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모교', 영화 속 <우리 학교>를 가다

'우리' 또는 '민족'에 대한 가슴 밑바닥 먹먹한 그리움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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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홍(cdstone)등록 2007.04.26 13:45

<우리 학교> 고급반 3학년 아이들의 모습 ⓒ <우리학교> 홈페이지



‘영원한 모교’, <우리 학교>의 아이들

영화 ‘우리 학교’는 (아 벌써부터 눈물이 핑 도네요) 재일 ‘혹가이도 조선초중고급학교’의 일상을 3년에 걸쳐 카메라에 담은 다큐멘타리입니다. 진작부터 입소문이나 인터넷을 타고 열성팬을 거느린 화제작으로 떠올랐는데요. 팍팍하고 메마른 현실을 적셔주는 단비 같은, 아니면 내 마음 온통 흔들어놓고 돌아서 살짝 미소짓는 참한 여인네 같은.
아닙니다. 나이가 몇인데 그런 일로 이렇게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을 보이겠습니까. 그러니까 오래도록 떨어져 못만날 줄만 알았던 눈빛 맑은 어린 누이를 상봉하는 느낌이랄까, 어쨌든 핏줄이 잇대어있지 않고서는 도저히 느낄 수 없는 감정인게지요.

그리고 그 쪽의 ‘민족’은 아직까지 좋은 것만 가지고 있었습니다. 언제 갈라진 남북인데 아직까지 ‘조선’이라는 국적 아닌 국적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 타 민족의 질시와 구박 속에서도 더 힘들고 어렵게 살아온 어른들을 생각하며 기꺼이 그 어려움을 자신의 생활로 받아들이는 아이들, 그렇게 스스로의 뿌리를 인정하는 자신들로 인해 어른들의 자랑이고 힘이 되기를 먼저 생각하는 아이들, 북쪽 말투와 일본식 발음으로 애써 우리말을 배우고 말하며 굳이 치마 저고리를 입고 티를 내지 않으면 내면의 정체성마저 스러져버린다는 것을 알아버린 아이들, 모국(북조선)의 수학여행길에서 살갑게 반겨준 ‘아바이, 누님’을 부르며 감격해하고 좋아라하던 아이들, 공부보다는 다양한 과외활동과 체육활동을 통하여 서로 껴안고 동무될 줄 아는 아이들, 추운 눈나라 지방에서 초급반 7살짜리부터 18살 고급반 아이까지 기숙사를 중심으로 선생님과 함께 한데 어울려, 따숩게 살아가는 재미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아이들, 이 모든 것을 그림자처럼 쫓아다니며 돌보고 챙기는 선생님들. 그리고 졸업식날 이제 ‘조고(朝高)’라고 자랑차게 외치던 고급반을 졸업하고 ‘우리 학교’를 떠나는 아이들과 또 그렇게 떠나보내는 선생님들의 모습. 두고두고 귓전을 맴도는 ‘외롭고 힘들 때면 사양없이 동무를 찾고 ‘우리 학교’를 찾으라‘는 담임선생님의 맨 끝말, ‘우리 학교’는 여러분들의 ‘영원한 모교’라는.

‘우리’ 또는 ‘민족’에 대한 가슴 밑바닥 먹먹한 그리움으로

영화 속에서도 보여주듯이 ‘우리 학교’의 앞날은 밝지 않습니다. 북과 잇대어 바라보는 일본내 극우세력과 일본 정부의 보이게 보이지 않게 저질러지는 차별과 탄압도 한 몫을 하겠지만 어쩌면 타국에서 ‘민족’이라는 정체성을 안고 살아가기에는 먹고 사는 문제가 너무 버거워 보이는 때문이지요. 마치 라다크 사람들의 ‘오래된 미래’가 그들 자신의 미래가 될 수 없는 것처럼.
그럼에도 이 아이들이 사회에 나와서 무슨 일을 하고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든지 그 이들의 가슴 속에 남아있을 ‘우리 학교’, ‘영원’이라는 말과 ‘모교’라는 말이 이처럼 맞춤하게 어울려 쓰인 예를 ‘우리 학교’ 아닌 다른 어디에서도 만날 수 있을 것 같지 않네요.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그 곳, ‘우리’ 또는 ‘민족’에 대한 가슴 밑바닥 먹먹한 그리움, 영화 내내 흘러내린 눈물의 또 다른 이유인지도 모르겠습니다.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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