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날개를 위하여

가짜가 판치는 사회를 바로잡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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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범(nzauthor)등록 2007.05.20 11:23
옷이 날개라 한다. 수염이 석자라도 먹어야 살고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했다. 의식주문제가 우리 삶에 차지하는 비율이 속담으로 이어질 만큼 지대하다는 뜻일 것이다.

아무리 속에 든 것이 우아하고 고상해도 겉치레모습이 후줄근하다면 제대로 대접받기 힘든 것이 우리 사회다. 큰돈이라도 들여가며 좋은 옷으로 치장해야 사람으로 대접받게 되므로 너도 나도 겉치레에 투자를 하는 것이다. 양심이 검은 사기꾼이나 도적이라도 외양만 말쑥하면 신사처럼 대우받고 행세할 수 있으므로 허례허식과 외식주의문화가 판치는 저질세상이 된 것이 아닌지 곰곰이 돌아볼 일이다.

서울의 거리를 걷는 선남선녀의 모습은 선진부국 어느 도시보다 옷맵시가 빼어나다. 유행의 본고장인 파리나 옷차림새가 우아하기로 이름난 도쿄보다 유행이 민감한 도시가 서울이라 한다. 장신구조차 비싼 외제를 선호한다. 그러니 명품이 날개를 달고 가짜 명품까지 판치는 모양이다. 학식이 높고 인격이 고매해도 돈이 없으면 천대받지만 천박하기 그지없는 속물이라도 돈만 많으면 대우받는 사회이므로 체면도 염치도 불구하고 오로지 축재에 혈안이 되다보니 우리사회는 소수의 벼락졸부도 생겼지만 숱한 거지도 양산되어온 양극화사회가 되어버렸다.

외식주의에 치우치다보니 성형수술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어떤 아름다운 아주머니는 성형수술에 매달린 나머지 얼굴이 선풍기처럼 변형된 불행을 겪기도 했었다. 한국의 성형수술은 도가 지나쳐 미인들치고 얼굴에 손을 대지 않은 여성이 드물다할 정도로 이제는 일상화 되었다고 한다. 이런 판국이므로 여성들의 이목구비는 대체로 서구여성들처럼 엇비슷해지고 있다고 한다. 예부터 물려진 한국고유의 여성미가 사라지는 세태를 우리는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전쟁의 폐허에서 오늘날처럼 고도산업국가로 발전한 것은 50년 세월에 불과하지만 그동안 변해도 너무 많이 변해버렸다. 변화 중에서도 가장 비극적인 것은 우리 사회가 돈이 많고 겉모양이 번듯해야 대우받는 천민사회로 전락해버린 사실이다. 돈이 많아야 정치가가 될 수 있고 하고 사업도 번창시킬 수 있으므로 물불 가림이 없이 떼돈을 벌려고 서로가 아귀다툼을 하는 바람에 우리사회는 제로섬법칙이 적용되는 살벌한 전쟁터로 변한지 오래다.

가난하자만 염치와 체면을 소중히 여기고 고상한 취미와 예술과 문화를 숭상하던 선비의 사회가 졸부들만이 판치는 저급사회로 변질한 이유는 여러 가지다. 그러나 25년 간 우리사회를 짓눌렀던 저질군사문화도 우리사회의 병리현상에 크게 일조했음은 부인하기 힘들 것이다. 군사독재 앞에선 인권이나 자유, 양심이나 정의와 같은 인류의 보편적인 가치는 여지없이 유린될 수밖에 없었다. 불의의 세력에게 아부하고 충성하는 협잡꾼들만이 출세하는 세상에서 우리들의 정신세계는 황폐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허례허식과 물질문명숭상풍조는 원래는 서구의 것들이었다. 경제개발에 묻어온 서구의 물질중시사조는 우리 고래의 정신세계와 미풍양속을 순식간에 증발시켰고 외양을 중시하는 선진부국의 물질풍조에 오염되어버렸는데 지금은 그 정도가 선진부국을 능가하게 되어버린 것이다.

옷이 날개가 되는 외식주의세상, 외식주의가 우리고유의 정신을 경시하는 한 우리사회는 건강을 회복하기 힘들 것이며 우리정신 역시 제대로 복구되기 힘들 것이다. 고아한 인격과 이성과 양심이 제대로 인정받고 인권과 평등권이 보장받는 사회로 진화해야만 미래가 있는 법이다.

옷이 날개가 되는 세상이 아니라 마음이 날개가 되는 세상으로 우리사회를 개선하고 회복시키기 위해선 지도층이 솔선해야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들의 지도자들은 너나없이 저질사회를 키워가는 일에 여념이 없어 보인다. 민초들이 나서서 우리들이 잃고만 소중한 가치들을 챙겨야겠다. 그러기 위해선 정치판부터 개혁하고 참신한 인물로 갈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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