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자들에게 선물을 받고 기뻐하는 신성만 교수 ⓒ 신성만
얼마 전, 스승이 제자에게 회초리를 들자 교실에 모든 학생들이 휴대폰을 꺼내서 그 장면을 찍으려고 한 패러디 물이 인터넷 상에서 화제가 되었던 적이 있다. 그야말로 오늘 날 우리 사회를 단적으로 빗대어 보여주고 있었다. 그 만큼 스승이 스승으로서 존경 받지 못하고 제자가 제자로서 사랑받지 못하는 우리 사회는 이미 멍이 들 때로 멍이 들어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희망을 가지는 것은 아래 글과 같은 글을 쓰는 스승과 그러한 스승을 존경하고 따르는 제자들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래도 아직 참 스승이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은 왠지 마음 한 편을 씁쓸하게 만들기도 한다. 아래의 편지는 한동대학교 상담심리학과의 신성만 교수가 제자들을 위해 쓴 편지의 전문이다.
-제자들에게-
아침에 나의 조그만 국민차로 열심히 달려보는 흥해의 논길을 사랑한다.
계절이 바뀌면 어김없이 변해가는 푸르디 누런 논 물결을 사랑하고
코너를 돌며 마주치는 코스모스 꽃들이 귀해서 사랑스럽고
매일 집앞에 나왔다 열심히 도망가는 누렁이들이
부쩍 자란것 같아서 반갑다.
어제 열심히 어질러 놓고 퇴근한 연구실이 아침이면 단정해져 있어서 고맙다.
우렁이각시 같은 조교가 오늘 아침도 왔다가 갔나보다.
연구실 문을 빼곡히 열고 눈웃음 짓고 들어오는 제자 녀석들이 사랑스럽고
이멜을 열면 튀어나오는 아이들의 질문이 사랑스럽다.
수업시간에 누가 올려 놓았는지 모르게 올려져 있는 음료수가, 그
마음이 사랑스럽고 그게 두개인 날은 힘도 두배로 난다.
강의시간에 졸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녀석들의 몸부림이 고맙고
웃기지 않은 농담에도 와- 하고 웃어주는 아이들의 맑음이 감사하다.
한 번씩 받는 "교수님 사랑해요" 제목의
마분지 한가득 담긴 아이들의 편지가 사랑스럽고
그런 아이들을 위해 눈물로 기도하는 교수님들과의 시간이 사랑스럽다.
연구실 찾아와서 이런 저런일로 눈물짖는 젊음이 그 열정이
그 아픔이 사랑스럽고, 덩달아 젖어오는 내 마음이 젊어서 나도 좋다.
내가 사랑하는것들은 참 많기도 하다.
-신성만 교수님의 홈피에서 퍼온 글-
▲ 제자들이 상담학부 교수님들을 위해 만든 현수막 ⓒ 신성만
대한민국 여기저기서는 우리나라가 망해가고 있다는 볼멘 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그리고 그 출발점이 바로 학원교육이라고 하는 이들이 많다. 교육은 곧 나라의 재산이라는 말이 이 무색해져 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가장 심도 깊은 학문의 연구와 인생공부를 해야 할 대학시절에 학생들은 그저 취업에만 몰두해 있고, 교수님들을 그저 취업을 위한 연줄로 터부시 여기는 경향이 만연해 있다. 이런 요즘, 신성만 교수의 편지 전문은 우리들에게 시사해 주는 바가 크다. 이 편지 글만 보더라도 스승과 제자들의 관계가 얼마나 끈끈한지를 금새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이 편지를 읽어 본 다른 교수들은 이런 좋은 제자들을 둔 신성만 교수를 부러워 할 것이고, 이 편지를 읽은 대한민국의 대학생들은 이러한 스승을 둔 학생들을 부러워 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을 조금만 바꾸면, 자신이 훌륭한 스승이자 제자가 되면 바람은 이루어 진다는 답을 얻게 될 것이다. 그리고 여전히 우리나라 곳곳에서는 아직도 이런 희망의 불씨가 모락모락 피어올라 우리들의 차가워진 가슴을 훈훈하게 데워지고 있음이 참으로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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