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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공단이 20년 전 유사 이래 최초의 국민연금제도를 시행하면서 수많은 곡절을 겪었지만 근래와 같이 무력감과 패배주의에 빠진 적은 없었다. 국민들은 연금공단을 정부의 하수인 정도로 보고 매도하고 있지만 사실은 연금가입자의 권익을 대표하여 그 권익신장과 본래의 목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연금공단이 연금가입자 및 수급권자의 대표라는 사실은 기금운용위원회에서 공단의 이사장이 수급권자의 대표자격으로 참석한다는 것에서 극명하게 드러나는 사실이다.
관련 없는 제3자가 국민연금을 좌지우지
국민들은 연금제도가 국민연금과 아무 상관이 없는 공무원, 사립학교교원(교수)들에 의해 좌지우지 되어 온 사실을 알지 못한다. 복지부나 재경부에 근무하는 공무원이나 대학교수들은 제3자에 불과하다. 그들은 연금제도의 안정적 정착과 발전 이전에 부처 이기주의나 자신의 명성을 더 우선시하는 경향을 자주 보여 왔다. 주변상황에 따라 수시로 자신의 입장을 바꾸어 논리의 일관성을 유지하지 못하는 것은 바로 자신이 국민연금제도와는 무관한 제3자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일전에 한 대학원에서 강의를 하는 교수 왈 “국민연금제도는 정부가 국민을 속이고 돈을 거둬들이는 것이다”고 비난하는 것을 들었다. 자신은 사학연금법의 적용을 받으니 제3자적 입장에서 마음대로 비난하며 현실적인 보험료부담에 불만을 느끼는 학생(직장인)들에게 영합하려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야후나 네이버 등 사이버 상에서 초지일관 안티-연금으로 날뛰고 있는 수많은 사람의 직업은 무엇일까. 주로 보험업 관련 종사자라고 보면 되는데 이들도 우선 보험료부담을 회피하고 싶은 사람들의 약점을 파고드는 쉬파리 같은 존재이다.
이미 200만 명이 넘는 노인들이 혜택을 받고 있고 우리 국민의 유일한 노후소득보장책을 이렇게 흔들어대는 것에 덩달아 춤을 추는 다수의 가입자들 또한 가관이라 할 수 있지만 아무튼 연금공단은 ‘동네북’이 된지 오래다. 정치권이나 정부 당국, 국민 누구에게서도 환영받지 못하고 외톨이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지난 7월3일 국회본회의를 통과한 기초노령연금법 및 연금개혁법안을 비롯하여 그동안 끊임없이 제기되어 온 연금개혁의 논의과정에서도 연금공단은 철저히 소외되어 왔다. 가입자이면서 수급권자인 국민들의 욕구에 부응하지 못한 탓도 있겠지만 제도 자체가 수십 년간 보험료를 납부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혜택이 없는 장기보험의 속성에 따른 본질적 문제가 있다는 점도 고려해봐야 할 것이 아닌가 싶다.
사회보험통합 징수공단의 진정한 의도
이제 또 다른 국면으로 전개될 국민연금관련 논란의 핵심에는 사회보험 통합 징수법안이 있다. 4대 사회보험의 적용과 보험료 징수를 국세청 산하 신설 단일기관에서 통할한다는 것이다. 언뜻 보면 분산된 사회보험업무를 통합하여 비용절감과 효율성을 추구하는 것 같지만 전혀 엉뚱한 해법이라는 것은 조금만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우선 또 하나의 거대 공단을 신설한다는 것이 얼토당토아니한 것이다. 공단을 신설하는 것과 기존 공단을 통합 운용하는 것 중에서 어느 것이 효율적이고 비용을 절약하는 것인가. 또 급여 관련 업무는 기존의 공단에 그대로 존치시키고 적용과 징수만을 통합한다는 것인데 적용과 징수 그리고 급여는 원인-결과처럼 분리해 생각하기 어렵다. 각 공단을 오가야 하는 민원불편과 이에 따른 쓸데없는 사회적 비용을 증대시킬 것이 뻔하다. 그리고 정확한 소득수준의 파악이 주요 목적이라고 한다. 애초 통합추진의 목적에는 없었던 것으로 추가적으로 만들어 낸 주장인데, 인력을 투입해 수많은 개별 자영업자나 일용자의 소득을 파악한다는 것이 가당찮기 짝이 없다. 업을 영위하는 스스로도 정확히 파악 못하는 소득을 정보기술을 이용한 사회시스템이 아닌 인력으로 파악한다는 억지 주장을 어찌 받아들여야 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합징수공단을 주장하는 이면에는 조세행정의 전산화로 생겨난 국세청의 잉여인력과 재정경제부처의 과잉 노후인력 해소가 주목적으로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부처이기주의의 발동으로 정권말기에 한건 하자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다. 엘리트 관료사회의 이기주의를 다스리지 못하는 정권은 여러 가지 폐해와 후유증을 우리 사회에 전가하게 된다.
불쌍한 연금공단
2007년도 연금개혁법 통과로 연금재정 고갈시기를 13년 늦추었다고 한다. 50년 후에 13년의 기간을 벌기 위해 그런 진통을 겪어야 했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50년 후의 재정을 그렇게 일찌감치 대비한다면서 당장 코앞에 닥친 공무원 연금재정고갈에는 어찌 그리 태연한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연금개혁 법안이 통과 되자마자 연금기금 운용관할을 전문성이 없는 복지부에서 경제부처로 이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여론의 뭇매에 쥐어터지면서 과세자료도 없는 지역가입자를 하나 둘 설득해 그나마 지금까지 버티어 온 공단은 이제 축적해 놓은 쌈지보따리 마저 내놓아야 하는 모양이다.
언젠가는 지급해야 할 잠재부채이지만 기금의 규모가 너무 커서 국민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관리나 운용은 미래의 수급권자인 가입자들이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 공무원연금법을 적용받는 공무원이나 교수가 결정하도록 해서는 더더욱 안 될 것이다. 가입자의 대표자인 연금공단의 수족은 꽁꽁 묶어두고 외부에서 농단을 해대도 ‘찍’소리 한번 못하는 현실은 도대체 어디서 합리적인 이유를 찾아야 할까?
사회보험 통합징수공단의 신설이나 연금기금의 타 부처 이관이 우리 국민의 복지를 증진시키고 국가발전에 맞는 방향이라면 의연히 따라야 할 것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데 문제가 있다. 불쌍한 연금공단, 이제 어디로 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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