본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현재에도 높이 1,328㎞, 폭1.1㎞, 깊이 100㎞의 나카다케는 용암을 내뿜고 있어 살아 있는 아소산의 신비를 느낄 수 있다. 이곳은 화산활동이 심상치 않을 때는 관람을 금지시키는 곳이기도 하다.

용암으로 분출된 화석 조각들을 무인 판매하고 있어서 일본의 양심을 말해주는 듯 했다. 필자는 혼자서 일어선생님에게 배운 ‘고레와 이쿠라데스까(이것은 얼마입니까)?’를 사용하여 목각인형 하나를 2,100엔(16,800원)을 주고 샀다. 우리는 ‘아소프라자’ 호텔에 투숙하여 일본에 와서 처음으로 온천욕을 즐겼다. 오늘은 회를 푸짐하게 준비했으나 모두들 어제의 과음으로 인해 오늘은 많이 먹지 못하고 일찍 꿈나라로 갔다.


3. 3일차에 남녀 혼탕을 경험하다

호텔에서 아침을 먹고 우리는 유후인으로 이동했다. 그곳에는 완만한 능선의 유후산의 정겨움과 오래된 여관의 세련된 정원이 있었다. ‘오이타 현’ 중부에 위치하는 ‘유후인초’는 ‘오이타 강’의 원류인 유후인 분지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마을로, 분지의 북쪽에는 ‘분고후지’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유후산’이 있다.

옛날부터 자리 잡고 있는 오래된 여관과 세련된 정원, 개성적인 미술관과 작은 갤러리, 고급 식당과 찻집이 혼재(混在)하고 있어 매우 세련된 분위기를 보여 준다. 규슈 각지에서 만들어진 공예품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곳으로, 실제 도자기를 만들거나 염색하거나 시연할 수 있는 공방이 갖춰져 있다. 또한 유후인의 전통적인 거리의 모습을 볼 수 있으며, 말이 이끄는 마차를 타고, 전통마을을 구경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유후인 상가 거리 ⓒ 김우출



‘유후인 온천’은 ‘유후산’의 남서쪽 기슭, ‘유후인 역’ 주변에 많은 숙박시설이 자리 잡고 있는 온천마을이다. 온천의 질은 무색투명한 단순온천수이며, 누구에게나 부담이 없는 온화한 성분의 온천수이다. 류머치스나 신경통 등에 효과가 있으며, 온천거리에는 관광객들이 가볍게 이용할 수 있는 공동목욕탕도 많이 있다.

예로부터 일본에는 남녀 혼탕이 있다는 말을 들었던 기억이 있어서 가이드에게 물었더니, 요즈음은 일본에도 남탕과 여탕이 분리되는 추세라 많이 남아 있지는 않지만, 이곳에 한 군데 있다고 했다. 저기 보이는 노천탕이 남녀 혼탕이라고 하면서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내가 그곳으로 눈길을 주었더니 중년 여인 하나가 탕속에 몸을 담그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장난삼아 그 쪽을 향해 손을 흔들었더니 그녀도 웃으면서 손을 흔들었다. 가이드에게 ‘나도 저기에 들어갈 수 있느냐’고 물었다. 일어 선생님에게 몇 마디 일본말을 배우고 들어갈 수 있다고 했다. 입장료는 200엔인데 자기도 들어가 본 적은 없다고 했다.

‘하잍테모 이이데스까(들어가도 좋습니까)?’ 해서 안에 있는 사람 중 누군가가 ‘하이’하면 들어가고 아무 반응이 없으면 그냥 나오라고 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맞는 것 같았다. 내가 들어가려고 하니 동료들 중 하나는 일본말도 못하면서 일행과 헤어질 수 있으니 제발 들어가지 말라고 했다. 그러나 나는 수건이 준비되지 않았는데도 용감하게 들어갔다. 내가 ‘하잍테모 이이데스까?’ 하니 벗은 몸을 닦고 있던 한 여인이 분명히 ‘하이’라고 말했다. 물론 그 때 나는 그녀의 날씬한 몸매를 다 보았다. 들어가서 둘러보았지만 입장료를 받는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좌우를 둘러보니 옷을 벗어서 넣는 칸이 있었고 발밑에는 노천 온천탕이 있었는데 남녀 두 쌍이 즐기고 있었다.

눈치껏 옷을 벗고 팬티만 남겼다. 나중에 들었지만 팬티까지 벗고 수건으로 중요 부위를 가린 채 들어가는 것이 예의라고 했다. 그러나 수건을 준비하지 못했던 나는 구석에서 아무도 안 볼 때 팬티까지 벗고 살짝 탕 안으로 들어갔다. 앉은 채로 주위를 살폈더니 한 남자가 따라 나가서 옷을 입고 한 쌍이 미리 나갔다. 좀 있으니 밖에서 본 적이 있는 그 여인이 벗은 몸으로 탕 밖으로 나갔다. 나는 그녀의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알몸을 다 볼 수 있었다. 수건으로 몸을 닦더니 속옷부터 겉옷을 차례대로 껴입었다. 남편인 듯 한 남자가 따라 나가니 여자가 그 남자의 온몸을 닦아주었다. 그 남자는 청바지를 꿰입고 일본말로 뭐라고 하더니 그 여자와 함께 나갔다. 아마 내 짐작으로는 먼저 나갈 테니 천천히 목욕을 즐기고 나오라고 하는 것 같았다.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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