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이 없다구요?

세탁장이가 본 600억원짜리 바지 청구건

검토 완료

조석진(cho3237)등록 2007.05.06 12:58

우리 세탁소 전경입니다. 2007년 새해 첫날 아침 햇살에 찍었습니다. ⓒ 조석진



이민오니까 이곳에는 한인들의 3대 기간산업(?)이 있다더군요. 즉, 편의점, 식당, 그리고 세탁소였습니다. 이곳도 편의점이 대형 쇼핑몰의 등장으로 예전의 활황을 누리지 못하고 노동력이 필요하는 세탁소가 인기가 올라간다고 하더군요.

저희 부부도 힘든 면이 있지만 그래도 생업으로 뿌리를 내린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미국에는 대부분의 세탁업을 한인들이 차지했고 이곳 캐나다는 이태리, 중국인 이민자들이 주로 했던 세탁업이 한인으로 넘어왔고 일부는 베트남, 인도 이민자들도 진출하고 있다고 합니다.

어쨌든 어느정도 애착을 가진 바지인지 모르지만 그 판사가 자신의 정신적인 손실을 감안한 그 금액청구야말로 분명 '차별'입니다.

거꾸로 생각해봅시다.

조승희와 같은 한인 이민자가 공부를 열심히 하여 판사가 되었다고 합시다. 그 한인 판사가 바지 한벌 분실을 빌미로 이태리계 세탁소에 600억을 청구했다면?

그것도 또한 어떤 '차별'일 것입니다.

이민사회에는 분명 차별이 있습니다. '똥개도 자기 집에서는 50% 먹고 들어간다.'란 우스개처럼 먼저 온 이민자들이 나중온 이민자들을 차별하는 것이지요.

때로는 원주민(네이티브 캐네디언)이 이주민들로 인해서 역차별을 겪는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생각해보면 그 '네이티브'란 것이 우습죠.

이곳 북미대륙의 원주민은 몽골계인 캐네디언 인디언인 것입니다.

세탁을 하다보면 별별 인종을 겪고 때로는 손님에게 상처도 입고 때로는 마구 원색적인 욕도 손님 등뒤로 하고는 합니다.

세탁소 내부입니다. 여름에는 더워서 힘듭니다. ⓒ 조석진



세탁소 문을 연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적이었습니다.

동유럽 백인여자 이민자들이 손님으로 들어오면 은근히 아시아계를 무시하는듯 사납게 굴었습니다.

어떤 여자가 와이셔츠 하나를 달랑 맡기더니 찾아갈 적에 생트집을 부렸습니다.

"아니! 이곳 세탁소는 세탁할 때 불을 사용해욧! 이 셔츠 목둘레와 소매둘레가 탔잖아요! 물어내요!"

어이가 없어 그렇지 않고 아주머니가 들고온 너덜너덜한 셔츠가 원래 그랬다는 설명에 대뜸 소리치더군요.

"너네 나라로 돌아가!"

순간 머리로 피가 역류하는 듯 저도 소리를 맞질렀습니다.

"너도 너네 나라로 돌아가! 너도 원래 캐네디언이 아니고 유태인이잖아!"

그 여자가 유태계인지 아닌지 모르지만 순간 나도 유태인을 들어서 '차별'을 한 것이죠.

이민자들끼리 차별하고 한인들끼리 차별하는 곳이 이민사회가 아닌지 생각해 봅니다. 양극화 현상도 이민사회에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즉, 한인교회도 양극화 현상이 있으니까요. 아무래도 대형교회가 유리한 것 같습니다.

세탁소 6년 경험으로 은근한 차별을 느낄 때 쓰는 금과옥조와 같은 말을 만들어냈습니다. 그리고 마구 써먹었습니다.

"아주머니, 헌옷을 가져와선 새옷 만들어 달라니? 아줌마 샤워 한번 한다고 처녀되는거요?"

차별을 차별로 대하면 악다구니만 느는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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