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여권에 대한 민심이반의 원인은 민주당 분당 아닌 총체적 국정운영 실패

사라져 가는 개혁적 낭만주의. 과학적 진보의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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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관식(cgcinsig)등록 2007.08.25 13:58
김대중 전 대통령이 23일 동교동을 방문한 정세균 의장 등에게 호통에 가까운 질책을 했다 한다. 민주당 분당, 대북 송금 특검, 안기부 X파일사건 등을 거론하며 “우리당이 대통합을 할 때 책임지고 국민에게 사과할 것이 있으면 사과하고, 청산할 것은 청산했어야 한다”며 “국민의 마음이 우리당을 떠난 것은 국민 동의를 구하지 않고 분당한 것에 있다”고 지적했다 한다

과연 현정권과 범여권에 대한 민심 이반의 원인이 김전대통령의 주장대로 ▲민주당 분당 ▲대북송금 특검 ▲안기부 X파일 미공개 등의 문제에 있을까? 노무현 대통령의 가벼운 언행에 원인이 있는가? 둘 다 답은 아니다. 문제는 보다 실제적이고 현실적인 데 있다. 범여권에 대한 국민적 거부는 노무현 정부의 정책실패로 인한 국정파탄으로 더 이상 민주 개혁세력에게 정권을 맡겨서는 안 되겠다는 판단을 국민이 이미 내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잘못된 정부정책을 개혁하기 위해서는 오만한 정권을 바꾸는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김 전 대통령이 그렇게도 집착하는 햇볕정책은 성공하지 못했다. 햇볕정책의 당초 취지는 햇볕을 쬐어 북한의 두꺼운 외투를 벗기자는 것이었다. 북한과의 경제협력으로 북한을 개혁 개방으로 이끌어내자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따듯한 햇볕을 틈타 핵무기를 개발하고 공산주의 일당. 일인독제체제를 강화하였으며 인민을 도탄에 빠트려 굶기고 있다. 입을 것 먹을 것 거주공간을 모두 국가가 관장하는 세계 유례없는 공산주의 통제경제를 고집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평화와 통일을 지향한다는 것은 하나의 당위다. 햇볕정책이 평화와 통일을 지향한다고 해서 그것으로 정책의 성공이 될 수는 없다. 북한이 통제경제를 포기하고 개혁. 개방으로 나올 때 비로소 햇볕정책의 성공을 말할 수 있다. 그런데도 진보세력을 통틀어 북한에 폐쇄적 경제체제를 포기하고 인민의 자유와 재산권을 인정하고 시장경제를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는 말을 들어본 일이 없다. 일방은 시장경제로 전환을 생각하지도 않고 일방은 그것을 요구하지도 않는 상황에서 이름만 햇볕정책이지 북한퍼주기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경제정책에서 이 정권은 성장과 분배를 병행해야 한다고 하였다. 그러나 성장도 분배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집권기간 중 세계 평균 경제성장율을 넘어선 적이 없으며 양극화는 지속적으로 심화되었다. 나라의 빚은 천문학적으로 증가하고 여러모로 생산적이라 하기 어려운 공무원 수는 획기적으로 증가하였다.

정부는 부동산에 올인하면서 대통령도 불패라고 호언 하였다. 전국을 투기지역으로 묵다시피 하여 국민에게 불편을 가중시키고 세금을 때리고 시장경제원리를 파괴했다. 헌법상 국민의 재산권과 여러 기본권을 침해한 혐의가 있다. 그러나 정작 서울의 아파트 가격은 잡지 못하고 지방과 서민경제만 잡았다. 평등과 분배를 목표로 세웠고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고 호언한 것으로 경제를 잘 했다고 할 수는 없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모든 경제적 가치는 자본으로 현상한다. 잠재적으로 이자를 낳는다. 그러나 실제로 이자를 낳기 위해서는 생산자본으로 적용되든 남에게 빌려주든 자본으로 기능해야 한다. 자기가 소비하는 주택에 임대료가 즉 지대가 생기지 않는 것은 스스로 소비하는 돈에서 이자를 받을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물가가 상승하는 현상을 소득이라며 아파트값을 잡는다는 명목으로 세금을 올리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저질러졌다. 세금을 올려 아파트값을 잡겠다던 그 입으로 세금을 내려 반값골프장을 짓겠다는 말을 천연스레 하고 있다.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교육정책은 어떠했는가? 외교. 국방. 정당개혁은... 어느 것 하나 국민적 평가를 받는 분야가 없다. 총체적 국정실패로 민심이반이 심각해지자 이제 모든 것을 언론 탓이라 상상하고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 하고 있다. 조중동은 국민이 자연인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준 지난 대선 때도 존재했다. 그럼에도 국민은 노무현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제 국정실패로 민심이반이 심각해지자 조중동에 맞서 자신을 대통령으로 만들어 준 현명한 국민은 싹 잊어버렸다.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것은 국민이 우둔하니 통제해야겠다는 것이다. 군사정권 뺨치는 독재적 발상에 다름 아니다. 조중동만 아니라 모든 언론을 적대시하는 것도 새로운 풍경이다.

총체적 국정실패로 분노하는 민심을 옆에 놓고 기껏 민주당 분당이나 대북 송금특검을 운위하며 사과하고 청산하라는 김 전 대통령의 말은 참 한가한 말씀이고 그래서 공허하다. 국민의 마음과 100리는 떨어져 있다. 국정 실패로 호남민중들 역시 고통의 나날을 보내왔고 지금도 보내고 있다. 이는 호남에서 한나라당이 여론조사 제1당이 되는 결과로 고스란히 나타났다. 한나라당에서 15년을 있다 불과 몇 개월 전 사세 여의치 않자 이적한 손학규 씨가 범여권 대선주자중 1위라는 사실에서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 이념 지향이 뚜렷한 386세대. 민주화운동 세대라 불리는 그들도 민주 개혁세력을 외면하고 있다. 사실들이 손에 손잡고 범여권의 총체적 실패. 국정파탄을 웅변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국민적 분노의 원인은 민주당과의 분당이 아니라 현정권과 범여권의 처절한 국정운영 실패이다. 때문에 분산되었던 범여권이 재통합해서 통합의 목소리를 높여도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 것이다. 호남 민심을 자극하여 지역주의로 국민을 호도하려 해서 될 일이 아니다. 만일 그런 시도가 성공한다 해도 민족 앞에 씻을 수 없는 더 큰 죄를 짓는 일일 뿐이다. 이제 진정한 사과와 반성은 다른 것일 수 없다. 잘못된 정책을 인정하고 그것을 폐기하고 올바른 정책을 세워야 한다. 그 올바른 것이 한나라당이 내세운 정책이라도 그들과 머리를 맞대고 연구하여 잘못된 정책을 바꾸고 힘을 합쳐 국민을 살려내야 한다. 청산할 것을 청산하는데 그 길 말고 다른 길은 없다.

이제 구호만 내세우고 투쟁하면 정당성이 인정되던 시대는 갔다. 국정의 실제적 문제에 유능하지 못하면 한나라당에 진보(進步)의 깃발을 빼앗길 수도 있다. 국민의 입장에서는 그것이 진보(進步)고 사필귀정이 될 수 있다. 최종 판단은 국민이 한다. 범여권의 업보다. 진보 개혁세력이 하기에 달렸다. 앞으로 진보 개혁세력은 뜨거운 가슴과 더불어 냉철한 머리로 이념과 가치를 실현해야 한다. 개혁의 낭만주의 시대는 가고, 과학적 개혁주의. 과학적 진보의 시대가 시나브로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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