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은 혼자 끊는 게 아니다!

나의 단주선언

검토 완료

이덕근(ldk56)등록 2007.08.01 14:05

또 한잔... ⓒ 이덕근



나이가 들면서 예전과 같지 않다는 걸 느끼면서부터 가끔 필름도 끊기고 실수들도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술'이기 때문에 남들도 나도 관대하게 넘겼습니다.
좀더 젊었을 때는 무척 세다고 생각하면서 남에게 지지 않으려고 더 먹었습니다.
그러다가 나이가 들고 나니 몸은 따라가지 못하는데 마음은 그 때처럼 퍼먹는 버릇을 못 버렸습니다.
그러니 당연히 몸 버리고 친구 잃고 생활이 제대로 되지 않는 때가 늘었습니다.

건강진단 때마다 알콜성 지방간을 의심한다는 의사소견이 있었습니다만, 남들도 다 그런다고 치부하면서 자위했습니다.
몇년전부터는 눈도 침침해 지고 오십견도 오고 기억력 감퇴가 느껴 졌습니다.
남들이 술마셔서 얼굴이 까맣다고 할 때도 어려서부터 원래 까맣다고 했습니다.
그 어렷을 때부터 그렇게 마셔댔으니 얼굴뿐 아니라 간덩이도 까맣게 탓을 겁니다.

오래전 어머님이 꿈에 나타나 돌아가시면서 '셋째야 술을 꼭 끊어라!'고 유언을 남기셨습니다.
꿈을 깨고 보니 너무 깨름직하여 2달 정도 끊었던 게 전부입니다.
그러다가 또 다시 나도 모르게 시작했습니다.
요즘도 만나 뵐 때마다 어머님은 술 과하게 먹지 말도록 당부하십니다.

지난주 연이틀간 정신을 잃을 정도로 마시게 되었습니다.
그러고 다음날 꼼짝 달싹을 할 수 없었습니다.
거울을 들여다보니 게슴츠레한 얼굴을 한 중늙은이가 나를 보더군요.
그 거울 안에는 초점 흐린 눈에,
60대의 피부를 가진 초췌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왜 이렇게 사는 것일까?'
'이렇게 살다가 건강이라도 해치면?'
'마누라와 아이들이 무슨죄가 있는가?'

수원 영통에서 오리고기에 소주잔을 기울이다가 불현듯 결심을 하고 동석자들에게 선언을 했습니다.
'다음주부터 절대로 술을 마시지 않겠다.'
'술 마시지 않고도 사회생활을 잘하는 사람들도 많다.'
'나라고 그런 사람이 되지 말란 법은 없다.'
마음을 정하고 나니 그렇게도 후련한 것을 그 동안 몰랐었습니다.
그 자리 동석자중 한 분(이 ㅇ관님)도 같은 생각을 하면서 살고 있었다고 하면서 동참하겠다고 했습니다.
나중에 전해들은 또 한분(최 ㄱ선님)도 역시 같은 고민이셨고 동참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또 한잔... ⓒ 이덕근



그래서 결심을 했습니다.
술을 멀리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거의 한평생을 술로 채웠지만
앞으로는 술 없이도 의미있고 여유로운 생활을 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그래서 본래의 내 모습을 되찾고 제대로된 기억력을 회복하며
주변 모든 이들로부터 가까이 하고 싶도록 살겠습니다.
80세를 앞둔 어머님께서 걱정 끼치지 않는 자식이 될 것이고
주변분들에게도 술 먹고 판단 흐리는 일 없도록 하겠습니다.
늦깍이로 공학박사 취득에 도전했던 정신으로 다시 새로운 도전과제를 찾겠습니다.
의미있는 삶은 늘 새로운 목표에 도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러나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우리 사회의 관습과 습관 때문에 권하지 않도록 부탁드립니다.
'먹고 죽은 귀신은 때깔도 좋다'느니
'안하던 짓을 하면 저세상 가는 길 재촉한다'느니
이런 말 하지 말아 주세요.
혹시 제가 유혹 앞에 망설이는 모습을 보이더라도 단호히 끊을 수 있도록 도와 주시기 바랍니다.

제가 늘 자랑으로 가슴에 품고 살아가는
17,000여명의 '좋은이야기'가족 여러분!
지켜 봐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꼭 부탁드립니다.
제 주위에 계시는 분들께서는 꼭 성공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십시요.
격려의 말씀 한마디라도 '댓글'로 남겨 주십시요.
남겨 주시는 글이 큰 의지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술을 부어대며 마시는 모든 분들이 동참하기를 기대합니다.
좀 더 오래 '좋은이야기'를 쓸 수 있도록 도와 주셔야 합니다.

이제는 제 몫만 남았습니다.
제가 했어야 할 일이고 이제 하겠습니다.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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