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내수면(댐과 호수ㆍ수로나 강)에 외래어종 배스가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황소개구리에 이어 수중 생태계를 교란하는 핵심세력으로 등장하고 있어 대단히 우려된다.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경기도권 일대를 넘지 않았던 배스의 영역이 전국 내수면으로 확대되었고, 이제 배스로 인한 수중 세계의 환경 변화는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고 판단된다.
지금까지 외국에서 수입해 방류한 어종은 떡붕어ㆍ배스ㆍ블루길ㆍ백연어ㆍ초어ㆍ무지개송어ㆍ향어ㆍ채널메기(붕메기 또는 양메기라고도 부른다)ㆍ역돔(틸라피아) 등. 이 중에서 백연어는 중국 황하처럼 긴 강이 있어야만 자연 번식할 수 있다. 반드시 흐르는 물의 상류에서 산란, 알이 떠내려 오는 사이 부화하여 강 하구(河口)에 이를 즈음이면 어느 정도 새끼로 자라 다시 강을 거슬러 오를 수 있는 생활사(Life history)를 갖고 있다. 따라서 국내에서 백연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초어도 비슷한 경우. 초어는 정지수면(停止水面, =호소)의 수초를 먹고 사는 종으로, 조정경기장이나 인공호수의 조경과 관리를 위해 도입되었으나 수중세계의 우점종이 되지는 못하므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향어는 댐과 같은 대형 수면과 내수면에서의 양식이 금지되면서 문제가 어느 정도는 해결된 느낌이다.
무지개송어는 서식 가능범위가 제한돼 있고, 재래종 무지개송어와 큰 차이가 없다. 여름철 수온이 18도 이하로 유지되는 고지대 또는 숲속 강이나 수심 깊고 물이 찬 곳에만 서식할 수 있으므로 그 서식권은 자연적으로 결정되며, 오히려 자원을 늘려야 할 판.
나머지 문제가 되는 것이 떡붕어와 배스ㆍ블루길ㆍ채널메기이다. 그러나 채널메기가 국산어종을 어떻게 밀어내는지에 대한 연구는 현재 전무한 실정. 외래어종으로서 그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떡붕어와 배스ㆍ블루길이다.
먼저, 떡붕어가 자연호소에 들어가면 토종붕어는 이들 세력에 밀려 점차 그 수가 줄어드는 반면, 떡붕어는 급속도로 증가한다. 여기에 토종붕어와 떡붕어의 혼혈 교배종도 급격하게 늘어난다. 이와 같은 혼혈종을 일본에서는 아이베라(アイベラ)라고 부르는데, 아마도 얼마 안 있으면 토종붕어는 이들 혼혈종과 떡붕어에 밀려 천연기념물이 되어야 할 것 같다.
이처럼 떡붕어가 그 수를 불려 세력을 확보하고 토종 물고기를 밀어내는 한편에서 배스와 블루길은 그와는 또 다른 방식으로 토종 물고기를 싹쓸이하고 있다. 블루길은 산란기에 토종붕어나 토종물고기가 산란해 놓은 알을 모조리 주워 먹어 씨를 말리는 방법으로 살아간다. 배스는 입에 들어가는 것은 무엇이든 먹는 민물의 최상위 포식자. 황소개구리도 배스의 포식성에는 꼼짝 못하는 신세다. 이러한 배스가 들어오기 전에는 가물치가 절대강자였으나 엄청난 번식력과 식욕 앞에 배스에게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블루길은 배스의 먹잇감에 되는 고기로, 배스를 도입하기 전에 먹이자원을 조성한다는 목적으로 도입했다. 그러나 막상 배스를 도입하고 보니 배스는 블루길보다는 토종 물고기의 씨를 말리고 있다.
국내의 자료에는 없지만, 미국 측의 자료에 의하면 국내에 배스를 가장 먼저 방류한 곳은 청평호와 철원 비무장지대 안에 있는 토교지이다. 제3공화국 시절 박정희 정부 때의 일이다. 청평호의 배스는 팔당호로 자연스레 내려왔고, 한강이 범람하는 홍수기에 한강 물을 타고 내려가 강화도의 각 수로를 통해 강화도에 가장 먼저 안착했다. 강화도에 배스가 처음 확인된 것은 1980년대 초반. 각 강과 수로를 거슬러 올라 배스는 세력권을 점차 넓혀갔다.
1990년대 중반, 배스는 한강계에서 점점 영역을 넓혀나갔고, 청평호나 팔당호 등지에서 실려 나가는 물고기들 틈에 끼어 수조차를 통해 전국의 호소로 흘러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경로를 통해 너무도 자연스럽게 퍼져나간 것과는 달리, 매우 의도적으로 배스를 퍼트린 세력이 있었다. 그리고 지금도 배스를 몰래몰래 퍼트리고 다니는 배스 게릴라들이 존재한다고 보고 있다. 1995~1999년 무렵, 새끼 배스는 물론이고 아예 알을 품은 산란기 배스를 잡아 알을 받고, 거기에 수놈의 정액을 뿌려 인공수정시킨 것을 차에 싣고 다니면서 뿌리는 사람들이 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그들에 의해 중부권의 호소에는 배스가 급속도로 확산되었다. 어류학자 뺨치는 솜씨를 발휘한 이들의 의도가 무엇이었는지는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지만, 아마도 배스낚시를 좋아하는 이들의 소행이었으리라 짐작될 뿐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더라도 그처럼 무분별한 행동이 향후 수중 생태계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을 했어야 했다. 만약 이들이 배스낚시를 보급하고, 그에 따라 필요한 장비나 도구를 팔아먹기 위해 꾸민 벌인 단순한 일이었다 해도 처벌해 마땅한 일이다. 하지만 처벌할 규정은 없다. 그리고 해양수산부(내수면)는 아직 이런 사실을 잘 모르고 있으리라 짐작된다.
배스가 퍼지면서 나타난 생태계 교란현상과 부작용 사례를 들어본다. 먼저 경북 안동시의 안동호. 이곳의 배스는 역시 수도권에서 넘어갔다. 배스가 자라기 전까지 안동호의 지배자는 붕어ㆍ잉어ㆍ살치 등이었다. 가장 먼저 숫자가 줄어든 것은 살치와 피라미이다. 살치 떼로 유명하던 안동호의 살치가 순식간에 사라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배스 떼가 주인공으로 들어서 있다. 충주호 역시 마찬가지다. 대단히 많은 수로 번식하던 끄리와 피라미가 부쩍 줄어들고 대신 배스가 엄청 늘었다. 토종 물고기가 배스의 밥이 된 사례이다.
충남 서산과 당진의 대호(大湖). 붕어ㆍ잉어ㆍ참붕어ㆍ피라미가 주종이던 이곳 생태계 또한 사뭇 바뀌고 있다. 배스가 먹을 수 있는 크기의 붕어는 다 먹어버렸고, 먹을 수 없이 큰 놈만 남았다며 그곳 사람들은 이곳까지 배스를 가져다 몰래 넣은 사람들이 누구인지 괘씸하다고 말하고 있다. 잔 붕어나 참붕어ㆍ피라미 같은 것들이 먼저 배스의 먹이가 되었고, 배스가 대호의 절대강자가 된 사실을 전하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그곳뿐이 아닌 것 같다. 충남 서산권의 대형수면 여러 곳에도 배스를 누군가 넣은 것 같다는 추정도 나오고 있다.
경남 밀양시 북쪽, 위량지에는 블루길이 많다. 그곳 사람들은 블루길을 잡아다 개밥을 준다고 말할 정도. 1980~1990년대 전남 장성호에서는 블루길이 토종물고기의 알과 자어(仔魚, 부화 직후의 새끼)를 싹쓸이하듯 먹어치우는 모습이 많은 이들에 의해 목격되면서 외래어종에 대한 경각심이 일었다.
이것은 비단 몇 군데의 예이기는 하지만, 외래어종 중에서도 특히 배스와 블루길이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려준다. 전국의 호소 생태계가 배스로 교란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더욱 염려스러운 것은 지금도 누군가 배스를 뿌리고 다니고 있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는 사실이다. 이미 들어가 있는 곳은 그렇다 치더라도 더 이상은 배스 게릴라들이 마구잡이로 배스를 뿌리고(?) 다니는 짓을 당장 그만두기 바란다.
한편으로, 이들이 설령 아무데나 배스를 방류하고 다녀도 그것을 제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는 것도 문제이다. 또, 설령 그와 같은 행동을 제지할 수 있는 방안이나 보호막이 있다손 치더라도 감시의 눈과 장기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배스 게릴라들이 밤 시간에 나돌아 다니면서 배스를 뿌린다고 하므로 이들 ‘배스 게릴라의 야습작전’을 차단하기 위해 많은 사람의 적극적인 감시가 필요하다.
덧붙이는 글 | www.coeo.net(코에오넷)
2007.09.18 13:5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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