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마음을 헤아리고 이해해주세요

도토리도사의 연애코치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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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준(jcel)등록 2007.08.26 19:53
따르릉 따르르릉(전화벨 소리)

도도사 : 으음... 여보세요.

? : 도토리도사님!

도도사 : 누구세요?

? : 얼마전에, 좋아하는 동생이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문의드렸던 Mr. 버터입니다.

도도사 : ... 그런데요?

버터 : 마음을 표현하긴 했는데, 그런 뒤로 몇 주째 만나지도 못하고... . 제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도도사 : ... 지금이 몇시인줄 알아요?

버터 : 새벽 3시요. 이래저래 생각이 많고 잠이 오지를 않아서요.

도도사 : ... 그래서 어쩌라는 건가? 당신이 잠이 안오니 나도 깨어있으라 이건가?

버터 : 복채는 두둑히 드릴게요.

도도사 : 그래서 우리가 어디까지 얘기했지요?

버터 : 마음을 표현하기는 했어요. 했는데. 직접 만나서 하지 못하고 전화로 했어요. 만나서 하고 싶었는데 사정이 여의치가 않았거든요.

도도사 : 그래서? 대답은?

버터 : 지금 그 아이는 전에 만났던 사람과 헤어진지 얼마 되지 않았어요. 그래서 그 사람에게 상처주고 싶지 않다고 하더라구요. 또, 이전에 만났던 그 사람으로부터 상처를 많이 받고 많이 힘들었기 때문에 지금은 누구를 만난다는 것에 회의를 느낀다고. 누구를 만나고 그럴 생각이 없다고.

도도사 : 당연한 거예요. 아무리 헤어졌다고 해도, 그리고 그 사람이 많이 힘들게 하고 아프게 했다고 해도, 함께했던 시간이라는 것과 그 감정을 그리 쉽게 잊을 수는 없는 거예요. 또 미운 정도 정이고 정이 무서운 것이고요. 전에 만났던 사람을 완전히 잊고, 미안함을 포함한 모든 감정이 정리 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거예요.

- 지금 그녀에게는 시간이 필요해요

버터 : 그건 알아요. 저도 지금 바로 대답을 원하는 것은 아니구요. 천천히 생각하고 대답해 주기를 바래요. 그리고 대답을 듣기 전까지는, 지금까지 그래왔듯 좋은 오빠동생 사이로 지내며, 자주 만나서 식사도 같이 하고, 얘기도 많이 나누고 그러고 싶었을 뿐이에요. 그런데 보고 싶어도 만날 수가 없어 많이 그립고 힘들었죠. 보고 싶은 사람은 보면서 살 수 있으면 좋겠는데 말예요.

도도사 : 마음이 이해는 가지만, 그건 버터군의 생각이고 버터군의 입장일 뿐이에요. 버터군의 상황에 그녀를 맞추려 들어서는 안되요.

버터 :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렸거든요. 그런데 그것이 몇 차례 다음주로 미뤄지게 되었고, 최근에는 약속을 잡았다 취소되어 저는 무척 속이 상했어요. 내가 싫어서 피하는구나 싶어 마음이 아팠고요. 그래서 속상하다고 투정하는 문자를 보내고... .

도도사 : 죽을래(버럭)?!

버터 : 네??

도도사 : 제정신이냐구요?! 뭔데 그러는 거예요? 지금 버터군이 그녀의 남자친구라도 돼요? 아니잖아요. 혼자 좋아하는 입장이잖아요. 그런데 그런식으로 행동하면 안되죠. 그러는 건 내 마음은 이런데 너는 왜 몰라주느냐, 너는 왜 이런 내 마음에 맞춰주지 않느냐고 따지는 격이잖아요. 내 마음 좀 알아달라, 배려 좀 해달라는 거잖아요. 그게 다 뭐예요. 그녀 입장에서 그런 문자를 받고 얼마나 부담스럽겠어요.

- 내 생각, 내 입장, 내 상황에 그녀를 맞추려 들어서는 안되요

버터 : 저도 조바심이 나고 속상해서 그렇게 보내놓고는 많이 후회했어요. 또 많이 미안했구요.

도도사 : 그래, 약속이 미뤄진 이유는 뭐예요?

버터 : 그 아이가 방학 동안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거든요. 늦게까지 일하고, 일손이 부족해 쉬는 날에도 나가야 하고 그래서요. 그리고 곧 개강인데 일로 인해 바빠서, 개강준비를 잘 못했어요. 그래서 신경쓸 것도 많고 고민도 많아 많이 힘든 것 같아요. 제가 미리 잘 알아두고서 그 아이를 챙겨줬어야 하는 건데, 그러지 못해 정말 미안한 마음이에요.

도도사 : 버터군은 방학인데 아르바이트 안했어요?

버터 : 네? 네, 그렇게 됐어요.

도도사 : 버터군은 그녀를 특별하게 느끼고 있지만, 그녀는 적어도 아직은 버터군을 특별하게 느끼고 있지 않아요. 또, 버터군은 방학 동안 편히 쉬면서 개인시간도 충분히 갖고 하며 그녀를 그리고 만나기를 기다려왔지만, 그녀는 열심히 일하느라 바쁘게 지냈어요.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버터군은 방학 내내 종일 그녀를 떠올리며 보고싶어 했고 그러니 그렇게 그립고, 만나지 못하는 것이 힘들었던 것이에요. 하지만 그녀는 그간 자기 생활을 하는 것만으로도 벅찬 시간을 보냈다는 거예요. 또, 이전에 만났던 사람과 헤어진지 얼마 되지 않아 많이 힘들었을 것이고, 그런 상태에서 자신에게 다가오는 이성이 부담스러웠을 거예요. 개강준비 등으로 인해 신경쓸 것도 많고 고민도 많은 때이구요.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그런 그녀의 입장을, 그 마음을 헤아리고 이해해야 해요. 그리고 다시 말하지만 버터군의 입장과 생각에 그녀를 맞추려 들어서는 안되는 거예요.

- 그녀의 마음을 헤아리고 이해해주세요

버터 : 그렇게 바보같이 굴고, 부담주고... . 정말 바보같단 생각 들어요. 혹시 그녀가 이제 저를 싫어하게 되었으면 어쩌죠?

도도사 : 그런 건 모르는 거예요.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고요. 그리고 만날 인연이라면 어떻게든 만나게 되어 있는 것입니다. 그간 그런 행동이 실수였다는 것을 알았다면 앞으로는 그것을 되풀이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해요. 그리고 당분간은 연락하거나 그러지 말고요. 부담스러울 수 있으니까요.

버터 : 그녀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고, 챙겨주고 싶은데... .

도도사 : 그것도 버터군의 생각이고 버터군의 입장일 뿐이죠. 다시 말하지만 그녀는 지금, 이성이 다가오는 자체가 힘들고 부담스러운 거예요. 그런 그녀의 마음을 이해하고, 그녀가 먼저 연락하기까지 차분히 기다리도록 해요. 그리고 만났을 때에는 그냥 보통의 친구 대하듯 하세요. 너무 잘하고 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부담을 주는 것이니까. 그렇다고 또 너무 무심하게 굴라는 것도 아니에요. 말 그대로 보통의 친구 대하듯 하는 거예요. 그렇게 그녀의 마음이 편안하도록 해주세요. 그게 바로 배려라는 거예요. 또, 버터군을 보면 감성적인 것 같고 느끼는 감정이나 자신의 가슴 속 사랑을 표현하기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런 것은 서로 사랑하고 사귀게 된 후에 한다면 더할나위 없겠지만, 지금과 같은 경우에서는 자제할 필요가 있어요. 그리고 그런 표현은 프러포즈를 할 때라던지, 적시적소에 타이밍을 잘 맞춰 해야지, 너무 자주하게 되면 되려 불편할 수 있는 것이니 감정표현도 당분간은 참도록 해요.

버터 : 저는 그 아이가 그렇게 힘든 줄 몰랐어요. 그 아이가 남자친구와 헤어졌다고 이야기했을 때, 이제 내게도 기회가 왔구나 라는 생각만 했지... 그 아이가 얼마나 힘들었을까는 생각 못했어요. 제가 생각이 짧았던 거죠. 아마 지금도, 마음이 많이 힘들겠죠. 그녀가 지금 얼마나 힘들까 생각하니 마음이 많이 아프네요. 그녀가 그렇게 힘든데 나는 그런 줄도 모르고. 바보같다는 생각 들어요.

도도사 : 너무 자책하지 말아요. 그리고 버터군은 조금쯤 자신을 갖을 필요가 있어요. 남자답고, 씩씩해야할 필요가 있겠어요. 지금 버터군은 너무 마음이 약하고 스스로에게 자신없어하고 있어요. 위축되어 있어요. 어린애같이 굴고 있어요. 그러지 말아요. 그런 모습을 좋아할 여자는 별로 없을 거예요. 어깨를 쭉 펴라구요. '미안하다'라던지, 스스로에게 '바보같다'라던지 하는 말이나 생각도 그만 하구요. '실수 했던 거 후회된다'라는 그런 생각도 그만하고 말예요. 남자답고 씩씩해지라구요. 그리고 어른스러워져야죠. 무슨 고등학생을 보는 것 같아요. 자기 나이에 걸맞게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해야지요. 버터군 자신이 버터군을 믿지 못하는데, 그녀가 어떻게 버터군을 믿고 "이 남자다"하고 버터군에게 기댈 수 있겠어요? 버터군 자신을 믿으세요. 그리고 그녀도 버터군을 믿을 수 있도록 확신을 주세요.

- 건강한 자기확신이 필요해요

버터 : 네. 제가 그래요. 좋아하는 사람 앞에만 서면 한없이 작아지고 약해지는 느낌이고. 왠지 자신이 없고, 내가 너무 부족하다 느껴지고.

도도사 : 그러니까 그걸 깨야지요. 지금 버터군이 조바심이 나고, 전전긍긍하는 것도 모두 자신에 대한 확신, 믿음, 자신감이 부족하기 때문에 그러는 거라구요. 스스로에게 "나는 멋지다!", "나는 무엇이든 잘 할 수 있다!", "나는 자신있다!", "나는 나를 사랑한다!", "나의 나됨이 기쁘고 자랑스럽다!"라고 외치세요. 그리고 자신의 장점, 강점들을 하나 하나 떠올려보라구요. 어디 지금 한번 떠올려 봐요.

버터 : ... 제가 볼 때는요, 제가 그래도 꽤 괜찮게 생긴 것 같아요. 가끔은 거울 보면서 "참 잘생겼다"하며 한참을 들여다 볼 때도 있어요. 이건 뭐 너무 매혹적이어서 도저히 시선을 뗄 수가 있어야죠.

도도사 : ... 그건 당신 생각일 뿐이고. 그러니까 내 말은 과대망상에 빠지라는 게 아니라, 건전하고 건강한, 객관적인 자신감을 갖으라는 거예요.

버터 : 객관적으로 본 건데... . 그리고 또 저는 문학적 소양도 있어요. 머리도 나쁘지는 않고. 집안도 좋고요. 겉으로 보여지는 모습이나 말과 행동은 이렇게 어눌하고 어려보이고 바보같아 보이기는 해도, 보기와는 달리 실은 정보를 모으고, 정세 분석 및 전망을 하고, 치밀하게 계획을 짜고 하며 일을 추진하는 예리하고 강단있는 면도 있다구요. 그렇게 일을 계획하고 추진해, 현재 십억원 가량을 청구하는 소송을 진행중에 있기도 하고요.

도도사 : ... 무슨 소리예요?? 허영이나 허풍, 잘난체 같은 것은 여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 중 하나예요. 누구라도 그런 건 싫어하죠!

- 잘난체는 금물이에요

버터 : 참내! 잘생겼다는 건 그냥 제 생각일지 모르지만, 다른 얘기들은 정말이에요. 허풍이 아니라 진짜라구요.

도도사 : 평소 잘난체 잘하죠? 잘난체하기 좋아하죠?

버터 : 아니에요. 오해예요. 별로 그러지 않는데... .

도도사 : 알았어요. 계속 얘기해 봐요.

버터 : 그리고 또 저는 소외된 이웃을 향한 따뜻한 마음을 갖었고, 이들을 위하고 섬기며 살겠다는 꿈이 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저는 그 아이를 정말 좋아해요. 그 누구보다도 그 아이를 사랑할 자신이 있다구요.

도도사 : 키는요? 키 커요?

버터 : ... 키는 작아요. 쳇.

도도사 : 뭐 키가 크면 보기는 좋겠지만, 중요한 것은 키가 크냐 작냐가 아니라, 그 마음이 얼마나 크고 넓고 깊은가이겠죠.

버터 : 하하 맞아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도도사 : 맞긴 또 뭐가 맞아요? 할튼 조금만 편을 들어주면 좋~다고. 근데 '키는 작다'라고 했는데. 그럼 나머지 조건은 완벽한가 보죠? 영어 잘해요?

버터 : ... 아니요.

도도사 : 차는요. 차 있어요?

버터 : ... 아직요.

도도사 : 설마... 면허는?

버터 : 그것도 아직이요.

도도사 : 아니 아직 면허도 안따고 뭐했어요?

버터 : 그러게요. 게다가 덧니가 심해서 치아를 드러내며 마음껏 환하게 웃지도 못하고. 아우!

- 한결같고 건강한 자신감을 갖고 나아가자구요

도도사 : 흐흐. 너무 기고만장해지려는 것 같아 좀 다스려 주려고 한 말이니 너무 그러지 말아요. 지금 보니까 버터군은 자신감과 열등감, 교만과 겸손 사이를 넘나드는 특이한 인간이신 것 같은데. 그러지 말고 한결같은 건강한 자신감, 자기확신을 갖고 가슴을 쭉 펴도록 해요. 그리고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자랑같은 것 하지 말아요. 잘난체 하는 사람을 누가 좋아해요? 다들 재수없다고 싫어한다구요. 잘난체 보다는 차라리 약해 보일지라도 겸손한 마음과 모습이 훨씬 나은 거예요. 낮아지는 것이 사실은 정말 높아지는 것이랍니다. 모쪼록 앞으로는 자신감을 갖고, 자기확신을 갖고 씩씩하게 나아가시라구요! 그러면 자연히 조바심이나 조급함도 없어질 것이고, 조바심과 조급함이 사라지면 거기에서 비롯되던 서툰 실수도 줄어들게 되겠죠. 묵묵히 버터군 자신의 일과 자신을 개발하고 키우는데에 노력하며 매진하고 있다보면 그녀로부터 연락이 올 것이고, 그러면 그때 자기확신이 있는 멋진 모습으로 만나 그녀에게도 확신을 주고 그러면 되는 거예요. 알았죠?

버터 : 네! 감사해요 도사님!

도도사 : 그럼 우리 같이 파이팅을 외치며 오늘 이야기를 마무리 짓도록 하죠.

도도사, 버터 : 아자 아자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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