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아씨만 가짜인가! 엉터리 대학과 사회가 엉터리 교수들을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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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복(songyb)등록 2007.07.12 15:41
신정아씨만 가짜인가! 엉터리 대학과 사회가 엉터리 교수들을 키운다.

신정아씨의 학위위조사건을 접하며 세상은 “어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가짜 학위를 가지고 어떻게 저렇게 태연하게 행동하며 사회적인 명성까지 얻게 되었을까?” 의아해 하는 것 같다. 그러나 필자는 그저 담담하게 이번 사건을 접하게 되었다. 아주 희한한 사건이 갑자기 일어난 것이 아니라 충분히 있을 법한 일이 우연한 기회를 통해서 밝혀진 것이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전에 황우석씨 사건이 기억이 났다. 그 때도 세상은 많이 놀랐던 것 같다. “어떻게 저렇게까지 속일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드는 것이 보통이리라. 워낙 기가 막힌 사건이 조직적이고 장기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보니 사건의 배후에 다른 어떤 진실이 숨어있겠지 하는 신비주의까지 한 몫을 하는 것 같다. 일반의 상식으로는 납득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대학교의 부정과 비리와 관련된 사건은 이밖에도 수없이 많았다. 교수들의 논문표절, 이중게재, 입시비리, 교수채용비리에 병역비리까지 다양하기 그지없다. 그렇지만 이러한 문제들이 불거져 나올 때마다 세상은 어떻게 저런 일이 가능한지 의아해 하면서도 아직 그 원인이 되는 대학사회의 본질적인 현실에 대해서는 너무나도 막연한 환상을 가지고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힘들다.
결론적으로 말해 우리나라 대학사회는 상식 밖의 부정과 비리가 구조화되어있고 이를 바꾸어나갈 자정능력을 상실하였다. 그러다보니 자체적인 개선을 기대하기 힘들어 앞으로도 학계의 현실과 관련된 재미난(?) 사건들이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쭈~~~욱 계속될 것이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문제는 신정아씨나 황우석씨 사건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이런 사람들이 학계에 무수히 많다. 다만 그 중에서도 재주가 많아 사회 저명인사가 된 경우에나 이렇게 그 유명세의 값을 하는 것뿐이다. 재주가 변변치 못해 황우석씨나 신정아씨처럼 유명인이 되지 못한 사람들은 그런 면에서 오히려 안심이 될 법하다. 누군가 시간을 들여 그들의 연구와 교육 등을 검증하려 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저명한 사람이 되어 사회에 물의를 일으키는 것도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사정이 이러하니 신정아씨 사건과 같은 것은 그야말로 빙산의 일각이고 그 밑에 숨어있는 문제는 훨씬 더 심각하다. 그런데 이런 것을 다 밝혀내는 것이 지금의 대학 체제 내에서는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그 구조적인 모순을 통해 이익을 얻는 집단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고 이들이 힘과 돈을 움직이며 대학사회를 좌지우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군 장성들의 진급비리가 문제가 되었던 적이 있다. 그냥 적당히 몇 명을 징계하는 선에서 사건이 무마되었던 것으로 안다.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별을 달고 있는 군인들 중에 인사 비리와 연관 없이 장군이 된 사람이 있을까? 만일 군대라는 집단이 진급비리를 구조적인 문제로 항상 안고 있었다면 이 사건이 조용히 끝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극히 단순해진다. 우리나라 장군들을 모두 유치장에 집어넣을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니, 앞으로는 좀 줄여나가라는 정도로 사건이 무마되었어야만 했을 것이다.
갑자기 군 장성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뻔하다. 대학교수들의 대다수가 이러한 문제를 적건 많건 가지고 있으니 문제가 불거져 나올 때마다 근본적인 해결이 안 되고 적당히 봉합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종류만 조금씩 다를 뿐이지 구조적인 문제에서 파생되는 다양한 사건들이 계속해서 꼬리를 물 수 밖에 없다.
엉터리 논문, 연구비 비리, 학술지 비리, 입시 비리, 성적 비리, 장학금 특혜 등등의 갖은 문제에서 교수들이 자유롭기 힘들다. 그러나 자연스럽게 자신의 이익을 버리고 스스로를 죄인으로 여겨 반성하기가 쉽지 않다. 그나마 양심적인 교수들인 경우 내 스스로는 비리를 저지르지 않으려고 노력을 하지만 적극적으로 나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이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사실 따지고 보면 이것도 교수의 직무와 도덕적인 유기라고 할 수 있다. 좌우간 현실이 이렇다면 세상을 놀라게 할 일들이 어찌 사라질 수 있겠는가. 그래서 나는 우리나라의 대학사회가 자정능력을 상실하고 말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고 이런 상황이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것을 좀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최소한 그것이 문제해결의 시작이니 말이다.
그런데 필자가 이러한 주장을 하면 이것은 현실을 매도하는 괴변이라고 많은 수의 교수들이 한결같이 말할 것이다. 필자가 너무 극단적이고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고 할 것이요, 너는 깨끗하고 떳떳하냐고 시비도 걸어올 일이다. 그러나 문제를 좀 단순화 시켜서 생각해 보면 필자의 주장이 현실을 너무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있는 수준에 머무르는 정도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대학교의 체제가 큰 문제가 없고, 계속해서 개선되고 있다고 한다면, 즉 필자가 너무 현실을 부정적으로 부풀리고 있다면 황우석씨나 신정아씨와 같은 엄청난 문제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훌륭한 학자, 능력 있는 교수, 나아가 명망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인지 되묻고 싶다. 도대체 어떤 교수가 연구비를 많이 받고, 어떤 학자가 학장이 되고, 어떤 사람이 학회장이 되고, 어떤 인사가 실장, 감독, 위원장이 되는가?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유명한 교수로서 사회에 알려지고 덕망 있는 인사가 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신정아씨의 학위가 모두 거짓임이 밝혀지고 있다는데 그런 거짓학위를 가진 사람이 천재적인 기만술로 어찌 어찌 교수가 되었다는 점 까지는 그냥 그렇다 치자. 그렇지만 그런 사람이 소위 그 바닥에서 잘나가는 사람이 될 정도로 한국 학계의 대내외적인 시스템이 학문이나 소양이 아닌 그 어떤 다른 것에 의하여 결정되는 분위기는 도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 그녀의 사기가 대부분의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이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그런 뻔 한 사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승승장구 유명세를 타는 인물이 되가는데도 침묵한 주변 학계 인사들의 직무유기와 방관은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 그녀가 그렇게까지 난사람이 되지 않았다면 과연 이러한 사기극이 밝혀지기나 하였을까 의문을 갖게 한다. 그녀가 튀지 않게 조용히 학교에서 철밥그릇 교수생활을 하고 있었다면?... 생각이 여기에 미치다보니 이 사건이 전적으로 어떤 한 개인의 천재적인 사기술과 양심불량으로 인하여 발생했다고 여길 수 없는 것이다. 더군다나 이런 사건들이 시시때때로 발생하고 있고 그나마 알려지는 것은 아주 큼직한 것들에 불과한 것이라는 점을 생각해 보면 한국 대학의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을 솔직히 고백해야 만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건의 배경과 과정 등을 통해서 볼 때 이러한 현실이 개선되고 있기는커녕 계속적으로 심각해져가고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교육부총리까지 오른 사람이 논문 비리를 저지른 것이 주변의 묵고와 방관 없이 어찌 가능했겠는가? 그와 관련된 많은 사람들이 그러한 현실을 큰 문제시 삼지 않았다는 것에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그 당시 그분의 표정이나 말들을 잊을 수 없다. 무척이나 억울하다는 표정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다른 사람들도 다 많건 적건 하는 건데 본인만 재수 없이 문제가 되었으니 말이다. “이 바닥이 다 그렇고 그런 것인데 왜 나만 가지고 난리들이야” 짜증도 날 법하다. 심정이 백번 이해가 간다.ㅎㅎㅎ
이렇듯 대학의 부정과 부조리가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고 대학사회 전반의 구조적인 문제이고 나아가 우리나라 사회의 문제이기도 하다면 그 책임을 개인에게만 돌려 한명의 속죄양 만을 만들고 끝내는 것은 의미가 없는 것이다. 황우석과 신정아라는 공인을 만든 주변 학계와 나아가 전체 사회가 책임을 져야한다. 그렇지만 그 일차적인 책임은 학계와 대학의 현실에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그런 시스템을 원하고, 만들고, 편승하거나 묵고하고 있는 사람들이 바로 오늘날의 교수집단이라는 비판을 피해가기 힘들다. 더군다나 그들이 스스로를 최고의 지성이라고 폼을 잡는다면 더욱 그렇다. 스승의 날에 제자들로부터 꽃 한 송이라도 받는데 대한 교육자로서의 일말의 양심이 있다면 더더욱 그렇다.
물론 이것이 전부의 현상은 절대 아니다. 많은 열심인 학자와 교수와 교육 행정가를 도매금으로 비판 할 수 없다. 그들의 노력과 숭고함을 폄하하는 죄를 필자는 달게 받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러한 부조리를 극복하기 위하여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것이고 그것이 비록 많은 사람을 불편하게 할지라도 꼭해야만 하는 것이고 그 출발점은 이러한 문제를 자각하는 데에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상식과 양심의 문제이다. 몰상식과 비리가 관행적으로 인정되는 분위기가 대학사회 내에 있다는 점을 안일하게 받아들이던 구태를 버려야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대학의 부정과 부조리를 사회가 눈감아주고, 교수집단이 이해관계로 인해 그냥 넘기고, 학생들이 불이익을 두려워해 혹은 내 일 아니라는 생각으로 덮어두고, 학교당국이 쉬쉬하는 가운데에 더욱 깊어만 간다면 대학의 내일은 뻔한 것이다.

인문학 육성을 위해 370억 원의 연구비를 국비에서 지원한다는 소리를 뒤늦게 접하게 되었다. 무엇을 위해 누구 좋으라고 하는 돈 잔치인가 걱정이 앞서지 않을 수 없다. 사색과 철학이 그리고 시와 역사관이 돈으로 만들어진다는 발상 자체가 온전히 이해되지 않는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국민들의 피땀 어린 돈이 부정과 비리로 만연한 한국의 학계에 쏟아 부어진다는 것이 필자로서는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나만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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