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의 한국, 모성리더십이 절실하다”

한명숙 후보 본사방문…“행복한 복지국가 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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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타임스(womantimes)등록 2007.08.20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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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5일 광복절 휴일 오전, 범여권 대선 주자인 한명숙 전 총리가 본지와의 인터뷰를 위해 본사를 방문했다. 여름 햇살만큼이나 환한 함박웃음을 머금은 한 전 총리는 성황리에 끝난 출판기념회 얘기와 함께 최초 여성 총리로 임명받던 때의 에피소드를 시작으로 첫 운을 뗐다. 한 전 총리는 “2만 달러 경제성장 시대를 말하면서도 정작 국민은 주거, 일자리, 교육, 노후, 의료의 5대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대통령이 되면 빈곤층뿐 아니라 중산층, 서민 등 모든 국민이 복지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잘사는 나라를 만들겠다”면서 일명 ‘행복한 복지국가론’을 역설했다. 그는 또 “주택은 ‘재산 증식의 수단’이 아니라 ‘사는 집’이라는 개념을 정착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가 솔선수범해 ‘사는 집’을 공급한다는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며 공공임대주택 확대, 후분양제, 토지임대부, 환매조건부 등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우타 : 대한민국 최초 여성 대통령에 도전하는 소감은? 또 자신의 리더십의 강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여성운동을 오래 해온 사람으로서 감개무량하다. 지난 시기 많은 여성이 어려운 조건에서 여성 인권과 여성의 사회참여를 위해 노력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이해관계가 매우 복잡하고 과격해지는 양상이다. 기존 남성 중심의 힘의 논리, 싸움의 정치로는 갈등과 분쟁을 해결할 수 없다. 여성은 부드러운 카리스마와 화해, 조정, 통합의 DNA를 가지고 있다. 21세기의 사회 발전은 그 사회가 여성의 리더십을 얼마나 발휘하는지에 달려 있다. 이번에 어떤 대통령이 나오는지가 향후 100년의 삶의 질을 결정할 것이다.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에서 장관, 총리로 일한 만큼 많은 노하우와 비전이 있다고 자부한다.

우타 : 유가 폭등, 사교육비 증가, 물가 상승 등으로 국민경제가 날로 어렵다. 국민 생활경제 활성화를 위한 방안은 무엇인가.
서민 경제의 어려움은 직접적인 지원도 필요하지만, 결국 경기 활성화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대통령 직속으로 ‘서민경제위원회’를 두고 청와대에 ‘서민담당수석’을 두어 서민 경제를 대통령이 직접 챙기겠다. 또 부동산 보유세를 점진적으로 높여서 부동산에 묶인 자금이 산업자본으로 자연스럽게 이동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외국계 기업 유치와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 육성을 위한 국가 공단의 장기 무상 임대를 추진하겠다. 중산층이나 서민이나, 모든 국민에겐 주택, 일자리, 노후, 교육, 의료의 5대 문제에 대한 불안이 자리하고 있다. 이 5대 불안을 없애고, 우리나라를 사회 투자 국가로 발전시켜 사회적 안전망을 충실히 다지고, 중산층이 두터워지는 나라, 서민의 손과 발이 따뜻한 나라를 만들겠다.

우타 : 국민의 주거 안정을 위한 부동산 정책은.
주택은 ‘재산 증식의 수단’이 아니라 ‘사는 집’이라는 개념을 정착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가 솔선수범해 ‘사는 집’을 공급한다는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세부적으로는 ‘공공주택법’을 제정해 신도시를 전면 공영 개발하겠다. 국가 수용 사업에 한해 국가가 국민에게 직접 분양하고 건설 업체는 건설만 담당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환매조건부, 토지임대부, 장기 전세, 임대 아파트 등 다양한 형태의 주택을 공급할 방침이다. 공공주택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 주택공사와 토지공사의 통합을 통해 주택 공급 대책을 마련할 뿐 아니라, 공공주택을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기능을 부여해야 한다. 신혼부부나 노인에게는 고소득자를 제외하고, 일정 정도의 자격만 갖추면 무조건 임대주택을 주는 방안도 필요하다. 또 ‘공직자 윤리법’ 개정으로 공직자 투기도 원천 차단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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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타 : 공교육 정상화와 교육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은.
열악한 교육 환경에서는 양질의 공교육이 이루어질 수 없다. 공교육에 투자를 더 많이 늘려서 양질의 인재를 키워내야 한다. 공교육에 드는 비용이 31조원인데 반해 사교육비는 33조5000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핀란드 같은 나라는 7%의 국가 예산을 들여 공교육을 잘해내고 있다. 대학과 기업을 연계해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나라가 길러내는데, 대표적인 사례가 세계적 기업 노키아다. 이처럼 전문화한 연구 중심, 산업 중심 대학을 지역별로 지원, 육성하여 특정 분야에서는 세계적 수준의 경쟁력 있는 초일류 대학을 만들겠다. 또 학생이 학문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등록금 납부 방식을 등록금 후불제로 개선하겠다.

우타 : 양성 평등 사회를 만들기 위해 현재 가장 시급하고 절실한 법과 제도는.
양성 평등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경제와 정치 분야에 여성의 참여율이 높아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여성 인력 활용·여성 일자리 창출과 출산·육아 걱정 없이 일할 수 있는 환경 마련이 최우선 과제라고 생각한다. 경제 분야에선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 60% 달성, 여성 비정규직 감소 대책과 빈곤 방지 대책 마련, 지속 가능한 양질의 여성 일자리 창출이다. 정치 분야에선 공직 선거에서 선출직과 정당 명부식 비례직 비율 조정, 지역구 선출직에서 여성 할당 30% 의무화 방안 마련, 여성 관리직 비율 20% 이상 달성, 승진 할당제 실시 등이다. 또, 육아 지원 확대를 위해 보편적 급여 체계인 아동수당제도 도입, 임신·출산·육아 지원 확대, 학령기 아동의 보호와 지원에 관한 법 제정과 함께 가족 정책을 적극 추진해 가족친화사회환경조성법, 다문화가족지원법, 한부모가정지원법 등을 제정할 방침이다. 그 외에도 주부 가사노동 가치 인정, 부부공동재산제 실시(민법 개정) 등을 위한 차별금지법 등을 제정할 생각이다.

우타 : 돌봄노동(간병, 베이비시터 등)에 집중한 여성 일자리를 ‘괜찮은’ 양질의 일자리로 전환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가. 또, 여성 일자리를 몇 개나 창출할 예정인가.
디지털 시대에 고용 창출 효과가 높은 지식 기반 서비스 부문에 집중하고, 대부분 준전문직 이상의 일자리로 제도적으로 뒷받침해 청년층 실업 해소에 기여하겠다. 지역 대학, 공단, 중소기업과 연계하여 200만개를 목표로 여성 일자리를 창출할 방침이다. 2030플랜 ‘사회 서비스 분야’ 중 공공 분야, 중소기업 분야 등 70개 부문을 직업훈련 교육으로 취업과 연계하고, 여성 평생 직업 찾기 센터와 여성 잠재 인력 능력 개발 인프라 등을 구축해나갈 생각이다.

우타 : 이랜드 사태 등을 볼 때 우리 사회에 비정규직 문제, 특히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대책이 미흡하다. 해결 방안이 무엇이라고 보는가.
비정규직 노동자 다수가 여성이라는 점에서 KTX 여승무원이나 이랜드 여성 노동자들을 제자리로 되돌려주고 싶은 마음이 강했다. 총리 시절 여러 번 시도했지만 형평성 면에서 KTX 여승무원들의 특수한 상황만을 고려할 수 없었고, 비정규직 전체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세가 더 필요했다. 일단은 지난해 정기국회에서 비정규직보호법을 제정한 입법 취지가 존중되어야 한다. 노·사·정의 동반 노력이 절실하고, ‘상생을 위한 사회적 결단’이 있어야 한다. 사회적 대타협으로 여성 비정규직 문제를 개선하겠다.

우타 : 유럽 선진국 등에선 일하는 여성을 위해 ‘믿고 맡길 수 있는’ 케어맘 제도가 활성화되어 있다. 이를 도입할 의향은 없는가.
아이돌봄이 필요한 가정과 이용 대상자가 요청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아이를 안전하게 돌볼 수 있도록 아이 돌보미 서비스 지원 기관을 500곳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 건강가정지원센터, 공원, 주민자치센터, 여성회관 등 부모들이 자녀를 동반하고 접근하기 좋은 지역에 주부와 아기를 위한 육아 에듀 카페를 1개동 2개소 이상 설치할 계획이다.

우타 : 세계 여성 지도자들 가운데 자신의 모델로 삼는 이가 누구인가.
세계적으로도 노르웨이, 핀란드, 아일랜드 등 서구 유럽에서부터 남미의 칠레까지 여성 대통령, 여성 총리의 활약이 대단하다. 이들의 공통점은 매우 전문적, 헌신적이며 남성 중심의 힘의 정치, 부패, 독선, 권위주의 등과 거리가 멀다는 것, 정치 분야에서 여성성의 가치가 재발견되고 있다. 여성 대통령이 나온다고 해서 양성 평등 사회가 꼭 실현되는 건 아니다. 영국의 대처 총리 같은 인물이 그렇다. 아일랜드의 메리 로빈슨을 훌륭하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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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시 및 장소 : 8월 15일, 본사 회의실
■ 참석 : 신숙희 본지 발행인
■ 진행 : 함영이 편집국장
■ 정리 : 주 진 기자 jj@iwomantimes.com

한후보의 경선 승리 V포인트는…
‘춘추전국’범여 경선… 후보군 압축이 관건

범여권 대선 주자인 한명숙 전 총리가 통과해야 할 ‘여성 대통령’을 향한 첫 관문은 바로 내달 초 치러야 하는 범여권의 예비 경선, 일명 ‘컷오프(cut-off)’다.
범여권 국민경선추진협의회는 20여 명의 대선후보가 난립하는 ‘춘추전국’ 상황에서 5, 6명 선으로 후보 수를 압축하는 대선 예비 선거를 치를 방침이라고 밝혔다.
일단 미래창조대통합민주신당(이하 대통합신당), 열린우리당이 전격 합당함에 따라 대통합신당 합류를 기정사실화한 한 전 총리를 비롯해 손학규 전 경기지사, 이해찬 전 총리, 김두관 전 장관 등 대선 후보군에겐 ‘컷오프를 통과하라’라는 지상명령이 떨어졌다. 따라서 범여권 주자들은 자기 쪽으로 유리한 경선을 치르기 위해 주판알을 튕기느라 여념이 없다.
한 전 총리는 지난 8월 13일 자신의 저서 출판기념회에서 ‘정통성 있는 후보 단일화’와 ‘민주당까지 포함하는 대통합’을 강력하게 주문했다.
최근 이해찬, 유시민 등 열린우리당 친노 주자들 간 후보 단일화를 주장한 데 대해 “국민은 수구 세력인 한나라당과 강력히 맞설 정통성 있는 후보들의 단일화를 통해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를 잇는 3기 민주개혁정부를 원하고 있다”면서 “정통성 있는 후보 단일화로 일치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통성’에 방점을 찍는 것은 한나라당 출신으로 범여권에 합류한 손학규 전 지사를 견제하고, 반 손학규 연대를 강화하자는 의미로도 읽힌다.
한 전 총리와 이해찬 전 총리는 지난 8월 13일 오전, 친노 주자들 간 후보 단일화 필요성에 공감하고, 앞으로 지속적으로 연대해나갈 것을 합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8월 중 출마 선언을 앞둔 친노 주자의 다크호스, 유시민 전 장관의 반응은 대체로 냉소적이다. 후보 단일화에 국민 여론조사 방식을 채택하자는 한 전 총리의 주장에도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편 한나라당 후보가 누가 되는지도 범여권 후보들의 경쟁력에 변수다. ‘여성 대통령’에 도전하는 박근혜 후보가 될 경우 ‘대항마’로서 한 전 총리의 몸값이 자연히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명박 후보가 된다면 충청 출신 이해찬 전 총리나 호남 출신 정동영 전 의장이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편 범여권의 예비 경선 방식도 한 전 총리에겐 넘어야 할 산이다. 선거인단(일반국민 70%+승계 당원 30%)에서 1만 명을 무작위로 추출해 실시하는 여론조사 50%, 일반인 24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50%를 반영한다. 이 여론조사는 설문 대상자 1명이 2명의 후보를 고르도록 하는 1인 2표제 방식으로 진행된다.
일반인 무작위 추출이라 객관적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정작 모집하는 데에는 결국 조직 표 대결이라고 보는 시각이 높다. 확고한 지지 기반 부재와 조직 세 결집에선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는 한 전 총리의 고전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게다가 1인 2표제 방식은 특정 후보 ‘배제 투표 현상(2순위 표를 특정 후보에게 주지 말도록 자신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을 독려하는 행위)’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여성 후보이자 친노 주자인 한 전 총리에게 불리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그가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 추미애 민주당 전 의원 등 군소 후보들을 더 많이 참여시키기 위해 ‘민주당의 합류’를 촉구하고, 친노 후보 단일화를 주장하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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