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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규의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 클럽’이라는 소설에는 프로야구가 시작되던 해 느끼던 당혹스러움에 대해 쓰고 있다. 실업 야구가 프로 야구로 바뀌면서 정작 선수들도 관중들도 당혹스러움을 느낀다. 몇 가지 규정이 바뀌고 하나의 시리즈가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된다는 사실을 제외하고는 도대체 무엇이 다른 것인지 잘 모르겠다던 고백이 나온다.
지금은 프로스포츠가 야구부터 축구, 배구 농구에 이르기까지 일년 내내 계속된다. 그렇지만 진정 우리에게 프로스포츠는 온당하게 프로스포츠로서의 이름에 걸맞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가? 프로스포츠는 관중이 있어야 존재한다. 한국같이 시장 자체가 넓지 않은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거의 모든 프로스포츠 구단은 적자운영을 계속한다고 고백한다. 단지 후원을 하는 모기업의 홍보효과로 적자인 운영비를 보충하고 있다고 볼멘 소리를 계속한다.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때로 이 볼멘 소리를 들을 때면 살짝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채널만 돌리면 중계되는 프리미어리그, 스페인리그, 분데스리가, 세리에아 리그에 이르기까지, 경기를 보고 있자면 우선 그 뜨거운 열기에 압도된다. 전체 관중석을 가득 메운 함성소리는 경기가 시작되는 순간부터 끝나는 휘슬이 울릴 때까지 계속된다. 가까운 제이리그만 보아도 이 분위기는 이어진다. 그러다가 무료하다는 표정의 관중 쪽으로 돌아가는 우리 케이리그의 중계 화면을 보면 또 선수들에게 미안해진다. 몇몇의 알려진 경기들을 제외하고는 양측 골문 주위에 포진한 서포터스들이 주도하는 경기장 분위기는 자못 쓸쓸하기까지 하다. 현장에서보다는 중계를 볼 때 이 분위기는 더하다. 중계 카메라는 월드컵 중계처럼 관중석과 경기장을 입체적으로 드러내지 못하고 선수들이 경기를 하는 모습 위주로 편집한다.
4년에 한 번 열리는 월드컵 경기를 치를 때마다 국내리그의 부흥 없이 좋은 성적을 기대하지 못한다라는 낡고 낡은 사설을 대하는 것도 이젠 얼마나 지겨운 일인지 모른다. 나는 그래서 선수들에게 미안하고 구단에게도 미안했다. 그런데 오늘 그 마음을 접었다.
현장에서 보는 축구 경기는 중계를 볼 때와는 확연히 다르다. 경기장 전체를 두루 살피면서 공간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활용되는지, 여기서 필요한 것이 드리볼인지 패스인지 닫혀있던 카메라를 대하는 것하고는 확연히 다른 경기를 감상할 수 있다. 카메라로 잡지 못하는 선수들의 거친 숨소리와 전력질주를 하다 쓰러지는 허벅지를 볼 때마다 뜨겁게 치미는 무엇인가가 있다. 적어도 나는 그런 이유로 경기장에 간다. 순위나 승패보다는 경기 자체에 몰입하는 게 더 즐겁다. 그래서 나는 경기장엘 간다.
하는 일이 만만치 않은 고비를 맞고 있는 터에 여름 휴가는 언감생심이었고 이제 뒤로 세기가 더 가까운 방학일정에 미안해하던 터에 축구경기를 보기로 결정한 것이 어제 저녁이었다. 15일은 광복절 휴일이고 경기는 7시에, 더구나 성남과 수원의 경기, 회사일을 마치고 경기장엘 가도 시간상으로 여유가 있는 편이었다. 다만 학원을 가야 하는 아들이 6시에 마치는 시간을 고려하면 경기장에 가서 티켓을 구매하기는 별로 쉬운 일이 아니었다는 사실에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 예매를 하자 결정하고 이 여정이 시작되었다.
예매를 하기 위해 맨 처음 들린 곳이 오늘 경기가 열리는 홈구장인 수원블루윙스의 홈페이지였다. 어떻게 예매를 해야 하는지 확인을 했다. 네 가지 방법이 있었다. 하나는 인터넷 예매, 그리고 경기시작 네 시간 전까지 수원시내에 있는 ATM기를 통해 구입하는 것, 전화예매, 그리고 현장 발권. 간편하기로야 전화예매가 편하기는 할 터이지만 6시에 끝나는 아이를 데리고 경기장에 와서 줄을 서고 입장권과 교환을 해야 하는 문제가 걸렸다. 그래서 인터넷 예매를 시작했다. 예매하기를 클릭하니 화면이 티켓링크로 연결이 된다. 예전에 공연 관람을 티켓링크에서 예매했던 적이 있어서 로그인을 하고 예매절차를 따라갔다. 설치하라는 액티브 엑스 다 설치하고 기다려도 화면이 넘어가지 않는다. 자바 오류라는 메시지가 뜨고 어떤 때는 화면이 정지된다. 한 시간을 씨름하다가 인터넷 예매를 포기했다.
당일 오전, 두 번째 방법을 찾았다. 편의점의 ATM기를 이용하기 위해 블루윙스 홈페이지에 있는 편의점들을 확인했다. 몇몇 군데의 편의점이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이름뿐이다. 하다 못해 전화 번호나 위치 정보만이라도 링크를 걸어 놓았으면 나한테서 제일 가까운 편의점이 어느 곳인지 확인할 수 있을 텐데, 그냥 이름 뿐이다. 다만 친절하게 “ATM기에서 입장권을 사전에 구매하시면 경기 당일 별도의 교환 절차 없이 바로 입장기 가능하오니 많은 이용 바랍니다.“라고 쓰여져있다. 편의점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표시해놓은 편의점을 검색해야만 했다. 몇 번의 시도 끝에 제일 가까운 편의점을 찾았다. 그래도 걸어가기에는 만만치 않은 위치, 차를 가지고 편의점엘 갔다. 들어가면서 점원에게 예매가 가능하냐고 물었더니 가능하단다. 일반 ATM기 메뉴에 티켓 예매 메뉴가 하나 더 있었다.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카드를 긁고 하라는 대로 따라간다.
하지만 이게 웬일, 아무리 찾아보아도 수원경기는 메뉴에 없다. 서울, 울산 성남 등 8개 구단의 경기만 메뉴에 뜬다. 수원하고 성남의 매치이니깐 성남의 경기를 클릭해보았지만 오늘 경기는 없다. 수원경기는 어떻게 발권하는지 점원에게 물었다. 점원은 따로 점포에서 관리를 하는 게 아니라서 모르겠다는 말만 했다. 그 자리에 서서 수원 블루윙스에 전화를 걸었다. 예매가 안 된다고 어떻게 하면 되는지 물었다.
담당직원의 말은 ATM기하고 인터넷 예매는 구단에서 관리하는 게 아니고 ATM기 관리 회사와 티켓링크에서 전담하는 것이기 때문에 알 방법이 없다는 편리한 답변을 한다. 그게 말이 되는 거냐고 따져보았지만 모르쇠 뿐 아무런 해결 방법도 제시하지 못하면서 고작 한다는 말이 현장에서 구매하시라는 말이 이어진다. 현장에서 구매할 거면 이 고생 안 하지 화도 내보았지만 절벽이다. 포기할까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혹시나 해서 티켓링크의 전화번호를 받고 전화를 했다. 몇 번 기다리고 기다리다 통화를 한 상담직원은 또 문제가 ATM기에 있으니 ATM기 관리회사에 물어보란다. 휴일 ATM기 관리회사가 출근할 일도 만무하고 결국 ATM기 앞을 떠났다.
http://www.fcbluewings.com/homegame/ticket/ticket.asp
포기할까 싶은 생각이 들다가 아이들과의 약속이 떠올랐다. 그러면 안 되지 싶어서 사무실로 돌아와 다시 인터넷을 붙잡고 늘어졌다. 똑 같은 과정을 거쳐 똑 같은 지점에서 화면이 넘어가지 않는다.
결국 유인판매 업체에 전화를 했다. 티켓구입이 가능하냐고 물으니 가능하단다. 위치를 물었다. 경기가 열리는 수원월드컵 구장에 있는 상점이라고 했다. 차를 가지고 경기장에 도착했다. 경기장 안내원이나 시큐리티 서비스 직원인듯 보이는 사람에게 예매 하는 상점이 어딘지 물었다. 그런 상점은 없다는 답을 듣고 유인판매업체 이름을 대니 바로 옆에 있는 상점을 가리킨다. 상점에 들렀다. 예매를 위해 어느 좌석이 필요한지 대답을 하는데 점원이 카드로 구매할 수 없다고 못을 박는다. 자기네들은 티켓링크의 예매를 대행하는 것일 뿐 아무런 주체도 아니라는 단서도 덧붙인다.
주머니를 뒤지니 현금이 부족하다. 들어오다가 구청에 달린 은행 출장소 간판이 보였던 터라 은행을 찾아간다. 은행은 닫히고 구청 부속 건물인듯한 곳에 보이는 ATM기는 자물쇠로 걸려있다. 아까 상점의 위치를 물었던 구장 직원인듯한 이에게 다시 현금인출기를 물으니 안에는 없고, 저쪽 계단을 올라가 스포츠센터에 가면 현금인출기가 있을 거라고 태연히 가르쳐준다. 헉헉대며 계단을 걸어올라 길을 건너 스포츠 센터로 가니 문전성시, 현금인출기를 찾아 돈을 인출하고 돌아온다. 겨우 티켓 세 장을 손에 쥐니 기가 막히다.
한국 사회에서 예매문화가 정착이 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말도 들었다. 빈번한 취소와 너무 늦은 예매요청들이 건전한 예매문화를 구축하지 못한다는 불만들이 터져 나온다. 하지만 정작 예매를 받는 당사자들의 서비스 시스템은 온전하게 구축이 되어있는지 물어야 한다. 카드 결제가 안 되는 예매가 지
금 어느 세상에 있으며 좌석 하나 지정하지 않는 경기장 예매를 누가 원하겠는가. 백 번 양보해서 예매관련 업무는 현장 발권을 제외하고는 티켓링크라는 예매대행회사에 외주를 하고 그나마라도 경비를 줄여보겠다는 눈물겨운 아웃소싱노력을 짐작 못하는 바 아니지만, 그 아웃소싱이 과연 적절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관리라도 하려는 노력은 계속되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어떤 관중이 예매에 대해서 물으면 그 절차나 문제점이 어디에 있는지 대답할 수 있는 구단 직원이 한 명이라도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홈페이지에 있는 잘못된 정보에 대해 따져 물으니 확인해보고 정정하겠다는 말보다는 현재 불비한 예매시스템을 정비하겠다는 대답이 돌아왔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세계일류를 자처하는 삼성이 눈물겨운 출혈을 감수하시고 운영하고 있는 삼성블루윙스 축구단, 분노가 턱에 치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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