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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보조금으로 살아가고 있는 앨피네 집.
팔순이 다 된 할아버지, 텔레비전이 유일한 낙인 엄마, 그나마 누구보다 앨피를 가장 잘 이해해주는 누나, 그리고 안짱다리 앨피, 이렇게 모두 네 식구가 산다.
식구들은 모두 할 뻔했다가 만 사람들.
라디오 장기자랑 대회에서 거의 우승할 뻔 했던 할아버지, 보석가게에 거의 취직이 될뻔했던 엄마. 돈을 모아 플로리라로 떠날 뻔 했던 누나.
식구들은 모두 못다한 계획과 꿈이 있었다. 모두들 저마다 깊은 상처가 있어서인지 다른 식구를 생각한다는 것은 먼 나라이야기만 같다.
이 집 막내이자 주인공인 앨피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만화. 유일하게 자기만의 공간인 다락방에 들어가 줄기차게 만화를 그려댄다.
엄마가 뭐하니, 하고 물으면 공부해요, 라고 대답하며...
만화를 그릴 땐, 그지 없이 행복하기만 하다. 누구나 자신만이 좋아하는 것이 있다.
그것이 돈을 많이 벌어들이지는 않아도, 커다란 명예를 불러오진 않아도 마냥 하고픈 것이 있다. 앨피에게는 만화가 그랬다.
하지만 아무도 그런 앨피를 이해하지 못한다. 아니, 만화를 그리고 있다는 것이나 알까? 그건 괜찮다. 아무려면 어떤가? 만화와 만화를 그릴 수 있는 다락방만 있으면 되는데...
열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지만, 유난히 더 마음이 가는 손가락은 있는 모양이다. 어느 날, 결혼을 해 나가살던 형이 아내, 그리고 아기와 함께 집으로 돌아온다고 한다.
어느 모로 보나 형은 골치덩어리, 문제아다. 하지만 엄마는 이 형을 퍽이나 좋아한다. 아빠가 계시진 않아서일까?
마치 돌아가신 아빠를 대신해 형에게 정을 쏟아붓는 것 같다.
형과 형수가 돌아오면 엘피는 다락방을 내주어야 할 신세가 된다.
엘피에게 그건 죽기보다 싫은 일.
그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엄마는 다락방 아래에서 빗자루로 다락방을 쿡쿡 쳐댄다.
이 책은 소외된 아이의 심리와 그 아이가 보이는 애착을 섬세하게 그려나가고 있다.
눈에 뜨이는 에피소드라든가 독특한 절정, 의외의 반전 같은 것들이 없어 조금 천천히 진행되는 작품이지만, 앨피의 심리묘사는 꽤 뛰어나다. 지난 달, 한 번쯤 자신의 눈길을 옭아맸던 물건, 취미, 장소가 아직도 마음 속에 남아 있는 사람이라면 마음 한켠이 좀 아리기도 하겠다.
원제는 Cartoonist
베치 바이어스 (Betsy Byars)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에서 태어났다. <열네 살의 여름(Summer of Swans)>으로 1971년 뉴베리 메달을 수상했다.
1981년 Night Swimmers로 아메리칸 북 어워드와 페어런트 초이스 상, 올해의 도서상, 보스톤 글로브, 혼북 아너 상 등 수 많은 상을 받았다. 그 밖의 책으로 시리즈 , <내 동생 앤트>, <검은 여우>, <토요일의 보물찾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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