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까지 돌아가지 않으면 공권력 투입하겠다

마포경찰서장 홈에버 노조에 경고

검토 완료

이병기(wls8118)등록 2007.07.19 01:21

경찰이나 용역직원들의 출입을 막기 위해 설치한 바리케이트 ⓒ 이병기


오후 6시 30분 김경욱 이랜드 일반노조 위원장이 힘찬 응원을 받으며 협상을 위해 출발하고 노조원들은 저녁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7시 30분
농성 중인 건물 안쪽은 경찰과 경호업체 직원이 진입하지 못하도록 뒤쪽에 바리케이트를 이용해 막아놓은 상태다. 조합원들은 순서대로 돌아가며 들어오는 사람들에 대해 감시를 하고 있었다. 조용하던 매장에 한 조합원이 큰소리로 소리쳤다.

"누구야!", "다니지 마세요!"

사람들이 하나 둘씩 소리가 난 쪽으로 모여든다.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모습에 다른 이들도 걱정 어린 눈길로 바라본다. 하루에도 수차례 반복되는 일이다. 사측이 고용한 경호업체 직원들이 노조의 동태를 살피기 위해 들어오기 때문이다. 같은 일이 되풀이되면 느슨해질 만도 하다. 그러나 이상수 노동부 장관이 18일 "오늘 밤 이랜드 노사의 교섭이 자율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면 점거농성을 강제로 해산하겠다"며 공권력 투입이 임박했음을 알린 후로는 침입자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된 상태이다.

포털 사이트 다음의 아고라에서 '이랜드 공권력 투입에 반대하는 서명운동이 벌어지고 있다'는 얘기에 몇몇의 조합원들은 인터넷이 가능한 컴퓨터 앞으로 모여 서명운동에 동참하고, 사람들이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살펴본다.

오후 8시 10분경
이남신 수석 부위원장은 "밖에서 단병호 위원장을 비롯한 동지들이 촛불 문화제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문화제가 끝나면 기도회를 같이 할 예정이니 동참하실 분들은 2층으로 오시기 바랍니다"라고 조합원들에게 안내했다.

밖에 동지들이 와서 행사를 하고 있다는 소식에 저녁식사 후 쉬고 있던 조합원들은 다소 분주해진 모습이다. 서서 이곳저곳을 기웃거리거나 건물 밖 표정을 살펴보는 이들이 많아졌다. 8시부터 재개된 협상이 더해져 조합원들의 불안을 가중시켰다.

창문 밖으로 촛불 문화제가 보인다. ⓒ 이병기


건물 밖에서의 촛불문화제가 시작된 이후로 문 앞의 경찰 병력은 두 배로 늘어났다. 조합원과 경찰 모두 시간이 지날수록 얼굴에 긴장감이 역력한 모습니다.

9시 00분
새 민족 교회에서 나온 사람들이 2층에 올라갔다. 그들은 건물 밖에서 촛불문화제를 끝낸 시민들과 함께 예배를 드리기 시작했다. 1층에 있는 조합원들은 피곤한지 많이 올라오지는 않았다. 대신 문화제를 끝낸 사람들이 2층에 모인 조합원들과 함께 예배를 시작했다.

뉴코아, 홈에버와 끝까지 함께

9시 5분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과 전교조 부위원장 등이 들어왔다.
단병호의원은 "뉴코아(노조)만 끝난다고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홈에버까지 다 끝나야 끝난겁니다. 뉴코아 동생들이 전하라고 했습니다. 언니들 파이팅이라고"라며 자주 찾아오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단병호의원의 발언이 끝나고 이남신 수석 부위원장은 "나중에 벌금을 부과 받으면 절대로 내지 않을 겁니다. 한 30만 원 정도 나올 것 같은데, 하루에 (구치소에 있으면)5만원이 깎이니 6일정도 살다 나올 겁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조합원의 다짐과 노래를 들으며 가라앉은 분위기를 띄웠다.

9시 30분
이전까지 경찰은 농성장의 유일한 출구를 3-4m정도 떨어져 지키고 있었다. 그러나 갑자기 압박해 오기 시작하더니 출구에서 1m도 채 떨어지지 않는 거리로 압박해왔다. 노조원들은 "바람이라도 통하게 해야지", "우리가 뭐 무섭다고 이렇게 가까이서 세 줄로 겹겹이 싸고 있어"라며 경찰들을 향해 항의했다. 입구에서의 소란이 멎어갈 쯤 노조원들은 취침준비에 들어갔다.


마포경찰서장 공권력 투입하겠다.

10시4분
한 무리씩 누워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 도란도란 얘기하고 있을 무렵. 갑자기 마포경찰서장의 방송이 들려왔다. "여러분들은 업무방해 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 불법무단점거가 계속되면 기다릴 수 없습니다. 공권력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 대화로 할 때 돌아가십시오. 현명한 판단과 선택 기다리겠습니다. 오늘 내로 귀가하시는 분은 정상참작 하겠습니다"

순간 침묵이 흐르고, 수석 부위원장이 바로 마이크를 잡았다. "자 여러분 우리가 불법무단점거를 하고 있습니까? 우리 마포경찰서장을 위해 야유를 보내줍시다". "저들은 노사가 협상하고 있는 시간에, 우리가 자려고 하는 시간에 나가라고 합니다"라며 당황스러운 조합원들을 추스렸다. 그는 마지막에 "우리의 휴식을 방해하지 말기를 원합니다"라며 앞일을 예견하듯 말했다.

10시17분
사무국장의 방송이 나왔다. "여러분, 오늘 우리 끌려갈지도 모르잖아요. 그래서 수박을 먹고 자자는 의견이 있습니다"라며 "수박 한통이 없어졌는데 자수합시다. 우리 자수하고 끌려갑시다"라고 말했다.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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