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컴퓨터에서 인용한 그림 ⓒ 저작권 분쟁이 없을 그림인용
장미꽃을 자세히 들여다 본 적이 있는가. 융단같이 푹신하고 도톰한 입술이 열려지면 그 곳에는 꽃의 나라가 따로 있는 듯하다. 곱고 예쁜, 동화 속의 정원 속에서 노니는 듯한 꽃의 요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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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얼굴에 입맞춤을 살며시 해 보면서 아 장미처럼, 아 장미같이 아름다워 봤으면 …….
샤론 스톤같이 차고 흰 대리석 미인의 가슴에 꽂혀진 장미 하나. 누구나 사랑을 호소할 때에는 여인의 가슴에다가 장미 다발을 선사한다. 불타 오르는 정열의 구애를 표현하는 사랑의 전주곡으로.
릴케는 루 살로메에게 “나의 누이여, 나의 신부여, 그대는 내 마음을 빼앗았노라. 그대 눈길 하나로, 목구슬 하나로 내 마음을 빼앗았노라. 나의 누이여, 나의 신부여, 그대의 사랑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그대의 사랑은 포도주보다 아름답도다.”라고 하였는데, 장미꽃과 함께 읊조리던 시인의 정열과 구혼이 그 얼마나 뜨거웠던가.
장미도 여러 수십 가지의 색깔로 키워진다고는 하나 그래도 역시 빨간 것이 제격이다. 그 색조는 종이도 옷감도 아닌 연약한 잎사귀의 색깔이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뛰어난 창조물이다. 그러기에 미의 여왕이라는 타이틀이 매겨짐은 아주 당연한 것이리라.
여자들은 장미를 닮고 싶어서, 장미처럼 예뻐지고 싶어서 입술에다가 장미 같은 색칠을 하기 시작했다. 애리애리하고 싱싱한 젊은 신부에게는 연한 핑크빛이, 설흔이 넘은 여자에게는 주홍빛의 색깔이, 오십대에는 짙은 빨강색이, 이십대 초반의 아가씨에게는 갈색이나 보라색 같은 색조들이 잘 발라진다.
어쩌다가 입술색이 유난히 잘 그려지고 예쁘게 보이는 때가 있다. 그럴 때에는 여인의 가슴에도 촉촉한 안개가 올라 온다. 그러면 허리가 잘룩한 드레스를 입고 오마 샤리프와 같은 남자와 짝을 지어 무도회장을 빙빙 돌고 싶기도 하고, 조명이 화려한 무대의 주인공이 되는 영광을 받고 싶기도 하고, 감미로운 실내 음악이 흐르는 카페에서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남자도 만나고 싶어진다.
예쁘게 단장한 입술에서 나즈막하게 정담이 흘러 나오면 그 사람의 마음을 단박에 사로잡을 자신도 생긴다. 꽃을 닮으려는 꽃같이 예뻐지려는 여인의 소망. 그 소망은 남과 여의 영원한 조화를 위한 애절한 기도가 아니겠는가.
장미가 제일 아름답게 묘사되는 것은 칼리브 해안과도 같은 바닷가 절경 속에 넓고 웅장한 저택의 담벼락을 돌돌 감아 올라가고 있는 줄장미의 모습일 것이다. 가시 넝쿨로써 무엇인가를 꽉 움켜 쥐고 있는 것은 억센 소유이기도 하고 집념이기도 하며, 날카로운 승부를 가늠하는 그런 지독함도 있다.
그 칼끝 같은 무서운 더듬이로 뜨거운 심장을 향하여 활활 불타오르는 움직임, 어떤 것을 향하여 완벽하게 지향하는 집중, 욕심과 쟁취력이 있을 때에 가히 그 힘은 폭발적이다. 나폴레옹이나 징기스칸이 그렇고, 처칠과 롬멜 장군이 그러했고, 우리의 이순신이 그랬고, 잔 다르크의 신화가 그러했다. 아름다움과 강함은 똑같은 균형을 이루고 있다.
굉장히 아름답다는 것은 그것은 강렬함인 동시에 거대한 에너지를 분출한다. 한 송이 송이로보다는 수없이 많은 여러 장미들이 어우러져서 우리의 시선을 한 곳에 모우는 것은 대단한 견인력이다. 죽어 가는 이의 신경이라도 되살릴 것 같은 힘차고 뜨거운 생명력은 무엇인가를 뚫어 가는 아름다움이다. 이쪽과 저쪽까지도 다 통하는 아름다움이야말로 미가 추구하는 최대치다.
매끄럽고 그지없이 보드라운 그런 장미꽃에 둘러 싸여서, 장미향을 맡으며, 그렇게 삼백육십오일을 보낼 수 있다면 백옥 같은 살결과 빨간 입술을 가진 그런 미인이 될 것도 같다. 장미꽃의 찬연함과 그 매혹에 홀려 어느 시인은 장미 가시에 찔려 죽고 싶노라고 했던가. 아주 행복함에 잠겨 있을 때거나, 아주 아름다운 것을 보았을 때거나, 아니면 극적인 황홀감에 빠지게 될 때 우리는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러기에 장미 또한 그 유혹에 홀려 죽고 싶은 그런 정사를 꿈꾸게도 한다. 사랑하는 이의 가슴에 안겨, 붉은 피를 흘리며 쓰러져서 다시 장미로 태어나고 싶은 그런 소원을 품고서…….
빨간 장미 여인…… 그리고 따뜻한 입술. 그 입술을 따라 가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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