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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 경복궁에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수문장 체험행사라는 것을 했다.
쉽게 말해, 왕 근위병들의 교체의식을 외국인들도 한번 해보게 하는 1년에 한 번밖에 없는 기회라고 한다.
평상시에는 공익근무요원이나 아르바이트 생들이 하는데, 그날만 특별히 외국인에게 베푸는 선심행사같은 것이라고나 할까?
한달 전에 신청을 했고, 한 차례의 일정 지연 등 ...어찌어찌하여 힘겹게 우리반 16명이 참석하게 되었다.
보기엔 간단한 행사였건만, 보는 만큼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대림동 센터 앞에서 9시 30분 집결.
여기서부터 조금 문제가 있었다. 대부분이 수원, 안산, 반월, 천안에서 오기 때문에 어떤 학생은 새벽 5시에 일어났다고 한다.
늘 그렇지만 지각하는 학생도 있기 마련이라 10시에 출발, 11시가 다 되어 경복궁 도착.
옷 갈아 입고 대열 갖추는 데.. 또 몇 십분.
인솔자가 한국어를 가르친다고 하니까 우리가 해당 외국어에 몹시도 능통하리라 생각했나보다.
각자, 무기(모형이긴 하지만)를 나누어 들자, 담당자가 말한다.
"여기 이쪽 칼날이 예리해요. 이렇게, 이렇게 마구 흔들면 안 돼요."
그러면서 통역을 바라는 낯빛으로 나를 쳐다본다.
그래서 내가 말했다.
"여러분, 칼 위험해요. 조심하세요."
그때부터 담당자 표정이 좀 이상하다.
"앞으로 걸어갈때는, 좌우 정열 정확하게 간격을 맞추세요."
사실, 지금 정확히 기억나진 않는데, 위의 표현보다 더 복잡하고도 어렵게 말을 했던 것 같다.
어쨌든 난 이렇게 통역했다.
"여러분, 옆, 앞, 친구들과 똑같이 걸어요."
학생들이 모두 고개를 끄덕인다.
우리반은 초급2반, 그러니까 한국어를 그동안 약 40시간 정도 공부했다.
가만 생각해보면 우린 우리말을 참 어렵게 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한자투도 많고.
내가 한 두어번 그러니까 이제부터는 담당자가 직접 한국어로 전달했다. 그다음부터 내가 편해졌다.
우리 반 학생들은 젊은데다 처음 구경하는 것이라 재미있어 했지만, 다른 반 학생들은 몰려드는 사진사들로 인해 몸살을 앓았다.
노란머리에 콧대 높은 서구식 외모때문이었다. 노란 머리의 수장이 사진 구미에 당겼던 모양이다. 베트남인이 대부분인 우리반 학생들은 그에 비하면 카메라로부터 자유로웠다.
수문장 체험행사가 끝나고, 경회루를 둘러볼 때, 부반화 씨가 그런다.
"선생님, 생선이 많아요."
지나가던 사람들 흘끗흘끗.
"물 속에 물고기, 식탁 위에 생선. 저것은 물고기예요."
내가 설명하고도 참 통쾌하게 잘 설명했다 싶다.^^
쉽고 통쾌한 통,번역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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