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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누구를 위한 것인가?-
2007년 6월 11일 월요일 오후 7시 상공회의소 3층 강당에서 민주노동당 노회찬 국회의원 초청 강연회가 열렸다. 시내에 나붙은 현수막에는 정확한 이유를 알 수 없지만 노회찬이라는 이름을 흰 천으로 가리고 덮은 것이 눈에 띄었다. 구구한 억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노회찬 국회의원은 약속대로 제 시간에 나타났다.
전국철도노동조합영주지방본부, 영주시농민회, 화물연대영주지회, 전국노점상연합영주지역연합회, 전교조영주지회, 민주노동당영주시위원회가 공동주최한 이 강연회에는 대략 300여명의 청중이 운집하였다. 여러 단체에서 공동주최한 탓인지 주부, 농민, 교사, 노점상, 철도공무원 등의 다양한 사람들이 그다지 넓지 않은 그 장소에 빼곡히 들어찼다.
그는 영주를 개인적으로 25년 만에 왔다고 운을 떼면서 최근에 탔던 택시의 기사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통해서 민심을 읽고 있다고 전했다. 그 기사가 자기를 알아보고 민주노동당도 좋고 다 좋은데 성씨가 문제라고 했다면서 자신은 노(魯), 대통령은 노(盧)라서 한자가 다르다는 궁색한 변명을 했더니 그 문제로 기자회견을 가지라고 하더라는 말을 했다.
지난 2002년 대선에서 노대통령에게 거는 기대가 그만큼 컸기 때문에 실망도 컸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히딩크의 고향 네델란드에서 연간 1500시간을 일하지만, 우리 대한민국은 연간 2700시간을 일한다면서 지난 30년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일했는데 빈부격차는 가장 심하다고 했다.
일반적으로 정부가 한․미FTA에 접근하는 방식은 ‘개방하지 않으면 죽는다’거나 무조건적이다. 문제는 대원군의 쇄국정책으로 돌아가자는 것이 아니라 개방의 시기나 속도가 문제인 것이다. 오히려 쌀이 주식이 아닌 미국은 쌀 재배 농민에게 국가가 보조금을 주고 있으며, 애당초 쌀은 협상에서 제외되어 있는데도 우리 정부는 쌀은 지켰다며 생색을 내고 있다.
쌀은 국제다자간협약에서 2014년으로 유보되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쌀은 막았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나머지 농산물 1531가지 중에서 1501가지(98%)를 개방했다는 것은 전세계적으로 전무후무한 일이다. 지구상에서 농업경쟁력이 있는 국가는 미국과 칠레 등 몇 나라 되지 않는다. 프랑스를 위시한 대부분의 국가는 농업이 경쟁력은 없지만 그 특수성 때문에 국가가 포기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갑자기 턱없는 가격을 요구하거나 느닷없이 끊어버리고 무기처럼 이용할 수 있는 전기는 국가 기간산업에 직결되어 있다. 마찬가지로 식량도 그런 이유에서 자급자족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사실 흔히 논의하고 있는 농산물과 공산품만의 문제가 아니라 서비스 분야나 자본시장의 개방이 더 심각한 상황에 와 있다. 우리가 국산 맥주로 알고 있는 OB, 하이트, 카스는 이미 셋 다 51% 이상이 외국 자본에 넘어가 있다.
미국은 2007년 4월 2일까지 한국, 말레이시아, 이집트, 스위스 등 네 나라와 FTA 협상을 마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실제로 타결한 것은 우리나라 밖에 없다. 농민이 3% 밖에 되지 않으며 정밀기계공업으로 공산품 수출에 반대급부가 많은 스위스도 FTA를 국민투표로 부결시킨 것이다. 한․칠레FTA가 수류탄이라면 한․미FTA는 원자폭탄급이다. 감귤의 당도를 오렌지보다 높이면 해결된다는 노대통령의 발언은 미국 소고기보다 5배나 비싼 한우를 코끼리만큼 크게 만들어서 경쟁력을 갖추라는 말과 같다.
한․미FTA는 농산물 수입업자 외에는 모두 타격을 받는다. 따라서 빈부격차를 심화시킬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한․미FTA 수혜층에게 부담을 주지 않겠다고 했다. 바꾸어 말하면 피해 계층은 계속 참으라는 것이다. 정부 발표에 의하면 올해 수출이 삼천 억 불이고 경제성장률이 5%라고 한다. 우리나라가 1978년에 달성한 백억 불 수출은 여러 가지 품목이었으나 올해의 삼천 억 불은 선박, 핸드폰, 자동차 등의 5개 품목에 불과하다.
한․미FTA로 인해 더 많이 팔 수 있는 품목이 없다. 한 마디로 ‘농업은 망하고 공업은 득이 없다’ 자동차를 한 해에 칠, 팔십 만대 수출하고 있지만 사십 만대 정도는 현지에서 생산한 것이기 때문에 이미 2.5% 관세가 없다. 자동차에 붙이는 특별소비세를 없앤다고 해도 40만원 정도 싸진다고 해서 더 팔리지는 않을 것이다.
한․미FTA가 4월 2일 타결된 후, 4월 3일 다음 차례가 된 일본은 자국의 농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미국과 FTA를 협상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렇게 다른 나라의 사례에서 배우지 뫃하면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갑자기 값을 올린다거나 식량을 무기로 사용할 경우에 아스팔트를 걷어내고 다시 농사를 지을 수도 없으니 난감한 노릇인 것이다.
아직 6월 16일 국가 원수들이 체결을 해야 하고 가을에 미국과 한국의 의회에서 각각 통과해야 한다. 어느 한 나라에서라도 통과하지 못하면 그 실효성이 없다. 우선 그 동안 국정조사를 하고 청문회를 열어서 준비과정과 협상과정을 국민들에게 명백하게 공개하겠다. 미국은 한․미FTA가 타결된 후에 700여명의 전문가에게 분석을 의뢰했는데 우리 정부는 국회의원들에게도 공개하지 않고 있으니 이것이 국민을 위한 일인지 묻고 싶다.
그는 메모도 없이 각종 통계 수치를 기억해 가면서 대략 2시간 가까이 열변을 토했다. 한․미FTA를 반대하는 57명의 국회의원들을 중심으로 일치단결하여 온몸을 던져 막겠다고 하여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사실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에 대한 실망으로 많은 지지자들의 이탈이 있을 것이다. 일부가 한나라당에 표를 옮긴다고 하더라도 상당수 진보적인 유권자들은 민주노동당의 약진을 지원할 것이다. 노회찬 의원의 대선 출마가 기정사실이 된다면 그 날 그 자리의 300여명은 뜨거운 지지를 아끼지 않을 것이다.
-김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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