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철을 맞은 바다의 환희와 슬픔

포항 월포해수욕장을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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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희(sin35hun)등록 2007.09.04 09:44
  어느덧 기나긴 장마가 끝나고, 불볕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때가 때이다 보니 해수욕장을 찾는 관광객들이 증가하고 있다. 한 여름의 무더위를 한껏 모아놓은 듯한 8월의 중순. 경상북도 포항에 거주하는 필자는 지난 9일, 맑고 시원한 바닷물에 몸을 담궈 조금이나마 더위를 식히고자 월포 해수욕장에 갔다.

지금 철이 그렇듯 포항 시내는 타지 방문객들로 가득하다. 월포 해수욕장이 있는 청하로 가기 위해 버스를 기다렸다. 평소에도 좌석버스이기 때문에 꽤 기다려서 타야하지만, 그 날은 여느 때보다도 훨씬 오래 기다려야 했다. 저 멀리에 보이는 500번 버스. 한참을 기다려 탄 버스는 그야말로 만원 버스였다. 버스 안이 인파들로 가득해 발 딛을 틈이 없었다. 청하는 포항 외곽에 있는 시골 마을이기에 버스를 타고도 한참을 가야한다. 그렇게 가는 동안 대부분의 승객이 줄어들지 않은 채 계속 자리를 지키는 모습에서 나와 동향임을 알 수 있었다. 커다란 아이스박스와 얼음 물. 연신 손수건으로 땀을 훔치는 모습. 피서철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드디어 월포 해수욕장에 도착. 시내 쪽 바다는 포항 제철 때문에 많이 오염됐다. 그래서인지 월포나 칠포, 구룡포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 날 역시, 우글우글 모여든 피서객들의 모습이 개미 떼를 연상케 했다.

요즘 뉴스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바다를 찾은 휴양객들의 모습인데, 여름철 자외선 노출의 위험을 자주 언급한다. 자외선으로 인해 피부에 화상을 입은 이들의 모습이 보도되는데, 뉴스로 볼 때는 설마 저 정도일까 했었다. 그런데 모래사장에 발을 내딛는 순간. 너무 뜨거워서 눈물이 맺혔다. 강한 불볕 때문에 이글이글 달아오른 모래사장은 우리들이 ‘앗 뜨거’를 연신 외치도록 했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해변. 그런 만큼 너무 반갑고 보는 것만으로도 상쾌했다.
그렇게 시원한 바닷바람과 시원한 파도 소리를 실컷 만끽하던 중, 해변으로 가까이 가면 갈수록 실망스런 관경이 펼쳐졌다. 3년 전, 고등학교 친구들과 왔을 때만해도 조용하고 물 맑기로 유명했던 시골 어촌 마을. 그런데 지금은 여름철 휴양지로 인기가 많은 곳이라 그런지 한적하고 고운 모래가 가득했던 백사장의 모습이 아니었다. 바닷물은 인근 상가에서 흘러나오는 오수에 그대로 노출돼 있었다. 그리고 수년 전부터 파도의 침식 작용이 심해지면서 해변의 모습이 많이 변했다. 또한 피서객들이 다녀간 자리에는 어김없이 각종 쓰레기가 버려져 있다. 그 때문인지 바다의 수질 오염이 심각해졌다. 전에는 ‘월포 만큼 깨끗한데도 없다’며 포항 사람들뿐만 아니라 외지인들에게도 큰 인기를 누렸던 곳이었지만, 지금은 여러 면에서 모습이 변했다. 거기다 안전선에 너무 근접해 물놀이를 즐기는 이들 때문에 멈출 줄 모르는 안전요원들의 호루라기 소리. 휴식을 즐기기 위해 찾은 곳에서 접하기엔 인상이 찌푸려지는 광경들이었다.

포항은 동해안에 위치했기 때문에 여름이면 유난히도 찾는 이들이 많다. 대구나 구미, 안동 같은 내륙 도시들이 인접해 있고, 서울이나 기타 지역에서 찾아오는 사람들도 꽤 있다고 한다. 바다를 끼고 있는 지역으로써 관광도시 유치로 거듭나려는 지금. 풀어나가야 할 과제가 꽤 많은 듯 보인다. 가장 큰 과제가 환경 보전이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
아무래도 찾는 사람이 많으면 자연 상태의 모습을 보전하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최대한 자연 상태를 보전하지 못한다면, 동해 바다의 장점을 살리기가 어렵다. 동해 바다는 수심이 깊은 성격 때문에 그만큼 물이 깨끗하고 더 푸르른 장점을 가지고 있다. 또, 인천에서 방문한 피서객에 따르면, 서해안 보다 물이 훨씬 맑다고 한다. 이러한 점 때문에 찾는 이들이 많은 것이고, 관광객 유치 문제가 아니더라도 자연보호 의식의 중요성을 절대적으로 공감하는 이 시기에 환경오염을 부추기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자연적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인위적으로 막기는 힘들지만, 쓰레기 문제와 같은 사소한 문제로 오염을 부추기는 것은 막아야하지 않을까. 말로만 올바른 시민 의식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홍보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얼마전, 한 지상파 뉴스는 대부분의 해수욕장이 해가 갈수록 쓰레기의 증가가 심해서 골치를 겪고 있는 반면, 일부 해수욕장은 피서객이 늘수록 깨끗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한 해수욕장이 시행했던 방침이 4가지 있는데, 그 첫 번째는 안내문을 통해 방문객들에게 주의를 시킨 것이고, 두 번째는 종량제 봉투를 구입하기 좋은 곳에서 판매한 점, 셋 째 식수대 근처에 음식 쓰리게 수거통 유치, 마지막으로 네 번째는 재활용을 하도록 유도한 점이다. (KBS 뉴스라인 2006년 8월 11일 보도내용) 실제로 효과가 컸다고 하니 시행해 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피서를 가면 음식물 쓰레기 처치가 곤란해 골치를 겪었던 적이 많을 것이다. 생활 주변에서 보완책을 마련해 고쳐나가면 좋은 파장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결국, 자연 상태의 변형은 우리의 이기심에서 불러온다. 인근 상가에서 흘러나오는 오수는 바다로 유입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또한, 바다에서 물놀이 시 가장 중요한 안전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모래사장에 앉아서 바다를 바라보고 있노라니 아찔한 장면들이 연출됐다. 안전선 근방에서 넘을 듯 말 듯 스릴감에 가득 찬 사람들,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전기 보트를 타고 아슬아슬하게 인파를 피하는 모습, 안전요원이 연신 호루라기를 불어대는 데도 무관심한 모습 등등. 즐겁게 놀러간 자리에서 굳이 스트레스 거리를 만들 필요가 있을까.

바다는 우리들의 삶의 원천이고 모든 생명의 근원이다. 그런 만큼 바다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주고 안식처를 제공한다. 그런 바다에게 우리는 너무 몹쓸 짓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젠 우리 스스로 보금자리를 훼손하는 어리석은 행위는 그만해야 할 것이다.
정부차원의 대책 마련도 중요하지만, 우리 스스로 바다를 지키고 사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우리들이 소소하게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은 열심히 실천하는 것 하나하나가 환경보호 인 것이다. 언행일치가 되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그리고 쉬기 위해 방문한 장소인 만큼 예의를 지키는 것도 잊지 않아야 한다.

유난히도 무더운 올해 여름. 가족 혹은 연인, 친구들과 예쁜 추억도 만들고 더위도 식힐 겸 푸른 바다에 풍덩 몸을 적셔 보는 것은 어떤가. 시원하게 해수욕도 하고 적당한 썬텐으로 건강미 넘치는 몸을 만드는 것도 좋을 듯하여 권하고 싶다. 단, 지나친 자외선 노출은 자제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신선희(sin35ta@hanmail.net)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참언론연구회웹진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사실, 작년 휴가철에 기사쓰기 연습으로 작성했던 것인데 여러 분께 평가를 받고 싶어
묵은 기사를 올려봅니다. 시의성엔 맞지 않지만, 많은 충고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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