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워와 민족주의

불편한 편협함 그 자체

검토 완료

이태호(revopics)등록 2007.08.05 18:37
국채보상운동과 IMF 당시 금모으기 운동. 민족주의라는 거대담론으로 접근한 이 운동에서 전자는 실패했고, 후자는 성공했다. 다만 한 나라가 위기일 때 민족주의라는 이념이 어떻게 긍정적으로 발현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좋은 예로 남았다. 이와 같은 긍정적인 민족주의와는 달리 현재 우리 사회 내에 내재한 민족주의는 기업의 마케팅이나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의 경우처럼 부정적으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현재 논쟁이 되고 있는 심형래 감독의 신작 D-War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언론에서는 이 문제를 심 감독과 충무로의 텃세 싸움으로만 부각시키지만 이 문제의 근본에는 민족주의가 내재되어 있다.

현재 일어나는 민족주의 문제. 문제의 핵심은 민족주의를 민족주의 그 자체로 바라보지 않고 경제적 내지는 정치적인 가치관을 함께 제시한다는데 있다. 이런 순수하지 못한 민족주의는 마약과 같다. 일시적으로는 위대해 보이게 할 수 있으나 그 후 실체가 드러나면 우스워 보이게 만든다. 미국의 경우를 보자. ‘인디펜던스 데이’ 나 ‘아마겟돈’ 등 영화 곳곳에 자국 우월주의를 표방하고 미국 민족(?) 우월주의를 표방한다. 자국 내에서만 뜨거운 호응을 얻을 뿐 해외에서는 외면받는다. 이 작품이 영화사에 있어 큰 발자국을 남겼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 우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붉은 악마가 열띤 응원을 펼쳤다. 하지만 월드컵의 열기가 현재 K리그로 고스란히 전달되지는 않았다. 민족주의 감정에 기댄 팬들은 많았으나 진정 축구를 사랑하는 팬들이 없었던 탓이다.

또한 우리가 주창하는 민족주의는 사대주의적이면서 약소국 출신을 무시하는 민족주의에 가깝다. 그래서 현재 민족주의는 위험하다. NFL MVP 하인스 워드는 한국인 어머니 밑에서 자랐으나 사실상 미국에서 자란 미국인이다. 그러나 세계 최강 미국의 슈퍼 스타라는 이유로 우리 언론들은 우리 민족의 범주에 슬그머니 넣는다. 그러면서도 정작 우리 사회의 한 구성원인 코시안(한국인+동남아 혼혈아)들에게는 냉담하다. 미국에서 성장한 슈퍼스타 보다도 수 십년후 코시안들이 한국 사회의 일정 부분을 차지할 것이다. 이들에게 차별적인 잣대를 적용한다면 현재 한국이 가지고 있는 영호남 갈등에 이어 또 다른 갈등을 야기할 것이 분명하다. 현재 우리가 주창하는 민족주의가 위험한 이유다.

마지막으로 민족주의에 호도되는 민족은 우매할 수 밖에 없다. 현재 민족주의와 국가주의를 결부시킨 대표적인 예가 국기에 대한 맹세다. 과거 공산권 국가들을 제외하고 이러한 의식을 강요하는 나라는 한국과 미국 뿐이다. 늘 민족주의와 국가주의에 젖어있기 때문에 국가라는 틀을 갖춘 거대 담론에 휩쓸리기 쉽다. 현재는 철군 압박을 받고 있는 이라크 전쟁. 하지만 CNN 여론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전쟁 초기 미국민들의 지지는 80%가 넘었다. 민족주의라는 거대 담론에 휩쓸린 탓이다. 역사적으로도 민족주의에 휩쓸린 나라, 독일이나 이탈리아, 는 나치즘과 파시즘의 열병을 앓았다.

이미 검찰 조사에서 사기로 확정된 황우석 교수 사기 사건. 하지만 인터넷에는 각종 음모론을 제기하는 글이 올라온다. 현재 D-War를 극찬하는 이유도 바로 우리가 CG를 만들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지지한다. 우리 나라 사람이라는 거대 담론 아래서는 모든 것이 용서되는 세태다. 어찌보면 광적인 민족주의라고 할 수 있겠다. 굳이 예를 미국에서만 찾을 필요가 있을까?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당시 프랑스 대표팀을 떠올리고 싶다. 알제리 이민 2세 출신이 이끄는 지네딘 지단이 이끄는 프랑스 대표팀. 물론 국민전선의 르펭 같은 극우 세력은 이를 못 마땅해 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프랑스 국민들은 민족 자체가 아닌 축구 실력이라는 거대 담론 하에서 뭉쳤다. 그리고 프랑스 축구 역사상 최초로 FIFA 월드컵을 차지했다. 민족을 빼고 순수하게 실력으로 평가하는 그런 바람직한 민족주의를 기대한다.
ⓒ 2007 OhmyNews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