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찬란기를 노린 사극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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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희(sin35hun)등록 2007.09.05 10:03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일본의 역사 교과서 왜곡, 독도분쟁 등 각종 외교문제로 골치를 겪고 있는 때에 우리 민족의 찬란했던 역사를 소재로 한 사극이 안방극장을 강타하고 있다. 현재 방영되고 있는 MBC의 '주몽'과 8일부터 방영 시작한 SBS'연개소문'이 그 예다. 두 드라마는 한민족이 최고 전성기를 누렸다 해도 과언이 아닐 고구려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고구려는 한반도에서 가장 북쪽에 속했던 나라로, 북방 이민족들의 온갖 침투에 방패막이가 됐던 강력한 국가였다. 강하고 물러섬이 없는 고구려 유민의 정신에서도 엿볼 수 있듯이 고구려의 그러한 투지가 있었기에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 민족사에서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국가였기에 또한, 주변국과의 치열한 자존심 싸움이 심각한 지금 상황에서 고구려사를 사극으로 제작한 것은 큰 의의가 있다.
  두 드라마 모두 전형적인 영웅상을 그린다. 각각, 이복형제들의 온갖 위협과 핍박 속에서 위기를 모면하고 고구려라는 찬란한 국가를 세운 주몽과 주변 국가의 침략으로 위기에 처한 국가를 구해내는 연개소문의 삶을 반영한다.

  과거 조선조를 배경으로 하는 것에 머물렀던 사극이 수년 전부터 변신을 시도했다.  KBS에서 방영된 '태조왕건'을 시작으로, '제국의 아침', '무인시대', 통일신라를 배경으로 한 '해신', 또 삼국시대를 배경으로 해 얼마 전 종영된 SBS의 '서동요', 고려사를 바탕으로 한 MBC의 '신돈' 등에 이어 현재 방영중인 '주몽'과 '연개소문'에 이르렀다.
   유난히도 외세의 침략이 많아 민중의 한과 설움이 가득했던 이 땅을 지키고자 위기의 순간에 나타나 조국을 구하고 민족을 살린 영웅들의 모습은, 주변 열강 틈에서 가슴 졸이며 살아온 우리의 체증을 시원하게 풀어주고 있다. '신돈'의 경우, 몽고에 의해 백성들이 핍박받고 온갖 설움을 가득 받을 때에 치밀한 정책으로 강경하고 자주적인 나라로 키우고자 헌신했던 공민왕과 신돈이라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또, '해신'은 해상왕 장보고의 일대기를 보여줌으로써, 청해진에서의 활약으로 외세의 침략을 막는 모습을 보인다. '서동요'에서의 백제 무왕 역시 혼란기에 빠진 백제를 살려 삼국 중 가장 강력한 국가로 키우는 등 대 활약을 한다. 이러한 드라마를 기반으로 이제는 그 옛날 고구려까지 진출했다.

  그 동안 고려와 백제, 신라 등을 배경으로 한 사극들 역시 우리 민족의 힘과 지혜를 보여줬지만, 역사 속에서 가장 힘찼고 천하를 뒤흔들었던 고구려를 바탕으로 하기에 큰 의의가 있다.  고구려는 광활한 만주벌판과 한반도 이남까지 원대한 영토를 차지했던 무력왕 이었고, 외세의 침략을 막아내는 강한 방패막이이자 한민족을 하나로 잇는 울타리였다. 이러한 고구려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우리의 역사는 판이하게 달랐을 것이고, 그러한 찬란기가 있었기에 우리 민족이 하나로 뭉쳐 어려운 시기가 닥쳐도 선인들을 생각하며 버틸 수 있는 원동력이 됐던 것이다.

  그러나, 그 힘찬 기상을 떨쳤던 고구려사를 비롯해 많은 역사가 묻혀왔다. 우리의 역사를 되찾는 것이 사람들에게 잊혀졌던 것이다. 우리가 우물쭈물하는 동안, 주변 국가에선 우리 역사를 왜곡하고, 우리의 자주 독립성을 흔들고 있다. 외세의 잦은 침탈과 주변국의 식민지로 지내는 동안 우리 역사는 많이 상처 입었다. 우리의 뿌리를 찾기 위해 노력이 요구되는 현 상황에서, 우리의 안방 매체가 돼 버린 텔레비전을 통한 영상화는 매우 큰 의의가 있고, 우리 역사에 관심을 갖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다극체제 속에서 외교노선 택일의 갈등을 안고 있는 지금, 우리의 영웅들은 어떤 판단을 했고 어떠한 외교전을 펼쳤는지, 어떻게 위기를 모면했는지 배움으로써, 우리가 직면한 어려움도 풀어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제 힘찬 발걸음을 내딛은 두 드라마가 우리의 역사를 어떻게 표현하고, 영웅들의 모습을 그려나갈지 관심과 기대가 요구된다.

                                                                     신선희 sin35ta@hanmail.net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참언론연구회웹진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문득 묵은 기사들을 정리하다 일년 전 기사를 올려봅니다.
비록 종영된 드라마 관련 기사지만, 사극의 역사왜곡 문제까지 아울러 가져왔기에
일년이 지난 지금. 드라마 초창기에 관점이 새로워 한번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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