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문화재청, '관행'보다 체계적인 보존대책이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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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기(wjykone)등록 2007.05.18 16:32
“효종대왕릉 재실 오찬에 대한 우리의 입장과 의견”
- 무분별한 '관행'보다 체계적인 보존대책이 필요

지난 5월 15일 효종대왕릉 재실에서 문화재청장과 지역유지들이 모여 사적지에서 금지된 화기 등을 사용하여 오찬을 하였다는 사태는 시민에게 참으로 이해하기 힘든 당혹감을 주었습니다. 우리는 이번 재실 오찬 행위를 바라보면서 문화재청의 그릇된 문화활용 정책과 안이한 보존의식에 대해 깊은 유감의 뜻을 전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실 이번 일은 시민단체와 언론에 의해 계속 지적되었던 문화유산 활용정책의 폐해를 재현한 것에 불과합니다. 우리는 앞서 ‘궁궐의 올바른 활용과 보존을 위한 시민모임’을 결성하여 궁궐 활용이란 미명 아래 벌어진 여러 행사들에 대해 “활용 우선주의보다 문화유산 보존에 영향이 없는 범위에서 그 가치와 특성에 기초한 활용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문제제기를 해 왔습니다. ‘세계검사대회 만찬(경복궁,2004)’, ‘세계신문협회 만찬(창경궁,2005)’, ‘세계철강협회 만찬(창경궁,2005)’, ‘신사임당의 날 행사(경복궁,창경궁)’, ‘앙드레김 패션쇼(경복궁,2006)’ 등의 행사가 그러한 예 입니다.
문화유산 활용의 무조건적인 반대가 아니라, 만찬·패션쇼·음악회·전통혼례 등 손쉬운 이벤트 대신에 문화유산의 가치와 특성을 살리는 문화컨텐츠 개발에 중장기적인 투자가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구체적 원칙과 준비 없는 문화유산 활용이 정책결정의 우선순위에 놓이면서, 문화유산 보존 원칙과 역사적 가치가 훼손되는 현실은 문화재청의 지속가능한 보존과 활용이 헛된 구호로 밖에 다가오지 않습니다.

우리는 이번 일을 계기로 문화재청이 궁궐을 비롯한 사적지에서 계획하고 있는 무분별한 활용계획을 중단 또는 축소하고 문화유산 활용의 원칙과 세부 지침 그리고 올바른 활용을 위한 연구 작업에 몰두하기를 기대합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관행’이라는 궁색한 답변으로 정당화하여 시민들에게 심각한 실망감을 안겨 준 것을 심히 우려하며 시민들을 대신해 아래의 사항을 요구합니다.

1. 이번 사태와 관련한 문화재청장의 공식 사과를 촉구한다.
2. 사적지 내에서 금지된 화기 사용, 음식물 제공, 흡연, 음주 등의 일반적인 금지사항을 ‘관행’과 ‘행사’를 명목으로 허가하지 말기를 촉구한다.
3. 문화유산의 보존과 가치 및 특성에 어긋나는 행사를 불허하라.
4. 재현행사를 비롯한 행사시 사적지 보존과 훼손예방 방지를 위한 작업 및 행동지침 등을 기재한 체계적인 매뉴얼을 마련하라.
5. 문화유산의 보존과 가치 및 특성에 기초한 활용방안을 마련을 위한 중장기 연구프로젝트를 추진하라.
6. 문화유산과 복원 문화재의 일상적인 보존 관리를 위한 세부 매뉴얼을 마련하라.

문화유산의 올바른 보존과 활용을 위한 시민모임(준)
- (사)한국의재발견, 서울KYC, 궁궐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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