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운동, 앞으로의 방향은?

생애 첫 노동절 참가 후 개인 감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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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용(moibleu)등록 2007.05.02 12:10
오늘 대학로에서는 117주년 세계 노동절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렸습니다. 저는 회사 노조가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산하 단체인지라 서비스연맹원 자격으로 제 생애 첫 노동절 행사에 참여했습니다.

저희 회사 노조에 가입할 때도 갈등이 있었던 것은 솔직히 말해서 저는 노동운동에 진정 정열적이고, 적극적인 타입은 아니고, 그렇다고 노조에 가입만 해놓고 팔짱기고 보고만 있는 성격도 아닌지라 과연 노조활동으로 개인 만족은 물론이고 조합원간 연대감을 얼마나 갖게 될까 하는 걱정 때문이었습니다. 극렬하게 투쟁만(사실 투쟁이라는 단어 자체도 아직까지 친밀하게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하는 것도, 근로자로서의 단결권을 아예 모르는 셈 치고 사는 것도 탐탁치 않기 때문이었지요.

그렇지만 노동조합이라는 개념 자체에는 원체 긍정적이었기에 얼마간 고민 후 가입을 해서 이제껏 적극 활동은 아니지만 최소한의 의무는 다하며 활동을 해왔고, 이번 노동절 행사 참여도 그러한 활동의 하나였습니다.

오늘 노동절 행사는 제가 그간 갖고 있던 갈등에 대해 한 번 더 생각을 하는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행사 내내 제기된 비정규직 문제, 노사문화, 한미 FTA 반대 등은 모두 제가 공감하는 것이지만, 행사 진행 방식은 그다지 마음에 와 닿지 않았습니다. 모두가 민주노총 식구라는 동질감보다 서로 다른 조합들이 모여 있는 데서 오는 이질감이 더 큰 듯 보였고, 무대에서 진행되는 연설이나 구호와는 동떨어져 서로 잡담을 하거나 심지어 대오 안에서 담배를 피고 술을 마시는 분들도 보였으니까요.

이러한 문제들은 물론 노동자 개개인의 역량 문제일 수도 있지만, 행사를 진행하는 집행부들의 준비 부족에도 책임이 있을 것입니다. 앞에서 선창하는 구호가 너무 어려워서 참가인원 모두가 함께 외치기 어려웠고, 행사 내내 외치기로 한 후렴구호에 대한 안내가 미비해서 대부분 조합원들이 행사 내내 후렴 구호를 서로 물어보기에 급급했습니다.

무대에 올라서 연설을 했던 분들의 사연은 모두 구구절절하고 동감이 가는 내용이었지만 너무 많은 분들이 천편일률적인 방식으로 연설을 해서 지루한 점이 있었습니다. 간간이 노래나 율동으로 표현한 분들 순서에서 오히려 호응이 높았던 점은 집행부에서 눈여겨 봐야 할 부분일 것입니다.

노동절 행사는 모든 노동자들의 축제의 장입니다. 물론 집행부에서도 말한 것처럼 축제날에 축제를 할 수 없는 형편이 아쉽기도 하지만, 그 행사를 이제껏 해왔던 틀에만 맞추어 진행하려 하는 것은 저와 같이 소극적이지만 노동운동에 참여하고픈 많은 분들의 의지를 감소시키는 방해요인이 될 것 같습니다.

저와 같은 소극적 조합인들을 대신해 많은 일들을 해주시는 전임노조원들을 진정 존경하고 더 많은 참여를 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그러나 서로 소통하여 개선하려는 노력은 모두에게, 특히 연대감이 중요한 노동운동에서는 더더욱 중요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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