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 기자의 설움

유력 매체 중심의 폐쇄적인 기자단... 언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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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진(ohngbear)등록 2007.04.18 16:46
나는 B종교 방송사에 근무한다. 속칭 마이너 매체다.
게다가 지방이다. 마이너에 마이너인 셈이다. 야구로 치자면 더블 A급쯤 될까? 아님 싱글A???

그러다 보니, 이런 저런 설움을 당할 때가 많다.
내가 쓴 기사는 별다른 반응이 없는데... 나랑 똑같은 기사를, 그것도 나중에 쓴 기자가 엄청난 스포트 라이트를 때도 그렇고, 출입처 공보관들이 메이저급 언론사에 보도자료를 준다고 나의 보도자료 요구는 무시할 때도 그렇다.

며칠 전이다. 이라크 총리가 부산을 방문했다. 부산시장과 면담도 계획돼 있었다.

취재를 위해서는 당연히 일정이 필요했다. 나는 공보실에 일정을 요청했지만, 공보실에서는 담당 부서 전화번호를 알려주고 그리로 연락하라고 했다.

담당부서에 전화를 걸었다. 담당자는 부재 중.... 다른 직원에게 자료를 요청했지만 담당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2시간쯤 뒤에 다시 전화를 했다. 이번엔 아무도 받지 않았다. 다시 1시간 뒤.... 그새 퇴근했단다. 결국 그 날 나는 원하는 자료를 얻지 못했다.

다음 날 다시 공보실에 전화를 했다. 공보실에서는 역시 담당부서 과장 전화번호를 알려줬다.
별수 없이 다시 전화했다. 이번엔 직원이 받더니 과장이 자리에 없단다. 자료를 요청했더니, 과장이 줘야 한단다.

30분뒤 또 담당과장에게 전화를 했다. 이번엔 과장이 받았다.
"B방송 장## 기잡니다. 오늘 이라크 총리가 부산을 방문한다고 해서...."
그러나 나는 그 다음 말을 이어갈 수 없었다.

아주 빠르게 내 말을 잘라먹은 담당과장
"내가 지금 회의에 들어가야 하거등요오~ 바빠서~~"

화가 났다. 버럭 소릴 지르고야 말았다.
전화를 끊고 나서도 화를 삭일 수가 없었다.

공보실에 전화했다. '이럴 수 있느냐'고 항의했다. 전화는 공보계장을 거쳐 담당 주사에게 연결됐다.

담당주사는 전화를 받자 마자 '취재 그렇게 할거요?'라고 짜증을 냈다. 그 사람으로써야 당연한 반응이었겠지만, 나에겐 불 난데 기름을 끼얹은 셈이 됐다.

격렬한 말싸움이 오고 갔다. ( 그 인간이나 나나.... 참.....)

결국 담당주사는 '취재 잘 하라'고 속을 긁었고 나는 '두고 보자'라고 응수했다.

그런데 그날 오후, 나는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
내가 그렇게 자료를 찾아 전화를 걸고 있을 무렵 이라크 총리의 일정을 담은 보도자료가 이미 다른 기자들에게는 배포돼 있었고....
내가 공보실 직원과 싸우고 있을 때.....타 언론사 기자들은 기사를 쓰고 있었다는 걸 말이다.

사실 이런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한번은 내가 한미FTA와 관련해 부산시의 대책에 대한 자료를 요구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담당과장은 K사와 시장이 인터뷰 하는데 그 자료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내 요청을 들어 줄 수 없다고 했다.
인터뷰 자료 내용이나 내가 요청한 자료나 같은 것이었는데 말이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자꾸 벌어지는 것일까?
이유는 단 한가지 인 것이나 다름없다. 그 이유라는 것은 '기자단'이다.

우리 회사는 개국 12년이 넘었지만, 아직 부산시청 기자단에 포함돼 있지않다. 선배들이 엄청난 노력을 했고, 나도 많은 노력을 쏟았지만 아직 이루지 못했다.

그깟 '기자단'??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게 위력이 상당하다.

어떤 공무원은 아예 출입기자 명단부터 보고 자료를 줄지 말지 결정하는 경우도 있다.

시청 기자실에는 내 자리가 없다. 자리를 두개씩이나 차지하고 있는 언론사도 있지만....우리가 달라고 하면 늘 자리가 없다고 말한다.

기자실에 자리 없는게 별 건가 할런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그게 별거다.

가끔 실국장들이 갑자기 기자실에 나타나서 간담회를 자청하고 자료를 돌리는 경우도 있는데, 기자실에 없으면 연락을 받을 수 없다. 기자실 아가씨가 연락을 안 준다.

오늘 같은 경우만 해도... 이병완 청와대 특보가 부산시청 기자실에서 간담회를 열었다... 당연히... 나에게는 연락이 안왔다.

기자실 아가씨에게 우리한테도 연락을 달라고 했더니.... 자기 맘대로 할 수 없단다... 전에 자기 맘대로 연락 줬다 기자실 기자들 한테 야단 맞았단다.

오찬 간담회 같은 건 자연스럽게 빠진다. 일주일에 한 두번쯤 그런 자리가 있는데...우리에겐 연락도 안 온다. 기자실 기자들에게는 프린터로 일정을 뽑아서 책상에 하나씩 놓아 두면서도 말이다.

이런 현상은 부산이 거의 유일하다.
서울을 비롯해 다른 지역에서는 (우리 회사가) 이런 대우를 받는 경우는 없다.

그래서 나는 서럽다.
마이너 라서 서럽고.... 지방이라 더 서러운데...
이런 '왕따'까지 당하다 보니 정말 미치도록 억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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