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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UCC를 통해 얼마전 올라왔던 삼성그룹의 하계 연수 프로그램의 카드 섹션 응원전을 보게 되었습니다. 삼성전자의 사원들이 몇 일간 연습해서 만든 멋진 장관이더군요.
댓글들도 '삼성이니까 저런 걸 할 수 있다'나, '멋지다..역시 삼성'이라는 의견이 많이 눈에 띄었습니다. 축구의 골 장면을 만드는 것이나, 캉캉춤의 화려한 모습, 정말 열심히 노력한 결과물이라는 것에 박수를 치고 싶습니다만 그것이 정녕 정직한 애사심을 위한 것인지 삐뚤어지게 보이는 군요.
아직 직장인도 아니고, 졸업을 앞두고 여느 대학생처럼 취업에 긍긍한 학생인지라 이런 글을 쓸 자격이 없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른바 '삼성만큼'의 지위에 있는 조직에 들어가고 나서야 그런 말을 해라라는 비판도 들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제 생각만큼은 취업에 얽매여 꿀꺽 삼켜놓고 싶진 않습니다.
'샌드위치 위기론'을 들고 나선 이건희 회장의 영향 때문일까요. 최근 삼성의 광고는 과거지향적입니다. 가정과 첨단의 미래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던 삼성은 기업 광고를 스승에 대한 고마움, 어머니, 가족에 대한 고마움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고마움을 표현하는 마음'이라는 성격에서 보면 분명 따뜻한 느낌을 들게 하는 좋은 광고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첫 광고였던 무언가를 잘못한 학생을 잡아내는 학급의 집단 벌서기와 선생님의 오묘한 웃음, 그리고 그 결과로 인해 현재의 내가 있다는, 분명 좋은 의미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기억을 가진 사람들도 있기 마련일 겁니다.
광고에서 보았듯이, 외부로 유출된 삼성의 카드섹션 광고는 역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화려한 응원 복장의 여자단장의 낭랑한 구호와 함께 시작되는 응원. 삼성과 같은 대기업을 지향하는 저에게도 '저렇게 하라면 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왜 해야 하는지'는 여러 이유를 달 수 있을 것 입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협동심을 키울 수도 있고, 어색한 조직문화에 쉽게 적응 할 수도 있을 것 입니다. 그러나 솔직히, 저라면 윗분들에게 자랑스러운 저희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서 일 것 입니다. 애사심에서 자나깨나 충성으로 진화하는 모습입니다. 나쁠 건 없습니다. 직장생활에서 상사의 맘에 들기가 중요한 스페셜과제이기 때문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배알이 꼴리더라도' 해야 하는 일입니다.
여기까지 써보니, 괜시리 안타까워집니다. 저 수많은 카드 섹션 하나하나는 자신의 꿈일지도 모르는 그곳에 있기 위해 치열한 취업 경쟁에서 살아남은 인재들인데, 그들의 연수와 응원의 목적이 정말 그들의 꿈과 일치하는지 궁금합니다.
http://news.media.daum.net/society/others/200706/20/hani/v17157861.html?_right_TOPIC=R2
-동영상 주소입니다-
삼성의 카드 섹션과 함께 얼마전엔 국내 굴지의 조선 기업인 STX의 카드섹션도 올라 왔네요. 아마 알려지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상당수의 기업이 비슷한 형태로 충사심(忠社心)을 기르기 위해 연수나 다른 프로그램으로 실시하는 것 같네요. 갑자기, 초등학교 때가 생각납니다.
3학년부터 5학년때 까지 집단 체조와 메스게임을 위해 방과후, 그리고 일과 수업중에 절반을 제껴가면서 연습에 연습을 반복했던 기억. 가을 햇살이 의외로 따가웠고, 같은 행동을 의미없이 반복하고 체육 선생님의 날카로운 눈매와 틀리면 다시 처음부터를 반복하던, 당시에는 그냥 시키는 대로 했던 기억이 납니다. 적어도, 기업의 연수는 이런 것과는 다를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만.
처음 응원을 시작하는 여성단장은 삼성사원일까요. 자신감 넘치는 얼굴이 왠지 과장되게 표현한다는 느낌이 듭니다. 눈은 형형하게 빛나는 듯 했지만, 묘하게 거부감이 느껴지는 것은 괜히 꼬투리잡는 저의 예민한 느낌이라고 생각하고 싶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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