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분석 같은 것 필요 없이, 민노당 결선토론에 한마디

- 노골적으로 진보하면 대안이라도 탄탄해야 하고, 진보후보하면 말이라도 잘 해야 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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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수영(soopool21)등록 2007.09.14 08:29
* 김대홍 기자 권영길의 사진을 메인에 올리고, 심상정 얼굴은 아래쪽에 들어가면 좋겠소.
어려운 분석 같은 것 필요 없이, 민노당 결선토론에 한마디
- 노골적으로 진보하면 대안이라도 탄탄해야 하고, 진보후보하면 말이라도 잘 해야 되는 것 아닙니까.
좋습니다.
심상정과 권영길 후보 중에 누가 무슨 정책을 가지고 있으며 누구의 정책이 미래 대한민국의 대안이 될 수 있는지, 누가 더 진보운동을 잘 발전시킬 수 있는지와 같이 말만 길어지고 사람마다 생각이 달라서 수긍할 수 없는 얘기는 빼고 합시다.

그냥 노골적으로 보죠 !
이전 두 번의 대선에서 권영길 후보는 “국민 여러분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 “저희 민주노동당과 함께하면 행복해집니다.” 이 얘기만 했습니다. 사실 선거에서 길게 설명할 시간도 없고, 그때는 제도권 정당과 구별되는 대안정당이 생긴다는 명함만 돌려도 약간의 관심을 보여주므로 그 말만 유행시킨 것으로도 효과는 있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2003년 총선에서 국회의원 10명이나 만들어 준거 아닙니까!
글쎄, 민주노동당과 함께하면 행복해진다니까~!
국민들이 약간의 기대를 했습니다.
국민들은 민주노동당과 함께하면 행복해진다고 해서 지지하러 왔습니다. 그런데 별로 하는 게 없습니다. 뭔 분주하긴 한데, 국민들과 뭘 할 건지가 없고 자기네들끼리만 뭘 계속 합니다. 때론 심각하게 자기네들끼리 치고받기도 합니다.
국민들은 계속 궁금합니다. 도대체 뭘 어떻게 하면 행복해집니까?
권영길 후보는 대답합니다. “너 지금 행복하십니까? 행복하지 않자나요!  그러니까, 민주노동당과 함께하면 행복해진다니까요!”
국민들 : 그래서요! 행복해지기위해서 도대체 뭘, 어떻게 해야 합니까?
권영길 : 아니, 글쎄 민주노동당과 함께하면 행복해진다니까~! (버럭)
끝없는 동문서답이 이어집니다.
오늘(9/13) 결선 토론을 보면서 권영길 후보는 또 그러십니다.
저는 97년, 2002년 두 번의 대선 전 기간을 합숙하면 서부경남 지역에서 선거운동을 했습니다. 직접 모시고 선거운동한 적도 여러 번입니다.(고향이 산청이라 선거만 시작되면 맨 먼저 여길 방문하니까요.) 그래서 권 후보의 말씀은 정말이지 너무 많이 들었습니다. 오늘 또 그 말씀입니다. 그런데 항상 중요한 게 빠져 있습니다. 그것은 ’97, 2002년 보다 지금 2007년 대선에서 더욱 절실하게 필요한 것입니다. “그래서 어떻게 해서 행복하게 만들 건데요?”에 대한 대답이 없습니다. 그래서 심 후보가 어렵게라도 ‘세 박자 경제’라고 해서 그걸 만들어 보았는데, 권 후보님도 대선에서 제대로 명함이라도 내밀려면 이런 거 만드셔야 되지 않겠습니까? 하고 물으면 또 버럭! “아! 민주노동당과 함께 하면 행복해지는데 왜 그런 걸 만들어요.”하며 역정을 내십니다.
과락이란 게 있습니다.
저도 민주노동당과 함께하면 행복해질 거라 믿고 있습니다. 하지만 행복해질 방법과 경로를 내놓지 않으면 국민들의 관심도, 지지도 늘어나지 않습니다. 아니 늘어나지 않는 정도면 괜찮은데 되레 줄어듭니다.
권 후보께서 토론 중에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정책 좋다고 대통령되는 것 아니다.”, “ 대선이 무슨 시험처럼 답안 제일 잘 쓴 사람 뽑아 주는 것도 아니고, 웅변대회처럼 제일 말 잘하는 사람 뽑는 것도 아니다.”라고. 예. 저도 이 말에 동의합니다. 딱 한번만 어려운 말 쓰면 정책과 말빨은 대통령이 되기 위한 충분조건은 아니라는 거죠. 그런데 애석하게도 권 후보님이 알아야 할 것은 이것들이 동시에 필요조건이라는 겁니다. 과락을 아십니까! 대부분의 시험에는 과락이라는 게 있습니다. 대선도 마찬가지입니다. 정책 좋다고 말 잘 한다고, 대통령이 되진 못합니다. 하지만 현재 대한민국에서 힘들어 하는 다수를 행복하게 하는 방법과 경로에 대해 합리적으로 기술하지 않으면 대선후보로서 과락을 맞는다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대통령 당선은 고사하고, 국민들에게 ‘누가 대통령으로 적합할까?’하는 고민의 선택지에서 제외되어 버립니다.
그런데도 권 후보님은 민주노동당은 원래 서민정당이니까. 서민이 행복해지는 내용, 방법 같은 것은 따로 준비할 필요 없고 “민주노동당과 함께하면 행복해집니다.”만 되뇌이고 있습니다. 권 후보는 더 이상 공부하기 힘든 연세이시니 그렇다 치더라도 도대체 권 후보의 참모들은 뭐하고 있는 겁니까.
“내용 없어도, 말 좀 못해도...” 이런 건 권위주의 여당의 선거전략 아닌가요!
자유당시절, 박정희 정권 또는 5공시절 여당의 선거전략은 이랬습니다. 하지만 진보정당은 구질서를 바꾸기 위해서 나온 것이니 계속 내용을 생산해야 합니다. 말 그대로 ‘대안세력’ 아닌가요. 그럼 ‘대안’ 없는 대안세력이 되자는 말씀입니까. 김대중 정부도, 노무현 정부도 그만큼 촘촘한 정책대안을 준비하고 그만한 언변력이 보태져서 권위주의 세력의 대안으로 대통령에 오른 것 아닙니까. 그런데 진보적 대안세력을 자임하는 민주노동당이 내용도 필요 없고 언변력도 별거 아니라뇨. ‘거저 넉넉한 품성으로 국민 여러분을 안아주겠다.’ 이런 태도는 가진 것 많고, 저지른 잘못도 많은 여당이나 하는 전술 아닌가요. 최대한 토론 적게 하고, 최대한 과거 따지지 말고, 미래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생각하지 말고, 행복하게 해줄 테니 국민 여러분을 사랑하는 마음만은 이해해 달라. 민주노동당이 그렇게 쌓아 둔 재산이 많은 여당입니까.
한 번 더 노골적으로 얘기하면,
정말 진보정당이라면 설사 대통령 못되더라도 내용은 있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어차피 지금의 힘으로는 대통령이 못되더라도 국민들에게 누가 여러분을 불행하게 만드는지, 누가·어떻게 여러분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지에 대해 속 시원하게 말이라도 잘 해야 되는 것 아닙니까. 그래야 관심과 지지가 늘어나고, 장기적으로 집권도 가능해지는 것 아닙니까.
권영길 후보가 나오면, 국민들의 반응은 이렇습니다. ‘3수생 할아버지 나오셨네.’정도의 관심도 아니고 그냥 “나왔네.”입니다. 그 이상 아무런 관심도 더 주지 않습니다. 권영길 후보가 무슨 말을 할지는 국민들이 더 잘 압니다. 벌써 두 번이나 들었고 “민주노동당과 함께 하면 행복합니다.” 다음엔 할 말 없다는 것까지도 다 압니다. 오히려 권영길 후보가 무슨 말을 할지 잘 모르는 사람들은 ‘반 한나라당 전선’이니 ‘비판적 지지’니 하면서 예전 대선에서 권영길 지지한 적이 없어서 권 후보의 말씀을 귀 기울여 듣지 않았던 사람들입니다. 그러던 분들이 이제 와서 권영길을 지지한다고 지지선언을 하고 있으니.
연세 지긋해서는 주변의 동아줄 같은 것은 아예 잡지를 말아야 하는데 권영길 전 대표님께서 늙어 막에 잡은 줄이 썩은 동아줄 이니, 그냥 참 안타까울 뿐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부탁, 타인의 취향은 존중되어야 합니다.
누가 심상정을 지지하든, 권영길을 지지하든, 경선에서 탈락했지만 계속 노회찬을 지지하든 그것은 그 사람의 취향입니다. 취향 자체가 바로 비난의 대상이 되어선 안 됩니다. 다만 경선이 좋아하는 연예인을 뽑는 것도 아니고 진보정당의 대통령 후보를 고르는 것인바, 단순한 취향 이전에 진보정당의 대통령후보는 어떤 정책과 능력을 가진 사람이 되어야 할까하는 판단과정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고, 아무리 냉철히 분석해도 셋 다 좋다면 그다음엔 그냥 취향으로 지지해도 괜찮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먼저 진지한 판단과정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이고, 둘째는 지금의 선택이 정말로 본인의 취향이냐는 것입니다. 그냥 아는 사람이 권영길 이어서, 또는 나는 심상정이 더 나아 보이는데 계속 옆에서 권을 찍으라하니까 인간관계 나빠질까봐. 뭐 이런 정도의 이유라면 생각 다시 해봐야 한다는 겁니다. 심상정, 노회찬 지지자들이라고 해서 단순 지지자나, 자기취향-배반적 지지자가 왜 없겠습니까. 이분들도 이번 결선을 맞아 다시 고민해 보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난 판단도 했고, 내 취향도 정말 권 후보가 딱 맞다면 이의제기 하십시오. 정중히 사과해 드리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중복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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