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회에게 고한다

그대들의 십자가는 어디에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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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혜선(llalghll)등록 2007.08.09 12:02
요즘 아프간 피랍 문제로 말이 많다. 좀처럼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피 마르는 협상, 자신들의 나라일이 아니라고 석고상마냥 눌러앉아 태연자약하고 있는 미국의 정부, 교회를 향해 하나 둘씩 터져 나오는 성난 군중의 목소리.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인명은 제천이라' 사람의 목숨만큼 소중한 것은 세상천지에 없는 법이거늘, 어찌하여 우리 형제 자매의 목숨이 경각에 달린 지금 기독교에 대한 비난의 소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일까. 이것이 정녕 정부에서 그토록 만류했던 선교행이었기 때문일까? 아니다. 지금의 이 목소리는 어제 오늘 쌓여진 목소리가 아니다. 냇가의 물들이 만나고 만나 거센 강물이 되어 범람하고 결국엔 봇물 터지듯 터져버린 것이다.

한국 교회여 이제는 돌아보기를 바란다.

2007년이 어떤 해인가. 1907년 한국에 기독교가 들어오고 정확히 백주년이 되는 해이다. 백여년 동안 한국 교회는 무던히도 노력을 해왔고, 크나큰 부흥을 맞이했다. 열정이 담긴 전도와 세계가 주목한 집회는 교회의 혼이 되었고 이 모든 것이 "그리스도의 영광"을 위하여 이루어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한국 교회는 부패하고 타락하기 시작했다. 교세를 확장하고 성도 모으기에 급급함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거니와 교회 재산을 사유화하고 목사 직분을 세습화하여 그리스도인에게 씁쓸한 기억을 안겨주었다. 어디 이 뿐이던가. 연이어 성도들을 성폭행하여 세상을 경악케 한 목사까지 등장하였다. 그대들은 누구인가. 자신을 따르는 양떼를 도리어 난도질하고 살육하는 그대들은 정녕 목자인가 승냥이인가.

한국 교회여. 이제는 깨어나길 바란다.

또한 진정한 그리스도인들이라면 그대들은 결코 한나라당의 편을 들 수 없다. 기독교는 가진 자의 종교인가 주린 자의 종교인가. 강한 자의 종교인가 약한 자의 종교인가. 이천 년 전 예수님은 가난하고 주린 백성의 편에 서셨다. 세리와 함께 밥을 드셨고 창녀를 감싸 주셨다. 그들의 손을 잡고 당대의 실세인 율법학자들에게 맞서며 세상의 권세를 뒤로 하셨다. 하지만 지금의 한국 교회는 대체 누구의 편에서 누구를 대변하고 있는 것인가. 어찌 시청 앞에서 태극기도 아닌 성조기를 흔들며 목소리를 높일 수가 있으며, 어찌 사학법 개정을 반대하며 삭발을 하고 나타날 수가 있는가. 그러고도 어찌 뻔뻔하게 감히 예수님의 이름을 부르짖으며 거룩한 제사장이라 일컬을 수 있단 말인가.

한국 교회여 그대들의 십자가는 어디에 있는가

기독교는 영광의 종교가 아니다. 고난의 종교이다. 자신의 십자가를 지고 묵묵히 예수님의 길을 걷는 것이 세상의 빛과 소금 된 그대들의 역할이 아니던가. 하지만 그대들은 어디에서 피를 쏟았는가. 누구에게 고난을 당했던가. 그대들이 버린 십자가를 모으고 모아 정녕코 예수님을 두 번 못박을 셈인가. 지금의 그대들은 오로지 "교회"일 뿐 결코 "그리스도인"이라 할 수 없다. 더이상 교회라는 이름으로 그리스도를 욕보이지 말라. 각성하라 각성하라 눈물로 참회하며 각성하라. 그대들의 몸을 낮추고 자중하고 자중하며 회개하라. 모든 일에 앞서 진정한 예수님의 뜻이 무엇인지를 살피고 말씀을 사모하며 기도에 힘쓰라. 그리하여 "개독교"의 오명을 벗으라.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한국 교회에게 고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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