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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서 온 데이비드 존스(David Jones)씨는 한국 친구와 벚꽃 축제를 보러왔다가 대한민국 국회를 방문했다. 한국 전통의 줄타기 공연이 있다고 해서 찾아간 곳이 의사당 운동장이었고, 공연이 끝나고 자연스럽게 국회 본관 투어를 하게 된 것이다.
그는 한국 국회를 캐나다 TV에서 본 적이 있다. 양복을 입은 중년의 남자들이 난투극을 벌이는 모습이었다. 고함을 지르며 주먹을 휘두르다가 끌려가던 모습이 그가 알고 있는 한국 국회의 전부였다.
"정치인들은 어디나 똑같은 것 같아요. 국민을 위한답시고 자기 이익이나 챙기고..."
시니컬하게 대답하던 그는 사무처 직원의 설명 중간에 조용히 국회를 나갔다.
벚꽃 축제가 한창인 지난 일요일 국회를 방문한 인원은 약 5만명으로 추정된다. 이는 프로축구팀 FC서울과 수원삼성의 경기가 있었던 서울 상암구장의 관객과 맞먹는 숫자다.
대부분 가족 단위의 방문객들은 국회 잔디밭에 앉아 김밥을 먹었고 경내의 의원동산에 올라 산책을 했으며 운동장에서 벌어진 민속공연을 관람했다. 역시 친구와 국회를 찾은 장은영씨는 국회 안이 생각보다 좁고 칙칙하다고 평했다. 공기가 탁한 게 폐쇄적인 분위기라고 했다.
이날 본청을 방문한 1,909명의 방문객들은 4층에 있는 전시관을 둘러보고 본회의장 방청석에 앉아 국회 홍보 비디오를 보면서 사무처 직원의 설명을 들었다. 활짝 웃는 어린이들과 노동자들이 나오는 비디오는 일반 국민들이 느끼는 국회에 대한 거리감에 비해서 너무나 천진했다. 차라리 대중에게 익숙한 연예인이 나와 국민과 유리됐던 국회를 솔직히 인정하고 더 나은 모습을 약속했으면 어떨까 싶었다.
비디오 상영 후 약 15분에 걸친 사무처 직원의 설명도 사회 교과서를 읽는 듯해 길고 지루한 느낌이었다. 한쪽에선 조는 사람도 보였고 아이들은 몸을 비틀었다. 쉬운 퀴즈와 뉴스에서 화제가 된 에피소드를 섞어서 흥미롭게 진행하면 훨씬 즐거운 설명회가 되지 않을까 싶었다.
약 30분에 걸친 국회 참관을 마친 이들은 앞으로 뉴스에서 나오는 국회의사당을 보며 한마디씩 할 것이다. 2만2천원밖에 안된다는 의원 뺏지에 대해 아는 체를 하고 화면에선 커 보이지만 실제로 얼마나 작은지에 대해서도 디카로 찍은 사진을 보여주고 설명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들은 운이 좋은 편에 속한다. 벚꽃 축제 기간을 제외하고 국회 본청은 토요일과 일요일엔 문을 열지 않는다. 평일 낮에 국회를 찾아 투어를 할 수 있는 이들은 단체 행사로 찾은 학생들이나 지역구 행사로 초대된 이들이 대부분이다. 일반 국민에게 국회는 여전히 높은 담에 둘러쌓인 자기들만의 공간일 뿐이다.
아내와 함께 여의도에 왔다가 국회를 찾았다는 부평의 김아무개씨는 본청 앞 조각상을 찍기 위해 정문쪽 계단을 올라가려다가 경비원의 제지를 당했다. 일반인들은 뒷문을 이용해야 한단다.
그 조각상이 있는 본청 앞에는 14일째 FTA 반대 단식을 하고 있는 천정배 의원이 초췌한 얼굴로 앉아 있었다. 결국 김씨는 아내와 본청 옆에 심어놓은 잘 조경된 소나무 앞에서 사진 몇장을 박고는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천의원의 단식 천막에서 내려다보이는 국회 앞 잔디밭은 행복한 표정의 가족들로 빈자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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