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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의 눈에는 눈꺼풀이 없다. 만약 물고기에게 눈꺼풀이 있다면 참말로 끔찍할 것이다. 잡아서 손에 쥐기도 그렇고 잡아먹기에도 끔찍하게 느껴질 것이다. 나아가 물고기에겐 눈물을 흘리는 눈물샘인 누선(淚腺)도 없다. 그러나 사람에겐 이들 두 가지가 다 있다. 사람은 건조한 공기 중에서 살아가야 하니까 눈알이 잘 돌아가도록 촉촉히 적셔주는 누선이 있다. 각막(角膜)이 마르는 것을 막아야 하기에 누선이 없으면 안 된다. 각막이 마르면 눈을 깜빡여야 하고 각막이 흐려지면 눈을 깜빡여서 깨끗하게 청소해야 하므로 눈꺼풀은 마치 자동차의 와이퍼 역할을 한다.
그런데 사람의 경우 각막이 흐려지면 시력이 떨어지고 심하면 실명의 위험이 있다. 하지만 물고기는 항상 물속에 있으니까 각막을 적셔줘야 할 필요가 없고 그래서 눈물샘이 없다. 물속에서 살아가므로 물고기의 각막이 마를 염려가 없다. 따라서 눈꺼풀이 없어도 되므로 눈꺼풀이 없는 쪽으로 진화한 결과이다. 또한 물고기는 슬픔이나 기쁨을 알지 못하므로 굳이 눈물을 흘려야 할 까닭도 없다. 지구상의 생물은 환경에 따라 진화하는 법이니까 서로 다르게 적응하고 발전한 것이다.
숭어나 고등어·정어리와 같은 물고기는 날이 추워지고 수온이 낮아지면 눈에 기름막이 생긴다. 마치 콩거풀 같은 하얀 기름막으로, 이것을 지검(脂臉)이라고 한다. 눈 둘레의 피부가 두터워지고 지방이 많은 투명한 눈꺼풀 때문에 이 시기에는 시력이 약해진다. 겨울철 제주나 동해안 바닷가에서 숭어훌치기를 하는 광경을 흔히 볼 수 있는데, 이것은 겨울철에 이 기름막 때문에 숭어가 앞을 잘 보지 못하는 것을 이용한 낚시이다. 그러므로 사실은 낚시라기보다는 아무 데나 숭어를 세발갈고리바늘로 걸어서 끌어내는 것이며, 숭어로서는 교통사고를 당하는 놈처럼 재수 없이 걸려드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상어나 가자미와 같은 어종은 순막(瞬膜)이라고 하는 것이 있다. 일종의 속눈꺼풀인데, 순막이라는 말은 눈을 깜빡이는 눈꺼풀을 의미한다. 이것은 눈의 각막이 마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눈으로 들어오는 빛의 양을 조절하기 위한 것이다. 눈을 전부 감거나 절반쯤 감아서 광도를 조절하는 것이니까 말하자면 창문에 치는 커튼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일부 몇몇 물고기는 눈 주위의 피부가 주름살을 이루어 간신히 움직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오리·광어 역시 동공이 두꺼운 주름으로 덮여있어서 위쪽에서 비치는 햇볕의 양을 조절한다.
사람의 눈은 한가운데에 동공이 있으며 그 주위를 홍채가 에워싸고 있다. 이것이 중심을 향해 늘어났다 줄어들었다 하면서 동공이 커지거나 작아진다. 이것은 눈으로 들어오는 빛을 조절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물고기의 홍채는 늘어났다 줄어들었다 하지 않으며 눈이 항상 일정하게 열려 있다. 다만 뱀장어·미꾸라지·상어·가오리·넙치(광어)나 쑤기미는 사람처럼 광선에 맞춰 홍채를 신축시켜 동공의 크기를 조절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 역시 사람이나 새처럼 원활하게 조절하는 것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연골어류인 상어나 가오리는 햇볕에 노출되면 2~3분이면 동공이 작아진다. 그러나 이 역시 사람이나 고양이, 조류(鳥類)처럼 신속하게 동공이 수축 또는 확대되는 것이 아니라 어두운 곳으로 옮겨가고 나서 20~30분 이상 한 시간 가량이나 걸려야 한다. 우리가 눈밭에서 놀다가 방안으로 들어가면 한동안 방 안이 보이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인데, 물고기의 눈은 이처럼 능률이 한참 떨어진다.
참고로,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놀래기과의 물고기나 얼게돔(제주나 여수·완도 이남에 여름철에 있다)은 각막에 녹색이나 황색 색소를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온통 세상이 녹색이나 황색으로 보일 테니까 사람으로 치면 선글라스를 낀 것과 같다. 이놈들은 세상을 색안경을 끼고 보는 놈들이니까 우스갯소리로 제정신이 아닌 놈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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