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은 '창조적 금융'을 제안한다. 좋은 말이다. 그런데 창조를 위한 방안은 무엇인가? 누구를 위한 창조인가? 역시 재벌옹호경제를 주창하는 이후보 다왔다. 창조를 위한 방안은 금융공공성을 훼손하는 것이고, 그 수혜자는 재벌과 국내외 금융자본뿐이다. 도대체 이후보는 재벌과 외국자본에 의해 초래된 사회양극화를 어디까지 몰고 갈 생각인가?
이 글은 이 후보 경제정책 검증씨리즈 4탄으로 금융공약을 다룬다. 이 후보의 금융공약이 지닌 일곱가지 문제점을 밝히고, 이와 관련한 대안으로 심후보의 금융공공성 3대 방안 및 일자리 3대 방안을 제시한다.
1. 금산분리 완화하자고? 은행을 재벌에게 바치자는 이야기다
이후보의 금산분리 완화 주장에 대해선 지난번 "검증 3탄: 재벌옹호론 비판"에서 살펴보았다. 다시 요약하면, 이후보의 주장은 첫째, 재벌이 은행을 소유하면 금융 혈맥이 막혀 국민경제의 독과점 폐해가 심화된다는 점, 둘째, 국내자본 역차별이 있다고 주장하지만, 금산분리 원칙이 외국자본에도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다는 점, 셋째, 외국에서 금산분리 철폐가 대세라고 주장하지만, 반대로 외국에선 은행뿐만 아니라 보험업에도 금산분리 정착되어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만약 이 후보가 금융까지 재벌에게 넘겨주는 정책을 강행한다면, 이 후보는 '국가가 나서서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해야 한다'는 우리나라 헌법의 기본 원칙을 공공연하게 어기는 최초의 대통령이 될 것이다.
2. 금융규제를 완화하자고? 충분히 완화되었다
이후보는 향후 10년 내에 4만 달러를 달성하기 위하여 금융 부문도 경제에 유리한 쪽으로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한다. 이 때 경제란 재벌을 중심으로 하는 기업을 의미할 것이다.
과연 우리나라의 금융 규제가 강해서 기업이 경제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가? 우리나라는 이미 1980년대 말부터 금융자유화 정책을 펴왔다. 정책금리 축소, 금리규제 완화, 금융기관 진입규제 완화, 신규 금융기관 설립 허용, 정부소유 은행 사유화 등이 봇물처럼 추진되어 왔다.
특히 1996년 OECD 가입을 계기로 금융시장 규제완화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1997년 외환위기 이전까지 금융시장을 규제하던 대부분의 규제들이 해체되거나 완화되었다. 이것을 단적으로 증명하는 것이 40%대를 넘다드는 외국인 상장주식 지분율이다.
3. 금융규제를 네가티브방식으로 바꾸자고? 그대의 꿈은 이미 실현되고 있다
이 후보는 현재 일부 사항을 제외하고 총괄적으로 규제하는 포지티브 규제 대신, 금지사항만 제한적으로 규제하는 네가티브 방식으로 바꾸자고 한다. 그러나 네가티브 규제방식은 올해 '자본시장통합과 금융투자회사법'이 통과되면서 이미 도입되었다. 2009년부터 시행될 자통법에 따라 대부분의 규제가 제거될 예정이다.
여기에다 한미 FTA마저 비준되면 그나마 남은 최소한의 규제마저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한국은 멕시코와 더불어 세계에서 가장 금융규제가 없는 나라가 된다. 멕시코는 금융규제 완화로 항상적인 금융위기 위협에 시달리고 있는 나라이다. 이후보가 구상하는 대한민국의 상이 멕시코인가?
4. 동북아 금융허브가 일자리를 만들거라고? 금융구조조정으로 일자리가 줄었다
이 후보는 노무현 정부의 동북아 금융허브 전략을 두둔한다. 금융허브전략을 통해 금융산업을 발전시켜 '대한민국 747'을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동북아 금융허브 전략이란 한국경제가 '비용의 중국'과 '효율의 일본'의 협공상태에 놓여 있다는 '넛크랙커(Nutcracker)론'을 기초로 하는 성장전략이다. 한마디로 한국경제가 제조업으로는 힘드니 금융을 통해 먹고살자는 것이다.
한국이 지닌 국제 정치경제적 지위에서 동북아 금융허브의 실현가능성도 높지 않지만, 혹 현실화될 경우 금융허브를 명분으로 대대적인 금융완화가 추진될 것이다. 한국경제가 더욱 깊숙히 금융세계화가 야기하는 금융변동성의 덫에 빠져들어가게 된다.
또한 이후보는 동북아 금융허브를 장밋빛으로 그리기 위하여 이것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선전한다. 그러나 이 역시 실현가능하지 않는 빈 공약일 뿐이다. 금융업은 정보산업과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어 '일자리 없는 성장'의 대표적인 산업이다. 금융산업 고용 특징을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그에 맞는 정직한 공약을 내야 한다.
실제 IMF 금융위기 이후 추진된 금융구조조정으로 금융산업은 이후보 뜻대로 성장했지만, 고용은 반대로 줄어들었다. 금융위기 이후 우리나라의 금융산업(보험업 포함)의 부가가치 비중은 1997년 7.2%에서 2004년에는 8.2%로 증가했다. 영업잉여 비중은 1997년 7.7%에서 2004년 14.6%로 크게 늘었다. 금융산업은 이처럼 발전했는데 금융산업 종사자가 1997년 74만 2천명에서 2000년 61만 4천명, 2005년 59만 2천명으로 줄었다. 게다가 일자리도 비정규직으로 뒤바뀌고 있다.
5.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금융산업? 공공성 망각하고 투기 이윤에 몰두하자는 이야기다
이 후보는 금융산업이 자동차산업이나 전자산업처럼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이라고 규정한다. 이후보가 말하는 부가가치란 금융산업이 제조업이나 무역업 등 다른 산업을 지원해 전체 경제 발전에 일조하기보다는 금융투자 혹은 투기를 통해 얻는 금융수익을 말한다.
금융은 사람에 비유하면 심장이다. 심장이 온 몸에 피를 돌게 하듯이, 금융은 자원을 국민경제에 공평하게 배분하는 공공적 역할을 지닌다. 만약 금융이 자신의 자원배분권리를 권력화하여 투기적 이윤에 몰두한다면 금융산업의 '부가가치'는 극대화될지 모르지만, 금융의 도움을 애타게 기다리는 중소기업, 지역경제의 자금난은 더욱 커지게 될 것이다.
이 후보가 말하는 금융산업 부가가치는 금융의 공공성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더 이상 우리 국민들을 불로 투기소득을 꿈꾸며 주식시장으로 향하는 불나방으로 만들지 말아야 한다. 산업자본을 독점한 재벌들이 금융까지 장악하도록 방치해선 안된다. 한국경제가 국제 투기자본들의 돈벌이 놀이터가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6. 금융배제자 도와주겠다고? 채권 회수하려는 금융기관이 최대수혜자다
이 후보는 신용회복기금 설치와 소액서민대출은행을 설립하여 금융소외계층을 지언하는 공약을 발표했다. 금융배제자가 721만명이 되는 상황에서 칭찬받을 일이다.
그러나 이자율만 조정해 주는 이후보의 방안은 금융기관들에게 연체채권을 회수하는 기회는 줄지언정, 채무로 인해 실질적 재출발이 어려운 처지에 있는 금융채무자에게 근본적인 대책이 되기 어렵다.
이 후보가 진정 서민금융을 활성화하고 싶다면 본질적인 해결방법을 내 놓아야 한다. 금융소외계층들의 새출발을 위해선 이자 조정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금융채무 자체를 해결해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공적 채무조정제도를 강화해야 하고, 대부업까지 포함하여 25% 이자상한을 법제화해야 한다.
7. 서민금융 지원하겠다며 한미FTA는 찬성? 한미FTA 발효하면 사채업도 투자가 된다
이 후보는 엊그제 29일,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를 만나 한미FTA가 미국 의회에서 잘 통과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서민금융공약을 내놓으면서 한미FTA를 지지하다니 황당할 뿐이다.
한미 FTA가 체결되면 이후보가 내놓은 서민금융공약은 모두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한미 FTA 협정에 따르면 사채업도 투자로 분류된다. 외국인 투자자에게 제공하는 온갖 특혜를 사채업자에게도 제공해야 한다. 한미 FTA가 비준되면 외국인이 투자하고 있는 대부업자 등을 상대로 이자 재조정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들은 당장 투자자국가 제소권을 들고 나올 것이다. 이명박 후보가 서민금융 공약의 진의를 의심받지 않으려면 먼저 한미 FTA 비준을 거부해야 한다.
<참고 1> 심상정의 세박자 경제 3대 금융공약
- 심상정 후보는 금융을 경제의 심장으로 복원하기 위한 금융공공성 3대 공약을 발표. 이는 금융에 대한 무리한 간섭이 아니라 금융공공성을 위한 사회적 조정임.
- 심후보의 세박자 경제 3대 금융공약은 첫째, 금융세계화 시대 한국경제를 지배하는 금융변동성을 규제하는 방안, 둘째, 국내 금융기관의 공공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제도개혁, 셋째, 서민금융을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
1. 금융변동성 안정화 방안
- 투자기간 연동 자본이익과세 도입
- 외환 세이프가드제, 가변예치의무제 적용 강화
- 토빈세 도입을 위한 국제연대 추진
2. 금융기관 공공화 방안
- 소유: 국책 리딩뱅크 육성 및 은행주식 4% 상한제
- 경영: 금융기관 ‘주주초과이익 한정제’ 실시
- 감독: 금융기관 감독 강화
3. 서민금융 활성화 방안
- 서민은행 설립
- 서민금융기금 설치
- 서민의무대출제: 한국판 지역재투자법
<참고 2> 심상정의 세박자 경제 3대 일자리 공약
심상정후보는 사회양극화 시대에서 서민에게 안정된 일자리를 보장하기 위하여 일자리의 질과 양을 강화하는 세박자 경제 3대 일자리 방안을 가지고 있음. 첫째, 일자리 질을 보장하는 정규직화 방안, 둘째, 진보적 일자리 창출 방안, 셋째, 일자리 취약계층인 청년실업자, 노인일자리 지원방안.
1. 일자리 질: 비정규직 정규직화
- 일자리 양도 중요하지만 한국 노동시장에서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일자리의 질.
- 임기 5년 기간에 비정규직 850만명의 절반인 425만명을 정규직화.
2. 진보적 일자리 3대 부문
-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진보적 일자리 부문에 주목해야.
- 첫째, 우리나라에 취약한 사회서비스부문. 5년 이내 사회서비스부문 100만개 일자리 창출. 교육부문 신규 15만개 일자리(신규교사 5만5천명, 교육복지종사자 4만 2천명 등)
- 둘째, 지속가능한 진보산업으로서 환경에너지산업. 5년간 33만개 일자리 창출.
- 셋째, 한반도 평화경제공동체 일자리 효과. 한반도 평화경제 추진(북한 SOC개발, 5대 특구전략 등)으로 평화 일자리 창출.
3. 일자리 취약계층 지원: 청년실업, 노인
* 청년실업: 청년실업자 고용의무제
- 내용: 50인 이상 사업체는 전체 일자리의 2%를 청년실업자에서 고용하도록 함. 75,000명 정규직 일자리 창출.
- 필요재원: 국가가 3년간 월급의 30% 지원. 소요재원 1조 3,500억원 [75,000명 × 600만원(연봉 2천만원 기준) × 3년].
- 재원: 새로 신설되는 사회복지세 및 고용의무 미이행 부담금으로 충당.
* 노인일자리 2대 방안
- 현황: 정부는 2007년 공공부문 노인일자리 11만개 사업 추진. 거리·자연환경개선, 청소년·교통질서지킴이, 친절도우미사업 등 공익형 일자리. 숲생태·문화재해설가, 강사파견 등 교육형 일자리. 지하철 택배·도시락배달·떡방·세탁방·주유원·주례 등 자립지원형 일자리 등. 그러나 기간은 7~10개월이고 임금은 월 20~30만원 수준으로 정상적인 일자리로 보기 어려움.
- 방안 1: 노인고용 의무화 추진. 2001년 시행된 고령자고용촉진법에 따른 기업들의 고용의무비율 권고안을 의무안으로 개정(현재 제조업 2%, 기타 3%, 운수업 6% 등)
- 방안 2: 업종별 정년의무제 도입.
|
|
|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